사진=TV조선 ‘막장 대모’ 스타 작가 임성한(필명 피비)이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다. 그가 3년 만에 선보인 신작 ‘닥터신’이 1%대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임성한의 첫 메디컬 스릴러로 기대를 모았으나 안방 시청자의 선호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4일 첫 방송한 TV조선 주말 미니시리즈 ‘닥터신’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천재 의사 신주신(정이찬)과 하루아침에 뇌가 망가져 영혼을 잃어가는 톱배우 모모(백서라)를 둘러싼 이야기다. 첫회 시청률 1.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로 출발했으나, 3회에서 0.1%포인트 하락, 2회에서 0.2%포인트 상승해 4회 기준 자체 최고 1.5%를 기록했다.
‘임성한드’ 사상 전례 없던 수치다. 시청률 40~50%도 가뿐했던 2000년대를 제외하고, ‘피비’라는 필명으로 TV조선과 함께하기 시작한 2020년대에도 1%대는 없었다. ‘닥터신’과 동일한 주말 오후 편성 미니시리즈였으나 ‘아씨두리안’(2023)은 8.1%, ‘결혼작사 이혼작곡3’(2022)는 10.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사진=TV조선 ‘닥터신’은 앞선 작품들과 달리 메디컬과 스릴러, 서스펜스 등 장르성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임성한 마니아 외로 장르물 팬도 겨냥했다. 그러나 막상 베일을 벗은 작품은 장르 요소보단 등장인물 간 얽히고설킨 치정이 주가 되고, 상식 밖 모성애 코드가 시청자 사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극중 히로인 모모의 엄마 현란희(송지인)는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딸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예비 사위 신주신을 설득해 ‘뇌 체인지’ 수술에 성공한다. 그러나 막상 모모의 육체를 얻고 나선 모모의 뇌가 든 자기 몸을 동사로 죽게 만들고, 신주신을 비롯한 남자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욕망하기 시작했다. 이는 방영 전 임성한 작가가 “자식이 아플 때 자신이 대신 아팠으면 하는 ‘K모성애’를 드라마적으로 풀었다”고 밝힌 것과는 모순됐다.
사진=TV조선 시청자 게시판인 ‘닥터신’ 라운지에선 “장모는 딸을 위해 체인지한 게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3900회 이상 조회되며 댓글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오랜 세월 도발적인 막장 코드로 사랑받은 임성한식 문법에 설득되지 않는 달라진 대중의 감수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임성한 사단’ 송지인, 전노민, 지영산을 제외하면 신인 배우를 전면 배치한 점도 안방 시청자의 채널 고정을 붙들긴 어려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임성한 드라마는 대본이 극단적이어도 배우들의 명연기가 뒷받침됐다. 신인 기용은 임성한 작가의 미덕이지만 이번 작품에선 이를 소화할 정도의 연기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진=TV조선 다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반응은 뜨겁다. “간절스러웠어요”라는 특유의 비문과 더불어 뜬금없는 타이밍에 등장하는 ‘밤티’ 자막부터, 학폭을 저지른 손녀에 화가 나서 가발을 벗고 때리는 할아버지 신 등 맥락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말초적 재미는 ‘밈’ 소비문화와 닿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시 공개 중인 쿠팡플레이에서 ‘닥터신’은 1위를 수성 중이다. 16부작 중 4분의 1을 지난 가운데, 화제성이 본방송 시청률 반등으로도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