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의 이목을 끈 사건이 있다. 바로 홍서범·조갑경 부부 아들의 이혼 및 상간 사건이다. 여기서 법원이 내린 결론은 위자료 3000만 원과 월 양육비 80만 원이었다. 통상적인 판결 기준을 따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수치들이 과연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적 현실과 가정이 파괴된 피해자의 고통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간통죄 폐지 이후 가사 불법행위에 대한 실질적 제재 수단은 민사상 ‘위자료’가 유일해졌다. 이번 판결과 일련의 가사 사건들을 통해 현재 법원의 위자료 및 양육비 산정 체계가 가진 모순을 지적하고자 한다.
법원이 책정한 위자료 3000만 원은 사실상 20년 전의 판결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폐 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폭등했지만, 가사 위자료의 상한선은 견고하다. 이는 다른 민사 불법행위와의 형평성에서도 크게 어긋난다.
예컨대 교통사고 사망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음주운전 등 고의성이 짙은 중과실이 인정되면 위자료는 최대 2억 원까지 상향된다. 반면, 상대방이 기혼자임을 알면서도 가정을 파괴한 명백한 악의적 불법행위에는 고작 3000만 원 남짓한 잣대만 들이댄다. 한 사람의 인생과 혼인 제도의 근간을 짓밟은 대가치고는 법의 ‘징벌적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수준이다.
가까스로 3000만 원의 위자료 승소 판결을 받아도 법리적 촌극은 이어진다. 부진정연대채무 법리에 따라 상간자는 피해자의 배우자에게 자신이 낸 위자료의 절반(1500만 원)을 내놓으라며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피해자가 아이를 위해 이혼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기로 결심했다면, 결국 부부 공동의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 상간자에게 역류하는 기형적 구조에 갇히게 된다.
자녀의 생존과 직결된 양육비 역시 월 80만 원으로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법원의 ‘양육비 산정 기준표’는 지나치게 부모의 단순 ‘소득’ 구간에만 의존해 평면적으로 책정되어 있다. 우리가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만 해도 소득, 재산, 자동차 등 다양한 경제적 지표를 복합적으로 반영한다. 자녀가 실질적으로 누려야 할 복리는 부모의 단순 소득을 넘어 종합적인 자산 규모에 좌우됨에도, 현행 기준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선고된 노소영 관장의 ‘20억 위자료 판결’은 가해자의 경제력에 비례하는 손해배상 필요성을 보여준 진일보한 판결이었으나, 동시에 평범한 서민의 사건과 극명히 대비되며 ‘객관적 기준 부재’라는 사법 시스템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여론과 재력에 따라 3000만 원과 20억 원을 널뛰기하는 법적 불안정성은 사법 불신만을 초래할 뿐이다.
홍서범·조갑경 부부 아들의 판결은 단지 한 개인사를 넘어 대한민국 가사재판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척도다. 20년 전 낡은 계산기를 버리고 명확한 물가 연동 및 가중 사유를 포함한 위자료의 현실화, 구상권 남용을 제한하는 판례의 확립, 그리고 자산을 입체적으로 반영하는 양육비 기준표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