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12일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수원KT위즈파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두산전에서 2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5번째 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박영현(22)을 두고서다.
역투하는 박영현. 연합뉴스 이강철 감독은 "어제 박영현의 구위는 홀드왕을 차지했던 2023년의 피칭 같더라. 시속 150㎞ 이상의 직구가 여러 번 나왔다"고 칭찬했다. 박영현은 지난해 구원 1위(35세이브)에 오른 투수지만, 직구 구위만 놓고 보면 데뷔 시즌이었던 2023년 홀드왕(32개)에 올랐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감독은 "직구도 좋았지만,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잘 섞어 던졌다"고 덧붙였다.
박영현은 지난 11일 수원 두산전에서 5-4로 쫓긴 8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8회를 맡은 셋업맨 스기모토 코우키가 흔들린 탓에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박영현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첫 타자 양의지를 3구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다즈 카메론을 헛스윙 삼진, 양석환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상대 중심 타선을 압도한 박영현은 6-4가 된 9회 초에는 한결 쉽게 막았다. 그가 2이닝을 던지며 세이브를 따낸 건 처음. 지난 10일 두산전에서도 1이닝(무실점)을 던진 걸 감안하면 더욱 천금 같은 세이브였다.
이강철 감독은 "(11일) 5-0으로 이기던 경기를 내주면 우리 팀도 3연패에 빠져 위험할 뻔했다. 꼭 잡아야 하는 경기여서 박영현에게 2이닝을 맡겼다"며 "특히 8회를 적은 투구수로 막아주기만 바랐는데 12개로 막았다. 덕분에 살았다"며 웃었다.
11일 경기가 역전패 할 위기에 빠지자 7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KT 선발 소형준은 승리 투수 기록을 날리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박영현이 '2이닝 세이브'로 자신의 시즌 첫 승을 지켜주자 "박영현은 신"이라고 깊은 감사를 전했다. 소형준은 12일 취재진에게 "어제 같은 경우는 박영현에게 세이브 2개를 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KT는 한층 두꺼워진 선수층으로 올 시즌 초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야수진과 선발진 모두 안정적인데, 불펜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스기모토가 필승조로 안착하지 못한 가운데, 마무리 박영현에 대한 부하가 커졌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다녀오는 등 시즌 초부터 피치를 올린 박영현에게 컨디션 회복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박영현은 예상보다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11일 기준으로 마무리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8과3분의1)을 던지면서 세이브 2위(1위는 LG 트윈스 유영찬, 7세이브)에 올라 있다. 이강철 감독과 KT 선수들이 "덕분에 살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