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왼쪽)와 장동윤 / 사진=일간스포츠 DB
극장가가 본격적인 비수기에 접어든 가운데, 배우 정우와 장동윤이 나란히 감독으로서 출사표를 던졌다. 익숙한 카메라 앞을 떠나 연출자로 변신한 두 사람의 행보가 침체된 극장가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정우는 오는 22일 연출 데뷔작 ‘짱구’를 선보인다. ‘짱구’는 이른바 ‘비공식 천만영화’로 불리는 ‘바람’(2009)의 세계관을 잇는 시퀄로, 매번 꺾이고 좌절해도 배우가 되겠다는 바람 하나로 버티고 일어서는 오디션 천재 짱구의 유쾌하고 뜨거운 도전기를 그린다.
전편이 그랬듯 ‘짱구’ 역시 정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바람’이 정우의 거친 학창 시절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배우라는 꿈 하나로 서울이라는 냉혹한 사회에 던져진 20대 청춘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정우는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은 물론, 주연까지 맡아 지난 10여 년간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겪어온 감정의 궤적을 진솔하게 녹여냈다.
정우는 “‘짱구’는 오래전부터 기획한 작품”이라며 “새로운 도전이자 또 한 번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결국 밝은 빛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며 “불안한 시기를 겪는 모든 청춘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영화 ‘짱구’ 스틸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이에 앞서 15일에는 장동윤이 신작 ‘누룩’으로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을 선보인다. 동네 사람들만 아는 소문난 양조장 집 딸이자 막걸리를 좋아하는 열여덟 살의 소녀가 변해버린 술맛의 비밀을 풀기 위해 사라진 누룩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2023년 단편 ‘내 귀가 되어줘’로 연출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장동윤은 ‘전통주’라는 한국적인 소재에 휴머니즘을 결합해 본인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누룩’은 정식 개봉 전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배우를 하면서 창작활동에 욕심이 생겼다”는 장동윤은 “‘누룩’은 팬데믹 시절에 떠올린 발상에서 시작된 영화다. 사람, 휴머니즘에 집중하다 보니 지금의 이야기에 다다르게 됐다”며 “내가 믿는 어떤 것으로 용기를 얻어서 힘 있게 끝까지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만 두 감독의 각오와 달리 작품의 흥행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감독 인지도로 동일 규모의 타 작품 대비 화제성을 선점했지만, 이것이 실제 관객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하정우, 류현경, 이희준 등 베테랑 배우들이 연출작을 내놓았으나 흥행이나 담론 형성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금까지 배우 연출작이 상업적 성공까지 거머쥔 사례는 사실상 이정재의 ‘헌트’가 유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우 감독은 대중적 인지도와 캐스팅 등에서 기성 감독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연출자로 추구하는 가치는 주로 예술적 표현, 개인적 감정의 승화에 치중되어 있다. 때문에 대중적 상업 영화의 문법과 완벽히 일치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이번 도전의 성패는 배우라는 이름값을 넘어, 연출자로서 관객의 공감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