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식품군 가운데 국민 1인당 소비량이 가장 높은 우유·유제품(원유 환산 기준 약 85.7㎏)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공급 차질과 물류 불안이 비료 가격, 농업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 식량 가격 전반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도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곡물뿐 아니라 축산·유제품 역시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갖고 있어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공급 안정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우유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품으로, 식량안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큰 품목으로 평가된다.
국민 1인당 우유·유제품 소비량은 원유 환산 기준 약 85.7㎏으로 주요 식품군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2025년 기준 국내 우유 자급률은 45.8%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유제품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수입 유제품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소비 기반은 크지만 생산 비중은 낮은 구조는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시장 개방 확대까지 맞물리며 수입 여건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관세의 단계적 철폐와 저율관세할당(TRQ) 확대 등의 영향으로 수입 물량은 2025년 기준 2010년 대비 1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낙농업계의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 사료값과 에너지 비용 등 생산비는 상승한 반면 원유 물량 감축 등으로 수익성은 악화되면서 최근 5년간 전체 낙농가의 12% 이상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악순환이 국내 우유 자급률 하락을 넘어 국가 식량안보 기반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유는 다른 식품과 달리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이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젖소 사육과 원유 생산은 중장기적 계획 아래 유지돼야 하며,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단기간 회복이 쉽지 않다. 또한 원유는 부패성이 높아 생산부터 유통까지 냉장 체계 유지가 필수적이어서 안정적인 국내 생산 기반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충남대학교 박종수 명예교수는 “원유는 송아지가 성장해 최소 2년이 지나야 생산이 시작되는 구조로 단기적으로 생산을 조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품목”이라며 “원유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유와 유제품 소비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국내 원유 기반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량안보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쌀과 곡물 중심에서 벗어나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단백질·영양 식품까지 포함하는 ‘생활형 식량안보’ 개념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우유는 신선식품 특성상 국내 생산 기반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품목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제 식량 위기나 기후 변화 등 외부 충격 발생 시 필요한 물량을 적정한 가격에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우유는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보호돼야 할 품목”이라며 “소비자 역시 신선하고 안전한 국내산 우유와 유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산업 기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공급망 불안이 일상화되는 시대, 국산 우유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국가 식량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자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