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의 나라를 택했다.
'프랑스 축구 영웅'의 아들 루카 지단(그라나다)이 알제리 대표팀 골문을 지키며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루카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상대한 그는 3실점하며 알제리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이름이다. 루카의 아버지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이끈 프랑스 축구의 전설 지네딘 지단이다.
아버지 지네딘은 알제리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태어났다. 알제리인 부모를 둔 그는 프랑스와 알제리 국적을 모두 보유할 수 있었지만, 선수 생활에서는 프랑스를 선택했다. 반면 아들 루카는 다른 길을 걸었다.
루카는 어린 시절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 1군 진입에 도전했으나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라싱 산탄데르와 에이바르 등을 거쳐 현재 스페인 2부리그 그라나다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U-16팀부터 U-20팀까지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다. 다만 성인 대표팀 단계에서는 프랑스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FIFA에 소속 협회 변경을 요청했고, 알제리 국가대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루카가 알제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의 뿌리였다. 루카는 알제리 출신 할아버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과거 비인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알제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가족에는 알제리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매우 기뻐하셨다. 국가대표에 선발될 때마다 전화를 걸어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신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버지는 내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최종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감독과 협회 관계자들의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알제리를 대표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했다"고 전했다.
루카에게 알제리 대표팀 유니폼은 단순한 국가대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소속팀에서는 아버지와의 비교를 피하기 위해 주로 이름인 'LUCA'를 유니폼에 새겨왔다. 그러나 알제리 대표팀에서는 'ZIDANE'을 등에 달고 경기에 나선다.
그는 "국가대표팀에 합류함으로써 할아버지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게 됐다"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의 후광 대신 자신의 길을 선택한 루카 지단. 프랑스 유니폼이 아닌 알제리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그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김수민 기자 bysumi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