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사용 의혹으로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퇴장당한 투수 고우석(28·세인트폴 세인츠)이 억울함을 주장하며 항소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과거 전례를 고려했을 때 출전정지 처분이 번복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미네소타 지역 언론인 파이오니어 프레스는 27일(한국시간) '고우석이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고 전했다. 고우석은 지난 25일 열린 콜럼버스 클리퍼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 트리플A)와의 홈 경기 2-3으로 뒤진 7회 초 등판했지만, 공을 하나도 던지지 못한 채 교체됐다. 마운드를 밟기 전 심판진의 글러브 검사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됐고, 감독과 코치진까지 모두 그라운드에 나오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 결국 퇴장 조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MLB와 마이너리그는 2021년 6월부터 투수의 이물질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 경기 중 장비 검사를 대폭 강화했다.
고우석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물질 사용 관련 해명. 고우석 SNS 캡처
고우석은 27일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살아오면서 단 한도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야구를 하며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정함이라고 믿어왔고 그 신념은 지금도 변함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문제가 된 글러브의 물질은 올해 초부터 사용하며 땀과 로진이 반복적으로 엉키고 가죽에 굳어 형성된 것'이라며 '어제(콜럼버스전) 사용했던 글러브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지금까지 경기마다 사용했던 글러브이고 경기를 진행하며 단 한 번도 문제 제기를 받은 적이 없다. 또 그것이 투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없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하며 선수노조를 통해 항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LA 다저스 소속으로 투구하는 에드윈 디아스의 모습. [AP=연합뉴스]
고우석의 상황은 최근 MLB에서 이물질 투구 관련 징계를 받은 불펜 투수 에드윈 디아스(현 LA 다저스)의 사례와 닮았다. 디아스는 뉴욕 메츠 소속이던 2024년 6월 이물질 사용 의혹으로 경기 도중 퇴장당한 뒤 억울함을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디아스는 "로진, 땀, 흙 외에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고, 항소 의사도 밝혔다. 반면 디아스의 글러브를 검사한 빅 카라파차 3루심은 "송진과 땀은 확실히 아니었다. 수천 개를 확인했다. 어떤 느낌인지 안다"며 "정말 끈적거렸다. 의심할 여지 없이 너무 끈적거려서 (판단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카를로스 멘도사 당시 메츠 감독은 디아스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디아스는 (끈적거림의 원인이) 로진과 땀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습해 시즌 초반보다 훨씬 자주 손을 닦아야 했고, 어쩌면 그 부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단과 선수 측의 해명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항소를 포기하면서 사무국의 출전정지 징계는 그대로 적용됐다. 당시 MLB닷컴은 "항소 과정에서 끈적이는 물질(sticky stuff)과 관련한 출전정지 처분이 번복되거나 기간이 단축된 사례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디아스에 앞서 이물질 투구로 징계받은 맥스 슈어저와 드류 스미스 역시 출전정지 처분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고우석의 항소 여부에도 출전정지 징계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을 이유다.
이물질 사용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고우석(왼쪽). [AP=연합뉴스]
다만 이물질을 검사하는 심판마다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건 MLB에서도 해묵은 논란에 가깝다. 슈어저의 대리인인 스콧 보라스는 과거 "MLB는 (주관적이지 않은)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검증할 수 있는 확실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사안 역시 징계 여부를 넘어 이물질 규정의 일관성과 판단 기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우석은 항소 절차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해야 하지만, 동시에 MLB가 그동안 유지해 온 엄격한 징계 기조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