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설경구,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 배우 설경구가 다시 한번 시대의 아픔을 품은 얼굴로 돌아온다. ‘가능한 사랑’에서 사회가 남긴 상처를 온몸으로 견뎌온 인물을 연기해, 극의 묵직한 축을 담당한다.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23일 극장에서 먼저 관객을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설경구는 극중 중공업 대기업에서 부당 해고를 당한 노동자 호석 역할을 맡았다. 호석은 총파업과 강제 진압 현장에서 겪은 일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아내 미옥(전도연)과 함께 살아가던 중 다큐멘터리 촬영하려는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를 만나면서 애써 묻어둔 자신의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설경구는 “호석은 침묵과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인물”이라며 “호석의 눈을 통해 그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했다”고 연기 주안점을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실제로 영화 초반 호석은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묵묵하게 과거의 아픔을 견뎌내는 과정은 설경구의 표정 연기만으로도 정확한 사연이 드러나기 전부터 이 인물이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는지 묵직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예지의 다큐멘터리 촬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눌러온 감정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른다. 특히 설경구는 극중 예지와 인터뷰를 하던 중 과호흡을 일으키는 장면을 통해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남아있던 상처를 한순간 폭발시키며 인물의 고통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돌이켜보면 설경구의 필모그래피에는 유독 시대와 사회가 남긴 상처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인물들이 자리해왔다. 시대의 비극부터 사회의 편견, 국가 폭력과 개인의 상실까지. 설경구는 사건 그 자체를 넘어 사건을 통과하고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다양한 얼굴을 연기한 배우다.
‘박하사탕’에서는 순수한 인간이 한국 현대사의 폭력 속에서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무너져가는 과정을 연기했고, ‘오아시스’에서는 전과자 연기를 통해 사회의 경계 밖으로 밀려난 인간의 얼굴을 그렸다. ‘실미도’에서는 국가에 의해 이용된 후 버림받아 사지에 내몰리는 인물의 분노를, ‘소원’에서는 끔찍한 범죄로 상처 입은 딸의 곁을 지키는 아버지의 아픔을 표현했다.
그동안 쌓아온 설경구의 강점은 ‘가능한 사랑’에서 십분 발휘된다. 시위 강제 진압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텅 빈 듯 살아가는 호석은 긴 설명이 아닌 설경구의 얼굴과 눈빛으로 완성된다.
이창동 감독 역시 “설경구는 호석이라는 인물의 내면의 어두움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며 “무엇보다도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어떤 다양한 감정들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배우다. 설경구가 호석의 적역이라기보단 그냥 그 인물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