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안세영(24·삼성생명)의 앞길을 번번이 가로막았던 최정상급 라이벌들이 이제는 그의 압도적인 기량을 인정하고 있다. 과거 안세영이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했던 천위페이(중국)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가 이제는 '안세영을 상대로 얼마나 경쟁력을 보였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3위 야마구치를 2-0(21-17, 21-9)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은 1962년 여자 배드민턴 단식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처음으로 AG 2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또 이번 대회에서 안세영은 상대에게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만난 세계 4위 천위페이는 달라진 안세영의 위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상대였다. 천위페이는 과거 안세영에게 7연패를 안기며 '천적'으로 불렸지만, 이번에는 0-2(5-21, 12-21)로 완패했다. 최근 부상 여파가 있었지만 천위페이는 패배의 이유를 몸 상태로만 돌리지 않았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그는 "랭킹으로 보면 나는 아직 톱4일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이미 그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세영과의 맞대결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실력의 두께가 상대보다 못했다"고 돌아봤다.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대한민국 안세영과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의 경기. 승리를 거두며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여자 단식 정상을 지켜낸 안세영이 태극기를 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결승 상대 야마구치는 이번 대회에서 그나마 안세영에게 가장 거세게 맞섰다. 1게임에서 16-16까지 추격했고, 이번 대회 안세영의 상대 가운데 유일하게 한 게임에서 17점을 따냈다. 두 게임 합계 26점 역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게임에서는 체력 저하와 범실이 이어지며 9점을 얻는 데 그쳤다.
패배 후 야마구치는 "정말 압도적이라고 생각했던 상대를 상대로도 싸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선수권 때와 비교해 한 걸음 나아갔다는 '손응답'을 얻었다는 취지였다. 세 차례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야마구치가 안세영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는 데 의미를 뒀다는 사실 자체가 두 선수의 달라진 위치를 보여준다.
안세영은 올해 57경기에서 56승 1패, 승률 98%가 넘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안세영에게 천위페이와 야마구치는 넘어야 할 벽이었다. 이제는 질문의 주어가 바뀌었다. 천위페이는 안세영과의 격차를 이야기하고, 야마구치는 안세영을 상대로 통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여자 배드민턴의 기준점이 어느새 안세영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