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이었다. 창원 NC 다이노스 원정에서 본지와 만난 박재현(20·KIA 타이거즈)은 인터뷰 말미 한가지 바람을 전했다. 그는 "아직 (1군에서) 3루타가 없다. 3루타를 한 번 쳐보고 싶다"며 멋쩍게 웃었다.
당시 박재현의 시즌 성적은 22경기 타율 0.279(61타수 17안타) 1홈런 8타점이었다. 1군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히며 하나씩 기록을 쌓아가던 그에게 3루타는 자신의 매력을 한층 더 발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박한' 이정표였다.
올해 1군에서만 홈런 19개를 때려낸 박재현. KIA 제공
이후 박재현의 방망이는 더 뜨거워졌다. 6월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데뷔 첫 3루타를 신고한 그는 정규시즌 종료 때까지 3루타 6개를 기록하며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주력을 뽐냈다. 단순히 빠른 발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었다. 타구를 판단하는 능력과 과감한 주루 센스가 더해지면서 박재현은 자신의 장점을 그라운드 위에서 하나씩 증명해 나갔다.
지난 시즌 종료 후 KIA는 유격수 박찬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테이블세터 역할까지 맡았던 박찬호의 이탈은 공격의 연결고리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여기에 베테랑 슬러거 최형우마저 삼성 라이온즈로 떠나면서 KIA는 타선의 무게감과 짜임새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루 센스와 콘택트 능력을 두루 갖추 박재현. KIA 제공
시즌 출발은 불안했다. KIA는 김호령과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 아시아쿼터 제리드 데일 등을 활용해 테이블세터를 구성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공격의 출발점에서 흐름을 만들어야 할 테이블세터가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3번 김도영으로 이어지는 타선의 연결도 매끄럽지 않았다. 중심타선 앞에 득점 기회를 차려줄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다.
그때 등장한 선수가 바로 프로 2년 차 박재현이었다. 그는 빠른 발과 과감한 주루,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앞세워 기존 전력의 공백을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장점을 앞세워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4월 28일 창원 NC전에 앞서 본지와 인터뷰한 KIA 박재현. 창원=배중현 기자
박재현의 매력은 기동력에만 머물지 않았다. 정규시즌 3루타 6개를 기록한 데 이어 홈런 19개까지 터뜨리며 장타력도 과시했다. 배터리를 흔드는 주루와 한 번에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장타를 겸비하면서 상대 팀에 부담을 주는 타자로 성장했다. 시즌 초반 팀이 마주한 전력 공백을 자신의 성장 기회로 바꿔놓은 셈이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공격의 활로를 뚫는 테이블세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멋쩍은 웃음과 함께 꺼냈던 "3루타를 쳐보고 싶다"는 바람은 정규시즌 대활약으로 돌아왔다. 소박한 목표에서 출발한 프로 2년 차의 도전은 이제 KIA 타선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성장 스토리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