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오직 소리에 의지해 몸을 던진 태극전사들이 적지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한국 남자 시각축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나고야 쓰루마 공원 시립운동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시각축구 예선 풀리그 3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석패했다.
시각축구는 전맹(스포츠등급 B1) 시각장애 선수들이 펼치는 5대5 종목이다. 골키퍼만 비장애인이나 저시력 선수가 맡고, 필드플레이어 4명은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뛴다. 풋살 규격 경기장에서 오프사이드나 스로인 없이 치러지며, 선수들은 내부에 방울이 든 공의 소리와 골대 뒤 가이드, 코칭스태프의 육성 지시에 의존해 움직인다. 수비 선수가 볼을 향해 접근할 때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외치는 의무 구호가 바로 스페인어로 “내가 간다”는 뜻의 “보이(Voy)”다.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공포와 충돌 위험을 정면으로 극복해야 하는 종목이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시각축구는 2010 광저우 대회 동메달 이후 인프라 부족 속에 세계랭킹 23위까지 떨어졌다. 국내 실업팀은 화성시청이 유일하며, 이번 대표팀 역시 화성시청 선수들을 주축으로 꾸려졌다.
이번 대회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이란, 태국 등 6개국이 풀리그를 치러 1·2위가 결승에 진출하고 3·4위가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한다. 1차전에서 인도를 2-0으로 꺾었으나 2차전에서 이란에 1-3으로 덜미를 잡힌 한국은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에서 숙적 일본(세계랭킹 3위)을 마주했다.
경기장은 홈 팬들로 가득 찼지만, 소리로 경기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종목 특성상 인플레이 도중 관중 함성이 금지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국은 ‘선수비 후역습’으로 맞섰으나 초반 일격을 허용했다. 전반 3분 만에 일본 에이스 하야시 겐타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내내 한국은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거센 공세에 밀렸고, 골키퍼 임형근의 연이은 선방으로 간신히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전반을 마쳤다.
사진=공동취재단 후반 들어 반격의 실마리를 풀었다. 1차전 인도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던 공격수 장영준이 후반 시작 1분 만에 하프라인 부근부터 환상적인 단독 드리블을 선보이며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다. 아쉽게도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장면이었다.
이후 경기는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후반 13분 일본 다카하시 히로토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위기를 넘긴 한국은 막판까지 총공세에 나섰으나 끝내 일본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지준민 대표팀 감독은 “세계 3위를 상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준비한 플레이가 나오지 못해 아쉽다. 수비에 집중했으나 단 한 번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며 흐름이 어려워졌다”며 “앞으로도 강팀들과의 승부가 이어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패배로 예선 전적 1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20일 중국, 21일 태국과의 남은 2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메달권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