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현정완표 서바이벌이 또 한 번 진화했다. ‘피의 게임’으로 서바이벌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현정완 PD가 이번에는 ‘술래게임’으로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전작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한발 더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1일 종영하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술래게임’은 추격전과 심리전이 맞물린 극한 체험형 추격 서바이벌 예능이다. 지난달 30일 첫 공개된 후 13명의 플레이어가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챙을 펼쳐왔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무엇보다 ‘술래게임’은 ‘피의 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현정완 PD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피의 게임’이 인간의 욕망과 배신, 연합과 그 사이의 갈등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서바이벌이었다면, ‘술래게임’은 여기에 누구나 알고 있는 술래잡기를 접목했다. 복잡한 규칙을 이해해야 즐길 수 있었던 두뇌 싸움에서 살짝 벗어나, 몸으로 뛰고 쫓는 직관적인 재미를 추가했다.
‘술래게임’에서 내세우는 가장 큰 차별점은 ‘판 안의 판’ 구조다. 참가자들이 눈앞의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동안, 그 안에는 전체 판을 흔드는 술래가 숨어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에서 이기는 것뿐 아니라 누가 술래인지 의심해야 한다. 하나의 게임 안에서 전체를 관통하는 또 다른 심리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실제로 초반에는 윤상현이 술래라는 의심을 받도록 상황이 흘러갔고, 그렇게 편집했다. 그러나 정작 술래는 박지민이었다. 서바이벌 예능을 섭렵한 마니아들에게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반전이었을지 몰라도, 비교적 가볍게 프로그램을 즐기는 시청자들에게는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기존 서바이벌의 고질적인 피로감으로 꼽혔던 정치 싸움에도 변화를 줬다. ‘피의 게임’을 포함해 기존 서바이벌 예능에서는 한번 형성된 연합과 갈등이 다음 게임까지 이어지면서 정작 게임의 승패보다 정치가 중요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초반에 세력을 확보한 참가자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소수에 속한 참가자는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도 했다.
‘술래게임’ 역시 연합과 배신이 존재하지만, 게임마다 달라지는 규칙과 역할이 기존 구도를 흔든다. 하나의 연합이 모든 게임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참가자들이 매번 누구와 손을 잡아야 유리할지 고민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도록 만들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예능 PD의 역량은 같은 판을 깔아놓더라도 어떤 출연자를 섭외하느냐에 따라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출연진의 캐릭터를 발굴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현 PD 연출의 가장 큰 강점이다. ‘피의 게임’을 통해 이미 익숙한 박지민을 비롯해 빠니보틀 등이 노련한 정치적 플레이로 판을 이끌었다면, 새롭게 등장한 플레이어들은 예상 밖의 활약으로 재미를 더했다.
말왕이 피지컬을 앞세우는 참가자가 아니라 게임의 규칙을 빠르게 파악해 전략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MBC ‘아빠! 어디가?’에서 귀여운 모습으로 익숙했던 이준수 역시 과감한 플레이로 상대를 속이는 등 반전 매력을 뽐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윤상현이다. 배우로 활동해온 윤상현은 ‘술래게임’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뛰어난 피지컬에 상황을 읽는 두뇌까지 겸비한 그는 빠른 달리기는 물론 상대의 심리를 이용하는 전략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그동안 작품 속에서 주로 바른 이미지의 캐릭터로 대중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극한의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물론 ‘술래게임’ 곳곳에는 ‘피의 게임’의 흔적이 남아 있다. 탈락한 참가자들이 별도의 공간에서 다시 살아남아 돌아오고, 이들이 새로운 연합을 형성하며 기존의 판을 뒤흔드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술래게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피의 게임’에서 효과를 봤던 장치를 가져오되 추격전이라는 신체적 요소와 술래라는 새로운 역할을 결합해 게임의 성격 자체를 바꿨다.
현정완 PD.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피의 게임’이 현 PD를 서바이벌 예능의 대표 연출자로 각인시켰다면, ‘술래게임’은 그가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냈음을 보여준다. 현 PD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서바이벌 연출가로서 자가복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잘하는 것을 계속 잘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와 가능성을 발굴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술래게임’은 이러한 고민이 실제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익숙한 성공 공식을 버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장치를 더해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피의 게임’에 이어 ‘술래게임’까지, 자신만의 서바이벌 세계를 넓혀가는 현정완 PD가 다음에 어떤 판을 벌일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