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사진=어도어, 다니엘 SNS 그룹 뉴진스 전 멤버 다니엘과 어도어가 33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거센 공방을 벌였다. 어도어는 뉴진스의 활동 중단으로 광고 계약 대부분이 무산됐다고 주장했고, 다니엘 측은 손해액을 입증할 자료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맞섰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기여도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도 여전했다.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의 가족,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330억 원대 위약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6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다니엘 측은 변론 시작부터 어도어의 감정자료 제출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손해액 감정은 뉴진스가 정상적으로 활동했다면 어도어가 얻었을 수익 등을 계산하는 절차로, 관련 자료가 충분히 확보돼야 감정 결과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다니엘 측 입장이다.
다니엘 측 대리인은 “원고가 노골적으로 소송을 지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변론기일에 모든 자료가 준비돼 있으니 다음 날 감정인에게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정인이 요구한 18개 항목 중 5개가 누락됐고, 피고가 이를 지적하자 어제저녁에야 부랴부랴 일부 자료를 제출했다”며 “원고 내부에 당연히 있어야 할 자료인데 왜 제출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이 늦어지는 상황도 문제 삼았다. 다니엘 측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은 가리고 제출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다시 영업비밀을 거론하고 있다”며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하고 추가 요구를 받는 방식으로 소송을 지연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앞으로 어떤 약속을 하더라도 믿을 수 없다”며 예정된 일정에 맞춰 재판을 신속하게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어도어 측은 의도적인 소송 지연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어도어 측 대리인은 “지난 9월 제출할 수 있는 자료 대부분을 감정인에게 전달했고, 추가로 요청받은 자료도 준비해 제출했다”며 “일부 자료는 영업비밀이나 비밀유지 의무와 관련돼 있고 원고 측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감정인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추가로 준비한 것”이라며 “여러 레이블의 자료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을 뿐 의도적으로 지연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어도어 측은 “저희가 신청한 감정인데 감정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할 이유가 없다”며 “피고 측에서는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지연하려는 의도나 목적은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양측의 공방을 들은 재판부는 제출할 수 있는 자료를 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적절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없는 자료로 볼 수 있다며 반복적인 공방보다 실제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감정 절차를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뉴진스의 예상 수익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민 전 대표의 기여도를 어떻게 반영할지도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장은 “감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희진 효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관한 부분”이라며 민 전 대표의 역할을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할 기준이 있는지 물었다.
특히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 르세라핌 등 다른 아이돌 그룹의 성과를 활용하는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장은 “특정 그룹 하나가 대표성을 갖는 통계의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해당 그룹의 실적을 뉴진스의 예상 수익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피고 측 대리인은 “민희진의 창작자로서의 가치는 대체할 수 없고, 사람의 가치를 숫자로 따질 수도 없다”며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기업의 수익을 감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어도어 측은 뉴진스가 이미 상당한 활동 경험과 성과를 쌓은 그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도어 측 대리인은 “이 정도 활동을 하고 경험을 쌓아 그룹의 정체성이 만들어진 멤버들에게는 신생 아이돌 그룹처럼 프로듀서 한 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 측 주장은 결국 민희진이 없으면 멤버들이 창출할 수 있는 매출이 0원이라는 의미로도 들리는데, 이는 말이 안 된다”며 “이 정도로 성장한 뉴진스라면 아티스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민희진 효과인지, 사업적인 효과인지, 두 가지가 결합된 효과인지 어떻게 고려해야 할지 양측에서 논리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관련 평가 기준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뉴진스의 활동 중단으로 실제 발생한 손해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어도어 측은 멤버들의 계약 이행 거절로 광고 계약 대부분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어도어 측 대리인은 “광고 계약 대부분이 멤버들의 이행 거절로 깨진 것이 맞다”며 “광고 계약을 모두 거절하면서 일부 계약만 선택해 이행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년 치 활동이 미리 모두 계획돼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모든 계약이 체결되고 공연장 대관까지 완료된 상태일 수 없기 때문에 하나하나 구체적인 계약을 밝혀 손해를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다니엘 측은 기존에 계획된 촬영이나 광고는 가능한 범위에서 진행했다며, 어도어가 주장하는 추가 활동 계획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니엘 측 대리인은 “활동 계획이 있었고 이를 이행하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최소한 어떤 계획이 있었는지는 밝혀야 한다”며 “예정된 프로젝트의 상세 내역을 요구했지만 원고가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실제 계약 체결 여부와 손해 발생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재판장은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면 공연장 대관 업체와 날짜가 잡혀 있었는지, 계약이 체결돼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며 관련 자료를 미리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해지되지 않은 광고 계약도 일부 있다는 어도어 측 설명을 들은 뒤에는 계약이 유지된 경우와 중단된 경우를 구분해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약 이행 거절 이후에도 진행된 광고와 중단된 광고의 내역을 비교하고, 기존 활동 실적을 활용해 향후 예상 수익을 추산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2일 7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8차 변론기일은 12월 3일 오후 3시 30분으로 지정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지난 2024년 11월 뉴진스 멤버 전원이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불거진 갈등에서 비롯됐다. 어도어는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어도어는 지난해 12월 다니엘에게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다니엘과 그의 가족, 민 전 대표 등을 상대로 위약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약 430억 9000만 원이었던 청구액은 이후 약 330억 9000만 원으로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