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에서 열린 탁구 혼합복식(스포츠등급 XD22) 은메달리스트 김기태-서양희.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하루에 3경기, 오전 경기에서 상대의 기권이 없었다면 4경기를 뛸 뻔했다. 코트 위에서 보낸 시간은 총 104분. 특히 마지막 혼합복식 결승전은 55분이나 걸렸다. 하지만 김기태(28·서울특별시청)는 "괜찮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서양희(40·울산장애인체육회)의 다독임 속에 김기태는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양희-김기태 조는 22일 저녁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스카이홀 도요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APG) 탁구 혼합복식(스포츠등급 XD22) 결승에서 일본의 아사노 타카하시-와다 나츠키 조에 게임 스코어 2-3(8-11, 9-11, 12-10, 13-11, 6-11)으로 패했다.
치열한 접전이었다. 첫 두 게임을 내리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3게임을 듀스 끝에 12-10으로 따내며 반격에 나섰다. 4게임에서도 끈질긴 추격 끝에 13-11로 승리, 게임 스코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5게임에서 초반 0-4로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만난 서양희는 "결승이다 보니 서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다"라며 아쉬워했다. 대회 3관왕을 눈앞에서 놓친 김기태 역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서양희는 "기태가 경기 끝나고 나오면서 '아, 내 3관왕!'이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김기태도 "많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지난 22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에서 열린 탁구 혼합복식(스포츠등급 XD22) 은메달리스트 김기태-서양희.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김기태는 이날 하루에만 3경기를 소화했다. 당초 4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상대의 기권으로 한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서양희 역시 이날 2경기를 연달아 치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장애인 경기라고 해도 이들은 휠체어가 아닌 입식 선수들이다. 3경기 동안 쌓인 피로가 상당하다.
서양희는 "하루에 4경기는 흔치 않지만, 국제대회에서 아주 가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태는 체력적으로 괜찮았느냐는 질문에 "괜찮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동생을 다독인 건 12살 많은 '누나' 서양희였다. 서양희는 선수들 사이에서 '서테레사'라고 불릴 정도로 신뢰를 많이 받고 있는 선수다. 두 선수는 경기 내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다. 서양희는 "어깨에 힘을 빼고, 살살 안전하게 넘겨주자. 서로 잘하는 걸 하자고 이야기했다"라며 "점수 차가 많이 벌어졌을 때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서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두 선수는 지난 항저우 대회에서도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합작했다. 당시 결승에서도 첫 두 게임을 내준 뒤 내리 세 게임을 따내며 역전 우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승부를 원점까지 돌렸지만, 마지막 한 게임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22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에서 열린 탁구 혼합복식(스포츠등급 XD22) 은메달리스트 김기태-서양희.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사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복식 호흡을 맞춘 횟수가 다섯 번 정도에 불과했다. 서양희는 "워낙 많은 선수가 있다 보니 개인전이나 남자복식 등 다른 종목에 훈련을 집중하면서 저희는 많이 맞춰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훈련량은 경기 중 끊임없는 대화로 메웠다. 서양희는 "솔직히 예선부터 너무 빡빡해서 통과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생각보다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잘 풀렸다. 박남수 코치님도 벤치에서 타이밍을 잘 잡아주셔서 조 1위로 결승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기태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3관왕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김기태는 "이번 대회는 경험으로 생각하고 LA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라며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서양희도 "이제 세계선수권대회가 남아 있다. 돌아가서 열심히 연습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