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이 9회 말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뒤 더그아웃에서 이승민과 포옹하고 있다. 티빙 중계 화면 캡처 "(이)승민아, 주자 깔지 말고 내려와 줘."
삼성 라이온즈의 핵심 투수 원태인과 이승민은 티격태격하면서도 끈끈한 호흡을 자랑한다. 서로에게 주자를 남기지 말라며 짓궂은 농담을 주고받지만, 정작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힘을 보탠다.
지난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2차전. 이승민은 크리스 페덱에 이어 8회 마운드에 올랐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안현민-힐리어드-김현수로 이어지는 KT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9회에도 등판한 이승민은 대타 장성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허경민에게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1사 2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원태인과 이승민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삼성 제공 이에 삼성 벤치는 원태인을 투입했다. 원태인은 한승택과 권동진을 연달아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승민이 남긴 주자를 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위기를 넘긴 두 투수는 더그아웃에서 진하게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두 사람의 포옹은앞서 주고 받았던 농담을 떠올리게 했다. KS 1차전을 앞두고 이승민은 원태인의 이중적인 주문을 폭로했다. 그는 "나한테는 주자를 남겨두지 말고 최대한 깔끔하게 막으라고 해놓고서는 막상 본인이 먼저 올라가면 '주자 남겨놔도 꼭 막아달라'고 하더라"고 황당해했다. 이어 "태인이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심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은 원태인의 바람과 달리 이승민이 주자를 남겨두고 내려왔다. 하지만 원태인은 실점없이 막아냈다.
포효하는 원태인. 삼성 제공 구단 유튜브에 따르면 원태인은 "분명히 올라갈 때 주자 깔고 내려오지 말라고 했는데, 승민이가 1사에 2루타를 맞고 내려왔더라. 속으로 원망도 했다"며 농담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때까지 승민이가 해준 게 너무나도 많다. 승민이가 보내고 내려온 주자가 팀의 패배로 바로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승민도 원태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2루타를 맞고 내려왔는데, 뒤에 태인이가 잘 막아줘서 너무 고마웠다. 다음에 태인이 뒤에 올라가게 된다면 나도 막을 수 있도록 열심히 던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