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가 침묵해도, 옆구리 통증에 몸이 아파도 안방에서 강민호의 존재감은 지워지지 않았다. 모처럼 휴식을 주려던 날에도 결국 그를 찾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향하는 길, 베테랑 포수 강민호의 힘이 또 한 번 드러났다.
삼성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KS(7전 4승제) 4차전에서 10-5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 12년 만의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긴 경기의 주역은 2⅔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추격을 끊은 이재희였다. 그리고 8타자를 연속 범타로 돌려세운 젊은 투수의 호투 뒤에는 강민호가 있었다.
이날 강민호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가을야구 내내 옆구리 통증을 안고 안방을 지켰던 그다. 전날 야간 경기에 이어 오후 2시 경기를 치르는 일정까지 겹친 탓에,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정말 쓰러질 것 같아서, 타이밍상 한 번 쉬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강민호를 선발에서 뺐다. 지친 강민호에게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휴식은 길지 않았다. 선발 장찬희가 4이닝 1실점으로 버틴 뒤, 5회 초 삼성 불펜이 흔들렸다. 사토시와 배찬승이 잇따라 주자를 내보내면서 7-1이던 점수가 7-4까지 좁혀졌다. 여전히 1사 만루. 넉넉했던 리드가 순식간에 위태로워졌다. 박 감독은 이재희를 마운드에 올리면서 포수도 강민호로 바꿨다. 경기 후 그는 “위기 상황에서는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 이재희-강민호. 삼성 제공
벤치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재희와 강민호는 김상수를 삼진, 허경민을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강민호는 후배에게 더 과감한 승부를 주문했다. “공이 좋으니까 가운데로 들어오라”는 말이었다. 어렵게 구석을 노리다가 주자를 쌓지 말고, 지금의 구위를 믿으라는 뜻이었다.
이재희는 “민호 선배가 가운데로 들어오라고 말씀해주시니까 내 공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며 “맞더라도 상관없으니 빨리빨리 승부하자는 생각으로 직구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KT의 강타자 샘 힐리어드와의 상대에선 “(스트라이크 존) 양쪽에 꽉 차게 던지려다 볼넷을 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솔로 홈런을 맞는 게 팀이 경기 템포를 가져가는 데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만루를 지운 투수에게 베테랑의 한마디가 확신까지 더했다.
삼성 강민호. 삼성 제공
구종 선택에도 경험이 묻어났다. 강민호는 이재희가 평소 승부구로 활용하는 슬라이더보다 이날 힘이 좋은 직구를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박 감독은 “이재희가 직구 승부를 많이 했다. 민호의 볼 배합이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재희는 7회까지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양 팀 합계 KS 역대 최다인 19사사구가 나온 경기에서, 두 선수는 빠르고 과감한 승부로 경기 흐름을 되찾았다.
타석에서의 답답함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부상 탓에 타석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어도, 포수의 가치를 타격 결과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투수의 공을 읽고, 상황에 맞는 승부를 고르고, 흔들릴 수 있는 후배의 마음까지 붙잡는 일. 이날 강민호가 마스크를 쓰고 보여준 장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