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사춘기(안지영·우지윤)에는 '반전'이 있다. '우주를 줄게' '썸탈거야' '여행' 등 노래가 가진 말랑말랑한 분위기처럼 소녀들과의 수줍은 대화를 기대했던 것도 잠시, "소맥 제조에 능하고 혼술을 합니다"라는 예상 밖 걸크러시 답변이 돌아왔다. "집에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거품기도 있고 좋아하는 흑맥주도 있어요. '나래바'에 이어 '볼빨간사춘기바' 같은 느낌으로 소소하게 술을 즐기죠." 겉보기엔 작고 여려도 그 속은 단단했고 특히 음악 앞에선 질기고 깐깐했다. 제31회 골든디스크 신인상에 이어 32회 음원 본상에 빛나는 지금의 '음원강자' 위치까지 올라온 것은 90%의 노력과 10%의 운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생으로 만나 각자의 대학에 진학하고 숱한 오디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음악 열정은 식을줄 몰랐다. 안지영은 서울과 고향 경북 영주를 매 주말 오가며 합주에 몰두했고 우지윤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 1년을 보내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나간 Mnet '슈퍼스타K6'는 동아줄을 내려줬고, 볼빨간사춘기는 그 기회를 금빛으로 장식했다. 볼빨간사춘기는 "골든디스크 신인상 수상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날 것 같아요. 상 받고 영주시 이름으로 플랜카드까지 걸렸다니까요"라고 감동을 회상했다.
-노래 반응을 자주 확인하나요. 안지영 "음원차트도 보고 리뷰도 봐요. '노래 해줘서 고맙다' '이 노래로 이런 생각 하게 됐다' 이런 글 있을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우지윤 "악플을 볼 때도 있는데 그냥 넘기려고 해요. 상처가 될 것 같은 글에 휘둘려서 나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안지영 "페이스북은 이제 하지 않고 있고 인스타그램 업로드만 하고 있어요. 안 좋은 글 보면 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더라고요. 예전엔 악플 사이의 선플을 찾으려고 쭉 봤는데 이제는 그냥 넘겨요."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해요. 안지영 "'대중픽'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우리만의 사춘기스러움을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친한 친구 이야기 듣는 것 처럼 노래에 담긴 편하고 친근한 매력이 아닐까요."
-지영씨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올랐어요. 안지영 "영광이었죠. 그런 기회가 정말 쉽게 오지는 않잖아요. 전인권, 이은미, 국카스텐 하현우 선배님과 사진도 찍었어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신 것도 잘 알고 있어요. 그때가 데뷔 1년차였는데 불안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이걸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윤씨도 볼빨간사춘기로 노래 하고 싶지 않나요. 우지윤 "언제든 기회가 되면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콘서트에서는 제 목소리를 들려드리니까 그런 이벤트성을 노리고 있죠. 또 저 혼자 관심 갖는 음악들 들려주고 보여주고 있긴 해요. 볼빨간사춘기 감성과는 조금 다른데, 조금씩 관심 가져주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인디밴드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없나요. 안지영 "자가복제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고민을 해봤어요. 근데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비슷하다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더라고요. 그 그룹만이 가진 색깔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여행'이라는 노래도 새로운 시도를 하긴 했지만 우리의 색깔은 잃지 않으려 했거든요. 사람들의 반응에 맞추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결국엔 우리의 색깔을 좋아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볼빨간사춘기는 계속 사춘기로 남는 건가요. 안지영 "사춘기가 늦게 오는 분도 있잖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지금 제가 사춘기예요. 자꾸 떠나고 싶어요(웃음). 오춘기나 육춘기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사춘기에 대해 한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우지윤 " 한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곡 작업할 때마다 사춘기 감성에 얽매어서 풀어내진 않거든요. 그때 그때 감정에 충실한 음악을 작업하고 있어요." 안지영 "경험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가사를 쓸 수 있으니까요."
-연예인 모임은 없나요. 우지윤 "그런 게 있나요 정말? 저는 혼자 카페가서 사람들 구경하고 이런 걸 좋아해요." 안지영 "다른 분들은 친해서 어디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워낙 그런 걸 몰라요. 방송도 없으니까 아는 사람만 아는 거죠. 헤이즈 언니는 우리 기타 세션 오빠가 같이 하고 있어서 친분이 생겼는데 몇 번 만나면서 언니랑 조금 친해진 것 같아요."
-'바람사람'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배우 지수와는 어땠나요. 안지영 "처음에 인사하는데 주변에서 놀려서 부끄러웠어요. 지수 씨가 '슈퍼스타K6' 때 응원했다고 해주시고 저도 감사하다고 작품 잘 봤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요. 왈츠를 추는 뮤직비디오 장면은 너무 어색했어요. '밥 드셨어요?' '덥죠?' 이런 말 하면서 춤 췄는데 그게 그대로 담겼더라고요."
-이상형이 궁금해요. 안지영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저의 사춘기를 이해해주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우지윤 "곁에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이요. 사실 이상형이 매번 바뀌는데 지금 딱 떠오르는 건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대시한 연예인은 없나요. 안지영·우지윤 "그런 일이 있나요? 최근 받은 대시는 컬래버레이션 제안인데 박명수 선배님이었어요. 라디오 프로그램 나갔는데 같이 음악 작업하자고 하시더라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