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사춘기(안지영·우지윤)에는 '반전'이 있다. '우주를 줄게' '썸탈거야' '여행' 등 노래가 가진 말랑말랑한 분위기처럼 소녀들과의 수줍은 대화를 기대했던 것도 잠시, "소맥 제조에 능하고 혼술을 합니다"라는 예상 밖 걸크러시 답변이 돌아왔다. "집에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거품기도 있고 좋아하는 흑맥주도 있어요. '나래바'에 이어 '볼빨간사춘기바' 같은 느낌으로 소소하게 술을 즐기죠." 겉보기엔 작고 여려도 그 속은 단단했고 특히 음악 앞에선 질기고 깐깐했다. 제31회 골든디스크 신인상에 이어 32회 음원 본상에 빛나는 지금의 '음원강자' 위치까지 올라온 것은 90%의 노력과 10%의 운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생으로 만나 각자의 대학에 진학하고 숱한 오디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음악 열정은 식을줄 몰랐다. 안지영은 서울과 고향 경북 영주를 매 주말 오가며 합주에 몰두했고 우지윤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 1년을 보내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나간 Mnet '슈퍼스타K6'는 동아줄을 내려줬고, 볼빨간사춘기는 그 기회를 금빛으로 장식했다. 볼빨간사춘기는 "골든디스크 신인상 수상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날 것 같아요. 상 받고 영주시 이름으로 플랜카드까지 걸렸다니까요"라고 감동을 회상했다.
-좋아하는 가수는 누군가요. 안지영 "초등학교 6학년 때 '다시만난 세계'를 보고 소녀시대 선배님을 쭉 좋아했어요. 골든디스크에서 태연 선배님 지나가시는 걸 봤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우지윤 "그때는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모든 분들 정말 다 좋아했어요."
-여러 가수들이 볼빨간사춘기 노래를 불렀는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안지영 "가수 분들이 한 것도 봤지만 일반인 분들이 해놓은 영상들도 봤어요. 다들 멋지고 잘하셔서 놀랐어요. 가수 중에선 방탄소년단 정국 선배님이 불러주시는 걸 봤어요. 우리 데뷔 초창기였는데 덕분에 차트에 진입해서 너무 놀랐고 감사했어요. 목소리도 너무 좋으시잖아요. 피프티앤드 박지민 선배님 목소리도 너무 좋아요." 우지윤 "황민현 선배님도 부르시는 거 봤어요." 안지영 "진짜 많은 분들이 불러주신 것 같아요. 수지 선배님이 부르신 걸 들을 땐 둘이 같이 차 안에 있었는데 '대박 대박 대박' 소리치면서 봤다니까요."
-추천곡이 있다면요. 안지영 "저는 '나의 사춘기에게'가 정말 좋아요. 예전에 써둔 걸 그 앨범 발매에 맞춰 꺼낸 곡인데, 결국엔 다 잘 될거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팬 분들이 저한테 편지나 메시지로 '힘들다'고 하실 때 힘이 되었으면 해요. 제가 생각한 가장 볼빨간사춘기 감정을 잘 담아낸 노래고요. 녹음하면서도 엄청 울었어요." 우지윤 "저는 그 노래 들으면 세상의 모든 절망을 다 끌어안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우울해서 못 듣겠더라고요. 저는 이번 앨범 '레드 다이어리 페이지2'에 수록된 '안녕 곰인형' 좋아해요. 처음에 가이드를 들었을 때도 좋았어요. 연주할 걸 생각하니까 그 자체로도 기대가 되더라고요. 경쾌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반전 매력이 있는 노래예요."
-둘의 취향이나 성격이 정말 다르네요. 우지윤 "정말 달라요. 그래서 오래 가는 것 같아요. 저는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힐링하는 편이고, 지영이는 집에 있는 편이에요." 안지영 "같은 성격이면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아요. 지윤이가 매일 빵빵 터뜨려줘서 재미있어요. 아침에 스케줄 시작부터 수다로 시작해요. 우린 차에서 잠도 잘 안자요." 우지윤 "그래서 스케줄 없을 때는 최대한 안 만나려고 노력해요. 어디가는지 물어보고 전 거길 안가는 거죠."
-타이틀곡은 '여행'이죠,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우지윤 "일단 만족스러워야 앨범이 나오는 거니까 언제나 우리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요. '여행'에선 변화를 준 점이 신선해서 좋은 것 같아요." 안지영 "전보다 우리의 색깔이 진해졌어요. 밴드 사운드도 많이 넣고 외모적으로는 헤어스타일 변신도 했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우리 노래를 공감해주는 반응도 많아서 굉장히 뿌듯해요. '여행' 들으면서 여름 휴가 계획 짠다는 분도 많더라고요."
-실제로 여행다니면서 작사했다고요. 안지영 "전에는 힘들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갔었는데 이번처럼 가사를 채우려 여행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혼자 여행을 자주 다니고 있어요. 맨 처음 갔던 혼자 여행지는 런던이었는데 비행기부터 내내 울다 왔어요. 너무 힘들었을 때 그렇게 울다 오니까 기분 전환이 되더라고요. 런던 갔을 때 '레드플래닛' 앨범 다섯 장을 들고 가서 홍보도 하고 왔어요. '알 유 싱어?' '예~ 아임 싱어'라면서 유튜브랑 인스타그램도 자랑했어요. 그때 안 유명했을 때인데 돌이켜보니 정말 웃기네요."
-유명해진 이후에도 여행을 다녀왔나요. 안지영 "회사에 말 안하고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하하. 다행히 스케줄 없을 때라서 혼자 마음껏 즐기다 올 수 있었어요. 일본에 갔는데 신칸센이 50년만에 고장난 거 있죠? 그 안에 제가 타고 있었다니까요. 일본 분들이 제가 한국인인 걸 알고 '두유 노우 비티에스?'라며 방탄소년단 아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김에 우리 노래 홍보도 덩달아 하고 왔어요." 우지윤 "저도 가려고 스케줄을 짰는데 일이랑 겹쳐서 다 취소했어요. 올해 캐나다나 미국 등 영어권으로 혼자 여행 다녀오는 게 목표예요. 혼자 나가는 게 조금 두렵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에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가요. 안지영 "너무 많아요. 20대 초반의 청춘은 꿈꾸는게 많으니까요. 더 큰 무대에서 많은 분들과 공연해보고 싶고 멀리 나가서 새로운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우지윤 "나이 들어서도 재미있게 음악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곡 작업도 열심히하고 지금부터가 중요할 것 같아요." 안지영 "지난해부터 대만 홍콩 일본까지 해외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현지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해외 팬 분들하고도 소통을 잘 할 수 있으니까, 요즘엔 둘이서 언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7월 콘서트 스포를 한다면요. 안지영 "7월 14일, 15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여행'을 여는데 일단 단독콘서트라는 타이틀에 굉장히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우리만의 특별 무대가 있다는 거죠. 지난해에는 워너원 '나야나'·선미 '가시나'·현아 '베베'·우원재 '시차' 등 솔로 커버 무대를 했는데, 제가 춤을 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번에도 기대해 주세요." --------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사진=김민규 기자 영상=이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