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댁' 서민정(38)이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 속 '꽈당 민정'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는 용기 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첫 복귀 신고식은 MBC '일밤-복면가왕'. 10년 전 음치로 활약하던 그가 음악 예능으로 복귀했다. '하이킥' 이후 최고의 전성기에 올랐지만 곧바로 결혼하고 연예계를 은퇴, 미국으로 떠난 서민정은 이후 1년에 한 번씩 한국에 들렀지만 연예활동을 하진 않았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한 가정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갔다.
그랬던 그녀가 화려한 여름휴가를 보냈다. '복면가왕'을 시작으로 '오빠생각'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3'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냉장고를 부탁해' 등의 예능에 출연해 시청자와 마주했다. 10년간 묵혀둔, 방송에 대한 갈증을 속 시원히 풀고 지난 2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와의 마지막 인터뷰는 취중토크가 장식했다.
※취중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가장 좋은 점은.
"길에 다 한국 사람이고 한국어만 들리는 게 너무 좋아요. 영어를 잘 못 하거든요. 주부니까 필요한 영어만 하는 정도에요.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아이가 잘하고 있냐' 혹은 엄마들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대화만 해요. 깊은 얘기는 못 해서 맨날 하는 말만 하거든요. 미국에선 거의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고 주부의 업무를 해요. 늘 일상이 똑같아요. 종일 아무랑 얘기도 안 하고 하루가 지나간 적도 많아요. 그래서 퇴근해서 남편이 오면 무척이나 반갑고 그래요."
-한국에서 딸과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놀이공원 다녀오고 직업체험 해볼 수 있는 곳에 자주 가고 그랬어요. 특별한 건 없어요. 미국에선 학교가 오후 3시에 끝나요. 이후 배우는 거 뭐 하나 하면 6시, 저녁 먹고 숙제하고 자죠. 딸도 한국에 오는 걸 너무 좋아해요. 친구들한테도 한국이 너무 좋다고 자랑해요. 그래서 작년엔 미국 친구 2명이 같이 한국에 왔어요."
-딸이 엄마가 연예인인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딸이 워낙 수다쟁이라 다 얘기하고 다녀요. 엄마가 연예인이었다고 말해서 주변 친구들이나 엄마들이 다 알거든요. 한국에 오니 방송국 구경을 시켜달라고 하는데 너무 오래되어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방송국 앞에서 사진 하나 찍으려고 상암 MBC 앞에 데리고 갔었어요. 올해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딸이 정말 활발한가 봐요.
"외국에서 태어났어도 모습이 한국 사람이잖아요. 완벽한 외국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 한국 이름으로 지었고 한국어를 가르쳤어요. 자기도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한 긍지가 있어요. 비빔밥, 김밥을 만들어서 친구들을 대접하고, 학교에서 'K팝스타' 놀이를 만들어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
-복귀한 방송을 본 가족들 반응은요.
"딸이 너무 좋아했어요. 미국에서부터 '복면가왕' 출연을 위해 계속 준비하고 있었는데 딸이 주변에 알리고 싶어 하더라고요. 하지만 절대 얘기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어요. 방송되고 나서 답답했는지 '이제 말해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말해도 된다고 하니 창문을 열고 '우리 엄마 좀 전에 나왔는데. 감자튀김이 우리 엄마예요'라고 소리치더라고요. 식당 가서도 가만히 못 있어요. 다른 테이블로 가서 '우리 엄마가 얼마 전 '복면가왕'에 나왔는데 연예인이고 성이 서 씨에요'이래요. 그 순간 정말 민망해요.(웃음) "
-연애 1년 만에 결혼했죠.
"후다닥 결혼했어요. 미국에서 살다 보니 그렇게 많이 준비할 것도 없었어요. 남편이 원래 살던 집에 들어가서 살았거든요. 멀리 사니까 싸워도 친정엄마한테 하소연할 수 없고 근처에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잘 안 싸우게 되더라고요. 해외에 사니 뭉칠 게 가족밖에 없어요. 결혼 생활 10년이 되다 보니 이젠 어느 선만 안 넘으면 싸울 일이 없다는 걸 서로 알아요. 그래서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죠. 서로를 불쌍히 여기면서 살아요. 시댁은 캐나다에 있어요."
-갑작스런 연예계 은퇴에 대한 후회는 없나요.
"후회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요. 딸이 있잖아요. 외로울 때, 힘들 때 딸을 보면 좋았어요. 의지가 많이 되고요. 둘이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요. 딸이 어른스러운 부분도 있거든요. 내가 기운이 없으면 '엄마 슬퍼? 할머니 보고 싶어서 그래?'라고 물어요. 10년 동안 자기 키우느라 고생했다고 하기도 하고요.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그런 만큼 '하이킥'에 대한 기억이 애틋했을 것 같아요.
"인생에서 제일 큰 선물 중 하나에요. 딸도 그렇지만 '하이킥'도 그래요. 솔직히 2달 정도 하다 없어질 수 있는 역할이라는 걸 알고 들어갔기 때문에 오래 하게 될 줄 몰랐어요. 많이 사랑해준 덕분에 끝까지 할 수 있었어요. 10년 뒤에 돌아와서 TV에 나올 수 있는 것도 '하이킥' 덕분이죠. 아니었으면 벌써 잊혔을 거예요."
-실제로도 잘 넘어지나요.
"학교 다닐 때 넘어져서 무릎만 6차례 꿰맸어요. 학교 앞에서 넘어져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가서 꿰맨 적도 있어요. 항상 그 무릎만 까졌어요. '하이킥'에서 '꽈당 민정'이라는 설정이 처음에 나왔을 때 '어떻게 아셨지?'란 생각에 놀랐어요. 김병욱 감독님이 원래 그 배우의 모습을 잘 꺼내요. '하이킥' 대사들을 보면 실제 내가 하는 말들이 많아요."
-최민용 씨는 만났나요.
"민용 오빠가 해외 스케줄 등 활동이 바빠서 만나진 못했어요. 근데 어딜 가도 내 얘기를 많이 해줘 오랜만에 시청자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었어요. 용기내 인사할 수 있도록 도와줘 고마워요. 10년이 지나서 방송국에 인맥도 없고 기획사도 없는데 민용 오빠 덕분에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하이킥' 식구들과 '라디오스타'를 통해 만났죠.
"너무 좋았어요. 결혼식 때 만나고 못 봤는데.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함께 해준 (박)해미 언니, (정)준하 오빠한테 정말 감사해요. '하이킥 식구인데 우리 뭉쳐야지!'라면서 흔쾌히 출연해 편하게 방송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또 해미 언니가 공연에 초대해줘서 재밌게 관람하고 왔어요."
-미국 생활 10년은 어땠나요.
"진짜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외로움을 느낀 1, 2년의 시간이 있었고 이후엔 딸 낳고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10년이 지났네요. 개인적인 시간은 밤늦게 한국 TV를 보는 거예요. 다 잠들고 난 뒤 물컵에 남은 와인 한잔 따라 마시면서 홀로 TV를 봐요. 그때가 제일 행복해요."
-남편만 보고 미국까지 달려갔잖아요.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 그때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 캐스팅이 됐어요. 예능적 이미지가 강하니까 예능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라디오도 접고, MC 두 세 개 보던 것도 접었어요. 근데 얼마 못 가 잘리게 됐어요. '내가 정말 연예인으로서 재능이 없나' 이런 생각이 들 때쯤 소개팅을 하고 그랬는데 남자들이 다 날 싫어하더라고요. '연예인이라서 그냥 한번 보러 나왔다'부터 '노래 정말 못 부르는지 궁금하다', '연예인인데 통장 몇 개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어요. 세상에 날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결혼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찰나 추석인사 차 김병욱 감독님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작은 역할인데 한번 해보겠냐고 연락이 와서 시작한 게 '하이킥'이었어요. 그때 남편도 만나게 됐어요. 아는 친구의 친구였거든요. 우연히 만났는데 계속 연락이 오더라고요. 왜 연락하냐고 물으니 '착해서 좋다'고 해서 뭔가 안심이 됐어요. 2달 후면 잘릴 거라고 하면서 결혼하자고 했죠. '하이킥'을 오래 하게 될 줄 몰랐으니까요."
-대세가 됐는데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고민됐죠. 작품이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는데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영화로 제작까지 하려고 했으니까요. 2개월이면 될 줄 알았던 촬영이 길어졌고 영화까지 제작된다니 욕심이 났어요. 하지만 남편은 내가 아무것도 아닐 때부터 기다려준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결혼했죠."
-(원더걸스) 선예와의 인연 역시 화제였어요.
"선예는 캐나다에서 지내요. 자주 보진 못 하는데 남편 일 때문에 가끔 뉴욕에 오면 만나요. 내가 결혼했을 때 원더걸스가 미국 활동할 때였어요. 보면서 '멋있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 결혼해서 해외에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오지 마'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너무 어리더라고요. 이후 기회가 닿아 만나게 됐죠. 근데 정말 어른스러워요. 아이가 둘인데 잘 키우고. 그 친구를 보면서 기운을 내요. 나보다 어린 친구가 저렇게 잘하는데 언니인 내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선예는 진짜 단단한 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