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 백상예술대상 후보작 상영제 스페셜 GV가 진행됐다. 이준익 감독과 여주인공 가네코 후미토 역의 최희서, 일본인 검사 다테마스 역의 김준한이 참석해 그간 들려주지 않았던 생각과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박열'은 백상예술대상 후보작 상영제 작품 중 가장 먼저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A열부터 마지막 열까지 관객들로 가득찼다. 배우들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이곳저곳에서 눈길을 끌었고, 이준익 감독의 말 한마디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둡고 암울한 시대를 그리면서도 유쾌함을 담으려했던 '박열'처럼, 진지하고 묵직한 토론이 오가는 중에도 웃음이 빠지지 않았던 특별한 GV였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영화다. 지난해 6월 개봉해 2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 최우수여자연기상(최희서) 신인여자연기상(최희서) 신인남자연기상(김준한) 시나리오상(황성구)까지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백상예술대상 후보작 상영제는 3년 연속 개최되는 행사다. '박열'을 시작으로 '1987(장준환 감독)'·'남한산성(황동혁 감독)'·'신과 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택시운전사(장훈 감독)'까지 작품상 후보에 오른 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장성란 영화기자의 진행으로 각 작품의 감독과 배우가 참석해 관객과 직접 소통한다.
21일 오후 3시 황동혁 감독과 함께하는 '남한산성' GV와 오후 7시 장준환 감독, 배우 김윤석이 참석하는 '1987' GV가 진행된다. 22일 오후 3시에는 장훈 감독과 제작사 더램프 박은경 대표가 '택시운전사'로 관객을 만나고, 마지막 7시에 김용화 감독과 배우 김동욱이 '신과 함께-죄와 벌'의 감동을 다시 한번 전달한다.
올해 제54회 백상예술대상은 오는 5월 3일 오후 9시30분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다.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며, JTBC·JTBC2·JTBC4에서 생방송된다.
-가장 불운한 역사 속에 살았던 젊은이들을 이 시대의 관객들에게 던져준 이유는 무엇인가. 이 "거대한 담론을 말로 정의내린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부정확하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다. 비교를 하자면 그때의 시대가 젊은이들에게 더 가혹했을 것이다. 그러나 힘들고 가혹하다는 것은 내가 무언갈 열심히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거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이지 않을까. 내가 뭘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재미 없는 세상일 수 있다. '심심한 부자가 될래, 가난하지만 재밌게 살래'라는 선택지가 있으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심심한 부자도 좋지만, 좀 가난해도 재밌게 사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인상 깊다. 이 "임울한 시대의 우울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유쾌함을 관객들과 나눠야 한다. 그래서 밝고 유쾌한 음악이 많다."
-다테마스를 일본인의 입장에서 연기했다는데. 김 "그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생각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이 있었다. '한국인이 일본일을 묘사하는 건 한국인의 방식대로 해석할 것이다'라는 게 싫었다. 철저히 일본인으로서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야 공평한 거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여기 나오는 모든 일본어 대사를 들었을 때 일본인이 들어도 일본어로 들릴 정도로 완벽을 추구했다. 일본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게끔 연습했다. 나름의 자존심이 있었다."
-다테마스에게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어떤 존재였을까. 김 "영화 속 다테마스가 박열에게 실제로 흔들리려고 하고, 마음을 준 것 같기도 하는데, 사람 사는 게 그렇지 않나. 다테마스도 박열에게 연민이 생기기도 했다가, 짜증도 났다가, 나의 이득을 위해 행동하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최소한 그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결론을 내고 싶었을 거다."
-후미코는 스스로 세상을 버린 것일까, 타살 당했을까. 최 "실제로도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후미코가 썼던 마지막 글들은 먹칠이 돼 있다. 그녀가 유서를 남겼다고 하더라도 일본인들도, 학자들도 찾아볼 수 없는 문서가 됐다. 하지만 그녀를 생각했을 때, 자기의 의지대로 살지못한 채 죽을 때까지 강옥에서 산다는 것은 죽음보다 가혹한 것이라 여겼을 거다. 감독님과 나는 후미코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을까 결론 내렸다."
-다테마스는 최종 공판 자리에까지 등장했다. 다테마스는 박열을 동정한 걸까. 이 "실제 다테마스라는 인물이 그 재판을 끝으로 퇴직 당했다. 심문을 한 당사자로서, 사건의 담당 검사로서,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했다고 생각했다. 사실과 진실이 같지는 않지 않나. 사실은 일본 제국주의가 원한 사실이다. 다테마스는 심문 과정에서 진실을 엿본다.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는 개인의 진실, 사회의 폭력성의 진실이다. 사실은 마지막 법정 장면에서 갈등을 많이 했다. 그렇게 김준한이 꼭 나타나고 싶다고 했다.(웃음) 이 친구가 매력이 없었으면 '안 돼!'했을 텐데 이 친구가 매력이 너무 넘쳐서. 하하하."
김 "이상하게 감정 이입이 됐다. 이상한 동지애가 있다. 실제로 박열과 마지막 심문에서 굉장히 오랜 과정이 있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이고. 젊은이로서 갖게 되는 진실에 대한 그런 것 있지 않나. 모든 인간이 선택은 못 해도 마음은 다 진실을 원하지 않나. 그런 감정이 아니었겠나."
-후미코에게 다테마스는 어떤 존재였을까. 최 "나와 박열은 완전 친구처럼 느꼈을 거다. 당시 재판 기록을 보면 후미코가 '그랬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그랬잖아요'라고 말했다. 거기서부터 나는 시작했다. 90년 전 그들의 대화 속으로 들어갔다. 후미코는 처음부터 여유롭지 않나. 장난도 친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해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