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심층기획] 선거철 ‘내 편 만들기’…3년 전 ‘베트남 프로암 사태’ 답습 우려
등록2019.05.22 06:00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올해 말 대의원 선거를 비롯해 내년 초 이사 대부분을 새로 뽑는 선거를 치른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과 이사들은 총회와 이사회를 구성하고, 협회에 산적한 각종 사안들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다. 일간스포츠는 KLPGA 기획 진단 두 번째로 편 가르기와 파벌, 권력화로 얼룩진 KLPGA 대의원과 이사들의 백태를 들여다본다.
대의원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면 뜨거워질수록,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매번 벌어지는 '내 편 만들기'도 심해진다. 김상열 KLPGA 회장의 말처럼 "밥 잘 사 주고, 인기 많은 사람이 계속 이사하고 바뀌지 않는 협회"의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3년 전 베트남에서 있었던 프로암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베트남 프로암 사태'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6년 2월, 베트남에서 진행된 2박 4일 일정의 '한국-베트남 친선 프로암'을 일컫는다. 보통 정규 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프로암과 달리 이벤트성 프로암으로 개최됐으며, KLPGA 정회원 23명이 참가했다. 당시 KLPGA가 이벤트성으로 치르는 프로암이 연간 20~30개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최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돈, 그리고 개최 시기다. 해당 프로암에서는 참가자 1인당 3000달러씩 총 6만9000달러가 지급됐는데 이 돈을 강 수석부회장이 관리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통상 프로암 참가에 관련해서 지급되는 사례비의 경우 협회를 통해 개인 통장으로 입금되는데 이 돈은 현장에서 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불거졌다.
한국-베트남 프로암은 당시 기준으로도 10년 가까이 진행돼 온 행사로, 강 수석부회장은 당시 "협회에서도 공인했고 정식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일각에서는 그 실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강 수석부회장뿐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전체적인 프로암 경비의 규모는 참가 인원 23명의 왕복 항공료와 식사·숙박비 등의 체류비를 포함하면 최소 10만 달러를 웃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개최 시기다. 프로암 개최 시기는 그해 3월 29일 열리는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해당 프로암에 참가한 KLPGA 정회원 23명 중 8명이 대의원이었다는 점은 당시에도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대의원들이 그런 상황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이 문제를 두고 법조계 한 변호사는 "이 프로암에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 일부도 참석했다고 하는데 누가 초청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해당사자가 참석 인원을 구성했을 경우, 회원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해당 프로암은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베트남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