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멤버로, 싱어송라이터로 故종현은 생전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생전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래가 좋아서 가수가 된 종현은 마음의 병을 얻었다. 이름을 알리고 사랑을 받는 직업을 얻는 대가는 가혹한 악플이라는 상처로 돌아왔다.
8일 전 올랐던 단독 콘서트 '인스파이어드'에서도 악플에 관한 노래를 들려줬다. 쉽게 먹을 수 있는 '와플'을 쉽게 만들어지는 악플과 루머에 비유했다. 해시태그 모양에서 와플로 발전시킨 재치있는 가사였지만 동시에 내면의 상처를 밝게 풀어낸 노래이기도 했다. 가사에는 "누가 사귄다더라. 싸웠다더라. 그렇다더라" 등 주변의 말이 루머로 번지는 과정을 담았다.
고인은 이 노래를 세상에 꺼내놓지 못하고 먼저 눈을 감았다. 유서를 통해 우울증을 고백했고 도망치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인터뷰나 방송에서 "열등감에서 원동력을 얻는다. 남보다 못하니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털어놨던 종현은 상처를 이겨내지 못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며 외로워했다.
동료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소녀시대 태연은 "그게 너고 또 다른 그 또한 너라고 해서 널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어. 널 무지 좋아하고 사랑하고 토닥여 주고 싶고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싶었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기회를 잃고 후회하고 있는 내가 너무 밉다. 너무 안타깝고 아깝고 소중한 우리 종현이"라며 "수고했어. 외롭지 않게 해줄게"라고 말했다. 소란 고영배는 "항상 먼저 물어봐주고 웃어주던 너였는데 나는 왜 네가 그렇게까지 아픈 줄을 몰랐을까. 그게 너무 미안하고 아프다. 가장 열정적이고 천재적인 뮤지션, 진심으로 이야기하던 DJ, 내 사랑하는 친구이자 동생"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수만·보아·엑소·소녀시대·레드벨벳·NCT·방탄소년단·아이유·슈퍼주니어·지코·FT아일랜드·에픽하이·이적·워너원·김민종·하이라이트·비투비·헨리·강호동·크리스탈·유희열·김신영·러블리즈·인순이·김새론·장현승·박성광·빅스·에이핑크 등이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고 종현은 지난 18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친누나가 받은 문자 메시지 '이제까지 힘들었다'·'나를 보내달라'·'마지막 인사다' 등의 내용과 고인이 콘서트를 앞두고 지인인 디어클라우드 멤버 나인에게 맡긴 글을 유서로 봤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21일 오전 9시 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