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 푹 빠졌던 팬들이라면 '킹스맨: 골든 서클'을 보면서 여러 번 내뱉게 될 감탄사가 아닐까.
'킹스맨: 골든 서클'이 1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첫 공개된 가운데, 콜린 퍼스와 태런 에저튼, 마크 스트롱이 20일부터 내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영화에 대한 예비 관객들의 관심이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
국내에서 누적관객수 612만 명을 돌파하며 깜짝 신드롬을 일으켰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슬며시 다가와 예상밖의 포인트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킹스맨: 골든 서클' 역시 관객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속편으로 탄생하는데 성공했다. 팬들이 봐도, '킹스맨: 골든 서클'을 통해 '킹스맨' 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될 관객들이 봐도 '재미없다'는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매튜 본 감독은 속편을 통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관람한 팬들에게 조금 더 친절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본편에 애정을 표해준 팬들을 잊지 않았고, 속편만의 강점을 살리면서 1편과의 관계성 역시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곳곳에 1편에서 유명했던 장면을 오마주 시키는 것은 물론, 재등장 캐릭터들도 상당해 반가움을 자아낸다.
일단 1편을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 대사, 장면들이 의외로 많다. 극 초반 이야기되는 주인공 에그시(태런 에저튼)의 특징과 주변 인물들은 전 편에서 고스란히 넘어와 2편의 오프닝 시퀀스를 꽉 채운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있었기에 '킹스맨: 골든 서클'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을 확실시 하는 것. '킹스맨 유니버스' 세계관을 확고히 다지는데도 중요하다.
특히 '킹스맨: 골든 서클'이 제작되는 2년 내내 가장 기대를 모으고 궁금증을 자아냈던 콜린 퍼스의 등장은, 등장 전 후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넣은 매튜 본 감독의 노련함이 빛을 발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후(後)' 보다는 '전(前)'이 더 마음에 남을 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에그시(태론 에저튼)이 추억하는 해리(콜린 퍼스)의 모습들은 해리를 기다린 관객들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밀당의 귀재 매튜 본 감독은 1편에서 촬영했지만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던 신을 2편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결국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팬서비스 컷이나 다름없다.
또 1편에서 멘토와 연습생의 관계였던 해리와 에그시는 조금 더 나아가 아버지와 아들의 수준까지 그 깊이를 더한다. 해리에 대한 에그시의 애정은 철딱서니없는 성격과 별개로 맹목적이다. 믿음과는 다르다. 그리고 해리가 에그시를 부르는 애칭 '에기'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여전히 더 귀엽게 들린다.
빌런들의 스케일은 더욱 강해졌다. 결코 빌런을 빌런처럼 보이지 않게 설정하는 매튜 본 감독의 감각은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관계성은 비슷하다. 빌런 수장 발렌타인(사무엘 L.잭슨)과 가젤(소피아 부텔라)은 포피(줄리안 무어)와 악당들은 찰리(에드워드 홀크로프트)로 사실상 성별만 뒤바꼈다.
사람이건 무엇이건 깔끔하게 두 동강 내던 가젤의 칼은 페드로 파스칼(에이전트 위스키)의 올가미로 재탄생, 같지만 다른 신선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물론 반전은 있고, 관객들의 뒤통수를 칠 만한 설정들도 많다. 잔혹하지만 잔혹하지 않게 보이는데 도가 튼 매튜 본 감독은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도 잔혹함의 세기를 더한다. 그 만큼 배경음악의 중요성도 크다. 다만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내 머리가 터지는 듯 소름돋는 한 방이 있었다면, '킹스맨: 골든 서클'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강강'으로 이어져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여성 캐릭터에 대한 매튜 본 감독의 시각 역시 큰 변화는 없다. 이번에도 (좋지 않은 쪽으로) 많은 평을 양산해 내지 않을까 예측된다.
쿠키 영상은 없지만 엔딩 장면은 누가봐도 '킹스맨3'를 염두해 둔 마지막 포인트다. 2편에서 큰 활약없이 다소 허무한 존재감을 내비치는 채닝 테이텀이 장식한다. 3편을 위해 2편에 잠깐 등장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사랑받은 이유를 뜯어본다면 사실 작품성이 뛰어나서는 아니다. '킹스맨: 골든 서클'에 거는 관객들의 기대도 작품성은 아니다. '콜린 퍼스만 많이 나와주면 된다' '콜린 퍼스 얼굴이 개연성' 'B급 병맛 스토리의 A급화' 등 반응도 비슷하다. 그 만족감은 확실하게 채워줄 '킹스맨: 골든 서클'이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 이유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