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콜린 퍼스가 "Manner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을 들려준다. 마성의 매력으로 영화의 개연성도 만들어버리는 영국 신사가 부활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킹스맨: 골든 서클'이 베일을 벗었다. 극 중 콜린 퍼스가 연기하는 해리는 전편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상황. 그가 속편에도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부터 팬들의 관심사는 한 곳에 쏠렸다. 언제, 어떻게, 왜 콜린 퍼스가 부활하는지다.
돌아온 콜린 퍼스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잠시 한 눈을 판 관객이 있다면 등장만으로 다시 집중하게 만든다. 새로운 버전의 "Manner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를 들려주면 왠지 모를 감동의 전율까지 느껴진다. 관객의 시선과 청각을 사로잡는 콜린 퍼스의 존재감 덕분이다.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는 수트를 입지 않은 콜린 퍼스도 발견할 수 있는데, 수트든 아니든 매력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팬들에겐 콜린 퍼스의 수트핏이 아닌 또 다른 '핏'도 발견할 수 있다. 스포일러이자 힌트를 제시하자면, 수트를 입지 않은 콜린 퍼스는 때론 귀엽고 때론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한다. 옷만 갈아입는 게 아니다. 전편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그는 젠틀하면서도 차갑고, 또 때론 사려깊고 따뜻했다. 어른의 매력으로 가득했다. 이번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는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완벽해 보이기만 했던 해리의 변신이다.
사실 콜린 퍼스의 부활 과정 전개에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그가 직접 말했듯, 쌍둥이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 허점을 찌르는 '킹스맨' 답게 해리의 부활 과정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연으로 담는다. 다만, '킹스맨' 답지 않게 신선하지는 않다. B급 재미를 선사하기보다는 허술함에 가깝다. 우연찮게 부활했고, 우연찮게 에그시(태런 애저튼)을 만나고, 우연찮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영화의 핵심인 해리의 부활 과정이 이렇게밖에 그려질 수 없었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린 퍼스다.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를 존재감으로 설득한다. 그가 연기하는 해리의 매력으로 '이 정도 쯤이야'라며 이해하게 만든다. 개연성이 곧 콜린 퍼스인 셈이다.
영화는 썩 나쁘지 않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비교하면 혹평할 관객들도 있겠지만, 굳이 비교하지 않는다면 실망하지 않을 정도다. 콜린 퍼스는 이 '썩 나쁘지 않은' 애매한 영화를 '꽤 괜찮은' 영화로 만든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