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아있다'로 돌아온 유아인. 이 영화로 개봉 이틀 만에 3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부활의 선봉에 섰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들인 좀비 장르물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열연을 펼친 보람을 흥행 성적표로 느끼고 있을 터다.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유아인은 극중 집 안에 갇힌 청년 준우 역을 맡았다. 또 다른 생존자 유빈 역의 박신혜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유아인이 지금 가장 뜨겁게 살아있는 이유는 단순히 흥행뿐만이 아니다.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일상을 공개한 후 최고의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집을 공개하고 직접 장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날 때부터 스타였을 그는 뒤늦게 도전한 장르물을 선보이면서, 꽁꽁 숨겨운 일상을 공개하면서 "흥미롭게 유아인의 새로운 지점을 인식시킬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좀비와의 호흡은 어땠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라고 해야 한다.(웃음) 좀비로 생각되는 그것들과의 연기는 진짜 편했다. 그냥 연기할 필요가 없다. 되려 모니터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저런 소리가 나오는구나, 표정이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경험이었다. 귀신의 집에 들어가는 것 같은 체험이다. 오히려 블루스크린을 보고 연기해야 한다거나, 벽을 보고 연기한다거나, 그런 연기의 톤을 잡아가는 것이 힘들었다."
-장르물에 늦게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진지한 걸 좋아했다. 괜히 '딥'하고 이런 걸 좋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어린 배우였을 때는 그 어린 배우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닌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10대와 20대 배우에게 쉽게 볼 수 없는 재미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제서야 조금 편해졌다. 그땐 유아인이라는 배우의 그림을 제가 그려가는 거니까, 그런 지점이 있는 것이 유아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경쟁력을 가진 배우였으면 했다. 대중이 뻔히 기대하는 것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굉장히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으나 30대로 등이 떠밀리고, '소년에서 어른으로'라는 수식어를 수년간 들어왔다. 그런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와 작별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없었던 모습을 힘있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가지고 있다."
-요즘 그리는 그림은 무엇이기에. "'나 혼자 산다'도 나가고, 요즘 그리는 그림이 좀 희한하다. 다 그런 연장선에 있다. 조심스러워하던 것들도 조심스럽지 않게 느껴지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 보여드리기 전에 스스로 경험하고 싶다. 너무 진지하게 땅굴만 파는 건 재미없게 느껴진다. 아직 큰 결과는 없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유아인의 새로운 지점을 인식시킬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변하게 된 계기가 있나. "대구 촌놈이 서울에 상경해서 가졌던 단순하고 세속적 욕망은 거의 다 이뤘다. 목표하던 많은 바들을 놀랍게도 다 성취했다. 사실 조금 재미가 없어졌달까.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나를 어떻게 써먹으면 좋지, 나의 동력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일 수 있고, 동경하던 감독과의 작업이 목표일 수 있다. 상당 부분 감사하게도 이미 일어난 일들이 돼버렸다. 30대 내 그림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보지 않다가, 그런 것들이 숙제처럼 떨어졌다. 그 숙제를 푸는 시간을 보냈다. 그냥 매 순간 그려지는 그림을 수렴하면서 가보자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즉흥적인 성향이었지만, 내 욕망은 상당히 뚜렷한 편이었다. 지금은 그냥 가는 것 같다. 스스로 관찰하고 느끼고 수렴하면서 진행돼 가는 것 같다."
-작품을 하지 않는 동안 도올과 교양프로그램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삶의 개인적 과도기가 찾아오면서 '저런 선택을 왜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만한 선택과 시도,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크게 배운 건 연기나 잘하면서살아야겠다이지만.(웃음) 배우가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현대적으로 끌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냥 이런 거 해도 돼' 이런 편한 기준이 생겼으면 했다. 제 후배들은 더 자유로운 배우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연예계가 더 재밌어지면 좋겠는 마음이 있다. 내가 속한 나라와 동시가 풍요롭고 재미있고 다양한 그림이 펼쳐지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나 혼자 산다'가 엄청난 화제다. "먼저 말을 던졌다. '#살아있다' 촬영 중에 '이런 캐릭터라면 출연할 수 있겠다'라고 말한 거다. 꽁꽁 싸매고 숨기고 가야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대중과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갈 만한 배역이다. 영화 성격상 '나 혼자 산다'가 좋은 연결이 될 수 있겠다고 여겼다. 먼저 제안을 주신 것도 아니고, 제가 먼저 제안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