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아성(26)이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유관순 열사의 삶을 최초로 영화화한 '항거: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에서 유관순이라는 성스러운 위인의 그림자를 입었다. 언론배급시사회에서도, 홍보 인터뷰 자리에서도 고아성은 울고야 말았다.
오늘(27일) 개봉한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평도 안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1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10억원 남짓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다. 고아성은 출연료를 대폭 삭감해가며 이 시나리오를 집어 들었다. 얼마 남아있지 않은 당시 기록들을 찾아보고,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해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유관순은 과연 어떻게 말하고, 걷고, 표정을 짓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는지 연구했다. 영화를 보러 와준 모두 앞에서 터뜨린 눈물은 이 과정에 담긴 고아성의 고민과 고통을 잘 말해줬다.
-언론배급시사회 직후 왜 눈물을 흘렸나. "당시 '어떻게 연기를 준비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는 순간 울고 있었다. 울고 나서 반성했다. 내가 울어서 질문이 제대로 못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프로답지 못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해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거나 하는 건 아니다. 즐겁게 촬영한 기억도 있다. 오히려 또래 배우들과 촬영해본 경험이 많이 없어서 즐거웠다. 힘든 작품은 아니었다. 다만, 촬영하며 기도하듯 연기했다. 촬영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와서 기도를 드렸던 기억도 났다. 촬영이라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게 목적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일주일 정도 고민을 했다. 그리고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이전 인터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실존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답하곤 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막상 실존 인물의 영화가 다가오니까 기분이 다르더라. 마냥 소원을 이루는 느낌은 아니었다."
-왜 예상과는 다른 기분을 느꼈나. "어떤 연기를 해도 '실제 이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 그래서 죄책감 같은 게 있다. 어떤 사람도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텐데. 그런데,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건 또 다른 죄책감이었다."
-유관순 열사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유관순 열사님을 떠올리면 존경이나 성스러움 이외에 어떤 감정을 감히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유관순 열사의)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담는다. 감옥에 들어가서부터 영화가 시작되는데, 사실 영화 안에서는 감옥에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다. 그 전엔 열사 이외에 8호실 수용자들이 있었을 것이고. 일제에 저항하는 외침을 가장 늦게 8호실에 들어온 사람이 외치기까지 여러 감정들이 쌓였을 것이다. 그런 사소한 감정들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인터뷰②]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