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말만 골라서 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다. 어떠한 부정적인 이야기에도 긍정적으로 바꿔 생각할 줄 아는 배우. 정소민(28)은 공포스러웠던 코믹 연기도, 개봉 지연이라는 아쉬운 기다림에도 모두 해맑게 반응했다.
아빠와 함께 나섰던 둘 만의 영화 데이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2년 만에 선보이게 된 영화에 대해 "오래 된 코트 속에서 만원짜리를 찾은 느낌"이라며 지은 미소 한 방은 정소민을 파악케 하는데 충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수석이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함께 데뷔한 정소민은 호평과 혹평 속 적응 단계를 거쳐 이제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영화 '아빠는 딸(김형협 감독)'은 그러한 정소민의 도전의식과 성장을 담아낸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허가윤·도희 등 또래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아직도 단톡방이 있다. 우리가 학교 촬영은 대부분 춘천에서 진행했는데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유명 닭갈비 맛집이 있다. 1일 1닭갈비를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큰 호수가 보이는 카페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 시간들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만들어졌다.
- 시사회가 끝난 후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나.
"'영화 어땠어? 분위기 어땠어?'라고 먼저 연락이 왔다. 그리고 지금 드라마를 같이 찍고 있는 (이)미도 언니와도 친한데 언니도 물어보더라. 두 작품의 공통점이 아버지라는 캐릭터와 이미도더라.(웃음) 고민도 나누는 사이다."
- 영화에서는 허가윤·도희, 드라마에서는 이준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연이어 연기하고 있다.
"요즘에는 그런 경계가 많이 없어지지 않았나. 특별한 점이나 다른 점은 사실 잘 못 느끼겠다. 가윤·도희와는 이번에 학생 역할을 했으니까 다음에 다시 만나 회사원 역할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 KBS 2TV '해피투게더3' 녹화를 단체로 진행했다.
"나도 미도 언니도 멘붕이었다. 전날 밤새다시피 드라마 촬영을 진행하고 녹화 현장에 갔던 것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때가 아빠와 영화를 보러 갔던 시기와 비슷한데 감기가 너무 심하게 걸려서 정말 머리가 뱅뱅 돌더라.(웃음)"
- 현장 분위기는 좋았나.
"분위기는 괜찮았다. 근데 좀 어색하기도 했다. 평소 '해투'를 보면서 눈에 익숙해진 세트가 있지 않나. 우리 때부터 세트가 바뀌었고 복고풍에 옛날 슈퍼 앞 평상 같은 느낌이었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어색하더라. 없던 코너도 생기고 포맷도 바뀌어서 재미 없을까봐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박명수도 오랜만에 만났겠다.
"정말 오랜만에 뵀다. 인사만 나누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못했다. 내가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웃음)"
- 영화를 찍을 땐 어땠나.
"대본과 대사가 있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독님께서 박명수 선배님에게 다 맡겼다. 그래도 배우들은 그 틀 안에서 하지만 명수 선배님은 아예 새로운 말을 지어내서 하시니까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생전 처음 듣는 내용이니까 '어떡하지? 큰일났다'라는 생각부터 들더라.(웃음)"
- 배우들을 긴장하게 만든 카메오였겠다.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말 놓치면 안 된다.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른다. 받아쳐야 한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생방송 같기도 했다. 힘들긴 했지만 신은 훨씬 좋아지더라. 내가 선배님에게 배웠다. 날 것 같은 연기였고, 나 역시 오랜만에 즉흥연기를 해 본 느낌이었다."
- MBC '무도-드림특집' 낙찰 조건은 24시간 이용이었다. 야무지게 이용했나.
"원래 하루동안 함께 해야 했는데 아침에 잠깐 연기하시고 가셨다. 그래도 1300만원 값어치는 다 하고 가신 것 같다. 시사회 때 와 주시지 않을까?"
- '아빠는 딸'이 호평을 받고 있어 다행이지만 윤제문 음주논란 등으로 인해 영화 개봉이 지연된 것도 맞다. 기다림의 시간동안 초조함은 없었나.
"옛날에는 모든 일에 초조함이 많았다. 근데 어느 순간 모든 것에는 다 인연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됐다. 작품을 하기로 했다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나랑 인연이 아니니까 이런 거겠지'라는 마음으로 훌훌 털어 버리게 되더라."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까 이번 영화 역시 '세상에 나와야 할 작품이면 나올 것이고, 좋은 시기와 타이밍에 맞춰 나오겠지'라는 생각만 했다. 그리고 정말 오래 안 입었던 코트에 손을 딱 넣었는데 만원짜리가 나온 느낌이다. '돈이다!' 외치고 싶은. 깜짝 선물같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