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자신이 연기한 태영 캐릭터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을 전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정우성은 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 보여준 강렬한 캐릭터들에 비래 '호구'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캐릭터다"라는 말에 "어떤 이미지 변신이나 반전을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만든 캐릭터는 아니다"고 운을 뗐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를 디자인 할 때 태영이 놓인 상태와 관계를 여러 갈래로 생각했다. 허당이고, 허술한 면이 분명하게 드러나더라. 태영의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완벽하고,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어떤 자세와 계획으로 다가가는 사람이지만 그 속에 보여지는 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배우 인생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정우성은 2020년 선보이는 첫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또 한번의 변신에 도전, 관객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극중 정우성이 연기한 태영은 사라진 옛 애인이 남긴 빚 때문에 마지막 한탕을 준비하는 인물이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위트있게 표현한 정우성은 반전 매력부터 일생일대 기회 앞에서 우유부단하고 절박한 모습을 드러내는 인간적 매력까지 다채로운 설정으로 극의 재미를 더하며 '배우 정우성'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혹여 선입견을 갖고 시나리오를 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원작 소석을 읽지는 않았다"는 정우성은 "영화 자체는 어두운 이야기지만 그 속의 태영은 경쾌하면서도 연민의 대상으로도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질적인 궁핍함, 절박함에 내몰린 사람들이 무조건 나쁜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한 선택이 나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을 어둡게만 볼 것인가' 또 하나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태영은 가볍게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쉴 수 있는 포인트가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영화에는 후반부에 나오지만 돈가방을 들고 튀면서 '뒤통수 맞으니까 어때?'라고 말하는 신이 나에게는 첫 촬영이었다. 감독과 진득하니 캐릭터의 톤 앤 매너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연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마음이 컸다. 근데 그때 태영의 연기를 보면서 감독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라"고 회상했다.
정우성은 "아무래도 정우성이라는 배우에 대한 각인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더라. '할 수 있다면 캐릭터를 좀 더 멋지게, 무겁게 가야 하는거 아니야?'라는 바람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내가 본 태영은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며 "신인 감독들이 현장에서 실수할 수 있는 여지를 가장 많이 보일 때가 '이거 내가 생각한거 아닌데?'라면서 마음을 확 닫아버릴 때다. 그럼 소통도 안 되고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고 꼬집었다.
또 "근데 김용훈 감독은 마음이 열려 있었고, 들으려 했고, 표현하는 것이 왜 그런지 적극적으로 보려고 했다. 그런 준비가 돼 있는 감독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결과물이 나오게 됐다"며 "시사 후 '관객들이 어색해 하지는 않는구나' 싶어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기존 개봉일이 연기되면서 최종 개봉일은 추수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