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중심타자 이호준(41)은 지난 16일 열린 구단 시무식에서 '예고 은퇴'를 선언했다. 1996년 해태에서 데뷔해 24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던 그는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의외의 결정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였지만 이호준은 여전히 생산력이 뛰어난 타자다. 지난해에도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8·21홈런·87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권리를 포기했고, 1년 단기 계약을 했다.
일간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호준은 "박수받을 때 떠나겠다"고 말했다. 목소리에는 짙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은퇴 시점을 밝힌 후 느낌은. "시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음이 무겁다."
-결정은 어떻게 내렸나. "은퇴는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생각해 왔다. 언제쯤 해야 하나 시기를 못 잡고 있었는데, 박수받을 때 떠나겠다는 생각도 영향을 줬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됐다."
-2016시즌 후 FA 권리를 포기한 것도 은퇴를 염두한 결정이었나. "FA는 그 전부터 내 머리 속에 없었다. 처음부터 신청할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기록만 보면 은퇴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후배들한테 기회를 열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욕심에 끝이 없을 것 같더라. 기록으로만 보면 이승엽도 앞으로 3~4년은 거뜬하지 않나. 우연히 지난해 12월 하와이로 훈련을 가 승엽이를 만났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은퇴에 대한) 공감대를 갖게 됐다."
-2년 정도 뛰면 통산 2000안타 돌파가 가능한데. "그 기록(현재 1831개)이 욕심날 것 같더라. 올해 안타를 몇 개 더 치면 2000안타를 위해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게 바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 상태로는 올해가 은퇴 적정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2016시즌까지만 뭔가를 쏟아붓고 싶은 마음이다. 기록에 끌려다니긴 싫다."
-KBO 오른손 타자 통산 홈런 1위(장종훈 340개)가 가시권이다. "11개(현재 330개)만 치면 된다. 올 시즌을 잘 치르면 달성하지 않을까. 딱 거기까지만 욕심내려고 한다."
-2000년 SK로 트레이드됐을 때 어땠나. "사실 놀랐다. 그때 손목 부상 중이어서 경기를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SK로 와서 손목에 마취제 주사를 맞고 두 달 정도를 뛰었다. 안용태 당시 SK 사장께서 강력하게 트레이드를 밀어붙였다고 들었다. 이적 후 정말 많은 부분을 챙겨 주셨다. 트레이드 과정도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시고 힘이 많이 됐다."
-무릎 부상을 당한 2008년(8경기 출전)이 가장 아쉬울 것 같은데. "2008년을 부상 없이 보냈으면 2000안타를 이미 달성하지 않았을까. 조금 아쉽고 후회도 되지만 부상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은퇴 후 계획은 잡았나.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진로는 한 시즌을 뛰면서 생각해 보겠다."
-선수 말년에 은퇴 문제로 구단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는데. "은퇴를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SK에서 마지막 시즌(2012년)을 보낸 후 은퇴를 생각하기도 했다. NC에서 날 불러 줘서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고맙다. 그래서 미련도 없다."
-2016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했다면 그때 은퇴했을 가능성도 있나. "아마 했을 거다. 우승할 때 떠나야 한다.(웃음)"
-24번째 시즌의 목표는. "아쉽게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하는 게 목표고, 제발 이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