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서형이 JTBC 금토극 'SKY캐슬'을 통해 신드롬의 중심에 섰다. 일명 '김주영 쓰앵님'으로 불린다. 'VVIP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업군을 대중에 알림과 동시에 블랙 카리스마로 안방극장을 물들였다. 그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묵직하게 눌러 말하는 저음으로 매회 소름 끼침을 선사했다. 자기 뜻대로 상위 0.1% 어머니들을 쥐락펴락하는 존재감. 본인은 '제2의 아내의 유혹 신애리'가 될까 봐 걱정했다지만, 작품 안에서 김서형은 이미 김주영에 빙의된 상태였다. 강인한 내면의 힘이 묻어났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빛을 발한 셈이다.
김서형은 'SKY캐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캐릭터가 강하면 강할수록 배우는 그 인물이 돼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 놓칠 수 없다. 왜 그녀가 연기했을 때 '미친 연기'라고 일컬어지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완벽주의자'였다. 신에 맞는 스타일링을 찾기 위해 4~5시간 동안 공들이는 것은 기본. 쉬는 날에도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았다. 분석 또 분석했다. 오로지 '작품'을 생각하며 내달려 온 것. 김서형은 "지난해 연달아 세 작품을 하고 'SKY캐슬'을 만났다. 사실 너무 지쳐 있어서 이 작품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하길 잘한 것 같다. 많은 사랑을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며 김서형표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 이 작품에 끌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주영 때문이죠. 해 보지 않은 캐릭터였고,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업도 생소했어요. 거기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지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또 요즘 여자 배우들은 엄마 역할이 아니면 할 게 없어요. 그런데 'SKY캐슬'은 40대 여자들의 얘기고, 내게 먼저 제안이 왔죠."
-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고요. "그전에 세 작품을 연달아 했어요. 모두 힘든 역할이었기에 체력이 바닥 났을 때였어요. 그때 김주영이라는, 쉽지 않은 역할을 제안받은 거죠. 이 역할을 놓치면 후회할 걸 알면서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연기 좀 한다'는 분들이 모였잖아요. 못하는 게 티 날까 봐, 그럴 바에는 아예 안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죠. 내 안의 트라우마도 신경 쓰였고요."
- 어떤 트라우마인가요. "비교 대상이 뭔지 뻔히 알잖아요. '아내의 유혹' 이후 왜 악역을 안 하냐고 물어보면 '신애리를 뛰어넘을 자신이 없다'고 답했어요. 그래서 대본을 보면서 김주영이 '소리 안 지르는 신애리'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했죠. 근데 감독님이 아니라고, 100% 김주영이라고 해 안심됐어요."
- 김주영이라는 캐릭터에 공감했나요. "공감하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건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공감보다 연민이죠. 남편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해 연민은 있지만 합리화할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 명장면을 꼽는다면요. "슈베르트의 '마왕'을 틀어 놓고 정아 언니(한서진)를 기다릴 때, 그 장면이 너무 무서웠어요. 내가 연기한 거지만 저렇게 무서웠나 싶었죠. 보고 있는데 처음으로 김서형이 안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연기 경험을 통틀어 처음이었어요. 내가 봐도 그냥 김주영인 거예요. 생소하고 무서웠어요. 그만큼 감독님이 연출을 잘한 거죠."
- 김주영의 대사가 유행이에요. "사실 '감수하시겠습니까'나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런 대사는 현대극에선 쓸 수 없는 톤이에요. 잘못하면 사극처럼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스타일을 먼저 잡고 올백 스타일을 했더니 살짝 딱딱하고 사극처럼 보여도 괜찮겠더라고요. 한서진의 어깨를 잡은 건 지문에 없었어요. 그렇게 해야 대사가 살 것 같았어요."
- 그 동작 하나로 더 임팩트가 생겼어요. "정아 언니도 연기를 잘해 줬어요. 뭔가에 홀린 것처럼 대답하잖아요. 언니가 그렇게 하니 손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더라고요. 그런 호흡은 말을 안 해도 전달되는 거죠. 그래서 나중에 (김)정난(영재 엄마) 언니와 장면에서도 같은 제스처가 들어갔어요. 상상해 봤을 때 영재 엄마한테도 그랬을 것 같았죠. 정난 언니와 신은 시간 순서로는 앞이지만 더 뒤에 찍었거든요. 그랬더니 대본에 '어깨를 짚는다'라는 지문이 추가됐어요."
- 블랙 스타일링도 '저승사자 룩'이라는 화제를 모았어요. "단순해요. 블랙은 다른 엄마들과 (컨셉트가) 겹치지 않고 세련미까지 생각해 택한 컬러였죠. 헤어스타일도 대사를 생각했을 땐 고전미를 느낄 수 있는 올백밖에 없었어요. 시청자분들은 다 똑같아 보이겠지만 매주 대본이 나올 때마다 의상 피팅을 4~5시간 동안 했어요. 같은 검정이어도 가죽이냐, 새틴이냐에 따라 다르니까요. 폴라티의 골지 간격까지 생각했어요. 1·2회를 보니 스릴러 장르물처럼 보이더라고요. 블랙을 선택한 게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죠."
- 염정아씨와 호흡은 어땠나요.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각자 입장에서 배려하고 이해했어요. 그래서 편안했어요. 서로의 연기에 간섭하지 않았고 준비해 온 걸 인정하고, 인정받았죠. 다섯 명의 캐릭터가 다 개성이 넘쳤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해 줄 수도 없었어요."
- 'SKY캐슬'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요. "정아 언니는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조금 다르겠지만, 난 아직 부모기 전에 자식이거든요. 부모님이 나한테 어떤 일로 압박한다면 난 예빈이처럼 튕겨 나가요. 그래서 부모들보다 아이들이 더 많이 보였어요. 작가님이 이 작품을 통해 한 가정이라도 살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런 점은 자극됐을 것 같아요. 우리 드라마를 보고 아기가 우유를 잘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댓글을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