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훈(36)의 연기 열정은 대단했다. 올해로 데뷔 16년 차를 맞았지만, 요즘도 연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성장을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캐릭터에 맞는 의상이나 헤어스타일도 직접 한다. 캐릭터의 차별화를 위함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MBC 주말극 '도둑놈, 도둑님' 검사 한준희로 분한 그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6개월 동안 함께한 한준희와 헤어짐이 홀가분하다는 그는 다음을 또 준비하고 있었다.
-종영 소감은.
"한준희 캐릭터에 몰입해서 달려오는 동안 힘든 점도 있었고 지친 점도 있었지만, 무사히 잘 마쳤다는 부분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애정을 가지고 봐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 종영하니 홀가분하다. 그간 마음에 무거운 추가를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제 벗어나게 됐다."
-어머니의 복수를 하는 인물이었다.
"감정의 깊이가 깊다 보니 표현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는 설명 자체는 간단하지만 그걸 드라마 안에 상황들로 만들어서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켜야 했다. 준희라는 캐릭터에 연민을 가지게 만들어야 했기에 그 부분이 쉽지 않았다. 연기자로서도 다행인 건 드라마 안에 탄탄하게 잘 설명되어서 연기하는 데 있어 몰입하기 쉬웠다."
-실제 준희였다면.
"준희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준희보다 더 모질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받은 상처가 컸고 그만큼 가족들을 떼어버리고 혼자 너무 힘들게 검사 자리에 올라왔으니 내가 힘든 만큼 더 모질게 나오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현우와 형제로 만났다.
"형제 연기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과거 '황금사과'란 드라마에서 형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11년 만에 다시 형제로 만났는데 극 중 설정에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설정이었다. 알게 모르게 실제 감정이 잘 스며든 것 같다. 만났을 때 어색함은 없었다. 오랜만에 친척, 가족을 만난 느낌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친밀감이 생길 수 있었다. 연기하기 편했고 의지가 많이 됐다."
-최종환과의 호흡도 좋았다.
"워낙에 연기를 잘하는 선배님이다. 윤중태라는 인물이 절대 악으로서 표현할 것도 많지만 카리스마가 있어야 했다. 정말 다른 사람이 윤중태 역할을 하는 게 상상이 안 갈 정도로 너무나 잘해주셨다."
-서현의 연기에 대한 생각은.
"이제 '연기돌'이라는 색안경은 벗을 때가 된 것 같다. 이미 많은 아이돌 출신들이 연기하고 있지 않나. 예전에야 역할을 잘 소화해내지 못한 아이돌들이 많았기에 인식이 안 좋아진 것이지 요즘은 다들 자기가 맡은 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 아이돌의 팬덤에 밀려 누군가에게 역할을 빼앗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현상을 나쁘게만 생각하기엔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다. 연기돌 중에도 연기를 못하는 사람은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이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서현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돌에 대한 편견을 내려놨다는 말인가.
"물론 서현이가 드라마를 시작할 때 개인적인 우려가 있었다. 주인공이 되어 긴 호흡의 드라마를 이끌어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우려를 딛고 잘 해냈다. 생각보다 잘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같이 호흡을 맞추는 선배 입장에서 후배의 아쉬운 부분을 얘기해줬다. 그런 부분을 불편해하지 않고 늘 경청하는 자세로 들었고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런 마인드가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잘 소화해낸 것 같다. 하면 할수록 잘하더라."
-단막극 '웃기는 여자', '왔다 장보리' 등에서도 법조인 역할을 했다. 스스로 법조인 전문 배우라고 칭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변호사나 검사가 많이 나온다. 똑 부러지고 이성적인 이미지에 부합해서 그런 것 같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의 여신'에선 재벌 2세 검사였다. 럭셔리해야 했다. 두 번째 '왔다 장보리'에선 유쾌한 천방지축 검사였다. 정장을 입더라도 밝은 옷이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아예 극단적으로 다를 수 없겠지만 온도 차이를 뒀다. 이번 드라마는 혼자 힘으로 끼니도 못 먹어가면서 공부해 검사가 된 인물이었다. 이런 사람이 꾸미고 다니진 않을 것이고 생각했다. 입고 나온 슈트의 90% 이상이 내가 직접 맞춰 입은 옷들이다. 어두운 계열로 입었다. 트렌디함을 버리고 라인을 최대한 안 잡았다. 진짜 검사 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헤어도 화려하면 안 되니 직접 했다. 내가 만지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더라. 캐릭터 차별화 작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