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충무로의 중심이 된 배우 조진웅이다. 단역부터 신스틸러를 넘어 어엿한 주연배우로 성장한 조진웅은 영화 '대장 김창수(이원태 감독)'을 통해 원톱 타이틀롤까지 맡았다. 백범 김구의 청년시절이라고 하지만 결국 김창수도 김구는 김구다. 누가 연기해도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이기에 조진웅 역시 몇 년에 걸쳐 고사와 거절을 반복했다. "굳이 왜"가 "내 차례인가"로 바뀌게 된 이유는 자신이 고심하다 잊어버린 그 시간동안 작품도 주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후배를 아우르며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 조진웅은 김창수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지인들로부터 "이제 길거리에 침도 못 뱉는 것 아니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덜컥 겁을 먹고 "어쩌지?"라고 생각하기 보다 "나쁜 것은 안 하면 되지. 더 좋은 것 아닌가"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는 조진웅은 이미 김창수의 인생을 받아들일 준비를 충분히 마친 상태였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최민식과 비슷한 고통을 경험했다고 생각하나.
"선배님이 그 과정을 거쳤는지 실질적인 것은 잘 모른다. 그리고 경험했다고 해도 비슷하다고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그건 분명 다른 지점이다. 깻잎과 고수는 똑같은 향신료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다만 난 '다시는 못 하겠다' 그런 생각은 들었다. 엥간한 사람이어야 비스무리하게라고 할텐데 쉽지 않더라." - 실제 조진웅이 김창수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암살(최동훈 감독)' 작업을 할 때, '만약 당신이 당시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저항운동을 할 수 있겠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때 내 대답은 '절대 안 한다'였다. 비슷한 류의 대사도 '암살'에서 직접 한다. '독립운동이라는 것도 3년 정도야 열정 갖고 하지. 목숨 걸고는 못 하죠.'(웃음)"
- 지금은 바뀌었다는 뜻인가.
"이번에 작업하면서는 나에게 솔직하게 물어봤다. '할 수 있겠어?' 그랬더니 '당연히 해야지'라는 답이 돌아오더라. '내 차례겠거니' 받아들인 것도 그런 심경의 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나는 세상 팔랑귀다. 원체 마음이 휙휙 잘 변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해야만 한다'는 소신을 갖게 됐다."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동료들 때문에 너무 행복했다. 물론 촬영하면서 어이없이 힘들 땐 휴대폰을 들고 '뭐 이런걸 계속 찍냐. 나도 찍어서 경찰에 신고해야지'라고 장난치기는 했지만 동료들이 없었다면 못 버텼을 수도 있다."
- 송승헌과는 첫 호흡이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너무나 잘생겨서 좀 짜증났다. 나이까지 동갑이라 더 그랬다. 아예 확 어려 버리던지.(웃음) 오래 전 승헌이와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이 많았는데 '와, 승헌이 너 진짜 안 늙었다. 똑같아!'라고 하면서 꼭 나를 쳐다 보더라. 한 프레임 안에 세울 때도 많았는데 촬영 감독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이걸 꼭 해야 합니까.'"
- 각자의 장점이 너무 다르게 명확한 배우들이다.
"승헌이는 남자가 봐도 정말 멋지다. 예쁘다는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멋있다는 기준은 어느 정도 아는데 그 친구는 진짜 남자답게 잘생기고 멋진 친구다. 작업하는 태도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딥하고 진지하게 접근해 놀라기도 했다."
- 성격적인면도 극과극일 것 같은데.
"나는 승헌이의 스탠다드하고 젠틀한 지점을 많이 배워야 한다. 그런 성정이 좀 아니라서. 쉽게 말하면 승헌이는 되게 좋은 싱글몰트 위스키 같다. 나야 모두가 상상하는 것처럼 소주다.(웃음) 가끔 싱글몰트를 마셔 보려고 하는데 범접하기 쉽지 않다. 와이프도 바라는 지점이다."
- 애초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지는 않았나.
"선입견은 있었다. 근데 쉽게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이 그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작업을 하다 보면 '쟤는 방송이니까 저러는구나. 촬영이니까 저렇게 하는구나'라는 식으로 어쩔 수 없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근데 승헌이는 여러가지 돌발상황이 닥쳤을 때 그 성정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행동들을 한다. (정)만식이 형이 '쳐다도 보니마. 우리는 안돼'라고 하더라.(웃음) 의문의 1패다."
- 동료·후배 등 돋보이는 캐릭터와 배우들이 많았다.
"특히 서원이나 (곽)동연이는 완전 막둥이에 너무 어리고 예쁘니까 초반에는 술자리가 있으면 늘 내 옆에 앉혀뒀다. 군대로 따지면 이등병이다. 나는 딱 중간 나이라 행동대장으로 할 것이 많았다. 근데 어느 순간 서원이와 동연이가 형님들을 더 열심히 챙기고 식사 할 때는 물도 따라주고 하더라. '그래, 막내가 그렇게 하는거지. 좋다!' 했는데 한 스태프가 '저 친구 많이 변했다'는 말을 했다. 처음에는 뭘 잘 몰라 조용했던 것인데 형들을 통해 배우고 변화한 것이다. '이 작업이 그 친구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구나' 생각하니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 한 사람도 모난 사람이 없더 더 즐거운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