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충무로의 중심이 된 배우 조진웅이다. 단역부터 신스틸러를 넘어 어엿한 주연배우로 성장한 조진웅은 영화 '대장 김창수(이원태 감독)'을 통해 원톱 타이틀롤까지 맡았다. 백범 김구의 청년시절이라고 하지만 결국 김창수도 김구는 김구다. 누가 연기해도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이기에 조진웅 역시 몇 년에 걸쳐 고사와 거절을 반복했다. "굳이 왜"가 "내 차례인가"로 바뀌게 된 이유는 자신이 고심하다 잊어버린 그 시간동안 작품도 주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후배를 아우르며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 조진웅은 김창수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지인들로부터 "이제 길거리에 침도 못 뱉는 것 아니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덜컥 겁을 먹고 "어쩌지?"라고 생각하기 보다 "나쁜 것은 안 하면 되지. 더 좋은 것 아닌가"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는 조진웅은 이미 김창수의 인생을 받아들일 준비를 충분히 마친 상태였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흥행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를텐데.
"'좋네, 안 좋네'의 척도는 결국 스코어다. 그게 현실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촬영할 때도 역사적인 가치 뿐만 아니라 영화적인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객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지점이 필요할 것 같았다."
- 최근 영화의 완성도 혹은 소재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 평을 봤다. '논란이니 뭐니 다 필요없다. 영화 잘 만들면 땡이다' 그게 정답같다. 일단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맞다. 영화를 제대로 만들지도 않은 채 '우리 영화한테 뭐라 하네, 흥행이 어떻네' 말하는 것은 필요없다. 우리 영화는 그런 논란에는 휩싸이지 않을 자신있다."
- 확실히 단순한 역사팔이는 아니다.
"이미 주어진 스토리 자체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그 이상의 드라마가 없더라. 이렇게 시나리오를 쓰려고 해도 '너무 극적인거 아니야?'라는 반응을 얻을 만큼 완벽했다. 대사도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기'에서 차용한 것이 많다."
- 영화에 대한 만족감은 어떤가.
"총 세 번 봤다. 원래는 현장 편집도 안 보고 편집실도 잘 안 가는 스타일이다. 근데 이번에는 제작사 대표님이 '한 번 보는 것 어때?'라고 하셔서 붙여놓은 파일 한 번 보고, 기술시사회 때 보고 언론시사회 때 또 봤다. 역시나 드는 생각은 '본 영화는 세 번이나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웃음) 너무 조목조목 다 보이니까 객관적일 수 없더라."
- 유가족들도 영화를 봤다고.
"'왜곡 없이 담백하게 그려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한시름 놨다."
- '대장 김창수'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너 이제 길가다 침도 못 뱉겠네.' 더 긴장하고 살아야 할 것이라는 말이겠지만 어쨌든 안 좋은건 안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쁜걸 안 하면 좋아지는 거니까.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연기할 때 이성적인 편인가.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감정에 휩쓸릴 때도 있지만 최대한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연기의 경제성과도 연관있는 이야기다. 관통선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지켜져야 할 영역이라 생각한다."
- 배우들은 캐릭터 자기복제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늘 다른 모습을 보여줬는데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근데 사실 나는 내가 내 연기를 보면 다 똑같은 것 같다. '뭐가 다르지?' 싶다.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평소 모니터를 잘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스스로에게는 여전히 냉정한가.
"그런 것은 있다. 예를 들어 외모적으로 누군가 '잘생기셨어요~' 하면 '안경끼세요!' 한다.(웃음) 내가 납득 안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냉정하기 보다 체념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다만 '어려보여요'는 '잘생겼어요'라는 말과는 결이 다르다. 그건 감사하게 받아 들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