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39)이 '공블리'가 아닌 '동백이' 혹은 '동블리' 수식어를 획득했다.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 타이틀롤을 맡아 믿고 보는 배우의 파워를 입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 23.8%(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2019년 KBS 최고의 드라마에 등극했다. '동백꽃 필 무렵' 제작진이 공효진을 위해 1년이란 시간을 왜 기다렸는지, 왜 공효진이어야만 했는지 작품을 통해 보여줬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는 내내 종영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각별한 작품이었다. 드라마를 연장한다고 하면 기겁할 수 있는데 연장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작품이다. 늘리실만하니 늘리시겠지 싶었다. 더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드라마를 하면서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감동받았고 에너지를 얻었다. 원래 드라마는 견디고 견뎌 끝낸 느낌인데, 이번 작품은 달랐다. 위로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이런 기분이 처음인가.
"드라마 '고맙습니다(2007)' 같은 경우도 사람들을 위로하는 얘기가 많았다. 그 드라마를 끝내고 나서 느꼈던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다시 느낀 것 같다. 사람들의 '고마웠다' '위로가 됐다'는 말이 굉장한 힘이 됐던 작품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여느 로맨스물을 끝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느껴보면 알 것이다."
-모정에 대한 이야기가 다채롭게 나왔다.
"동백이 엄마의 모정, 용식이 엄마의 모정, 제시카 엄마의 모정, 규태 엄마의 모정 등 모정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깊이 할애될지는 몰랐다. 그쪽으로 이야기가 펼쳐나가는 게 반가웠다. 다른 엄마들에 비해 내가 필구에게 보여줘야 할 모정이 뭔가 초보 같은 느낌이었다. 내 아들이 굉장히 어른스럽지 않나. 내가 줘야 할 모정이 뭔지 모르겠지만 감정선을 연기할 때 모정이 뭔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생각이 자주 났겠다.
"엄마를 생각하게 하고 전화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엄마한테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도 할머니께 자꾸 전화를 드리게 되는 작품인 것 같다고 했다."
-작품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
"세상이 각박하다. 내게 벼르는 느낌이 들고 그런다. 더구나 배우란 직업은 보는 눈이 많기에 편치 않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어려울 때 모두가 십시일반 힘을 모아 누군가를 구해낸다. 괴물은 쭉정이 중 하나고 선한 사람들이 이뤄내는 기적을 담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인 따뜻함, 희망적인 메시지가 좋았다."
-SNS를 통해 펑펑 우는 모습을 봤다.
"종방연 때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엠티 가서 마지막 회를 함께 보는데 옆에서 다들 울더라. 난 내가 연기한 작품이기에 누군가가 연기하는 것처럼 작품에 빠져들지 못한다. 잘못한 것만 보이니까 아무래도 몰입하긴 어렵다. 그런데 작품을 함께했던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동생들이 울면서 케이크를 가지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얼마나 울던지.(웃음) 반년 가까이 함께 고생해준 동료들이다. 지방에서 먹고, 자고를 함께해 더 정이 들었는데 스태프들이 우니 눈물이 나더라. 감동적이었다. 감독님이 옆에서 너무 울었다.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아들 필구 역을 소화했던 김강훈은 어땠나.
"필구가 오열하는 신이 있었다. 황소처럼 들이박으면서 가만 안 둔다고 소리를 질렀다. 악다구니를 쓰는데 연기에 굉장한 힘이 있는 아이란 걸 느꼈다. 진짜 눈물이 핑 돌더라. 그때부터 잘 해낼 거란 걸 알았다. 갈수록 연기에 자신감이 생기더라. 어려운 구간이 많았는데 잘 해냈다. 실제 초등학교 4학년이다.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어머님이 아이를 진짜 순수하게 키웠더라. 아이가 아이다운 면이 있었다." -작품 하는 동안 필구가 많이 큰 것 같다.
"과거 신을 보니 알겠더라. 물론 지금도 귀엽지만 초반에 진짜 어렸다. 어느 날 보면 볼살이 올라와 있어서 좀 덜 먹어야겠다고 했다. 근데 또 어느 날 보면 쭉 빠져서 다이어트했냐고 물어봤다. 살이 키로 올라간 것이다. 아이가 크는 모습을 지켜봤다. 진짜 신기했다. 못해도 키가 3cm는 컸을 것이다."
-모자(母子) 케미스트리가 좋았다.
"필구가 랩을 잘한다. 레드벨벳 아이린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꼭 만남이 이뤄지길 바란다. 만남이 이뤄진다면 그게 엄마 덕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 문자를 주고받는데 정말 귀엽다. 갑자기 대화하다가 '엄마 이제 자야 한다'고 한다. 귀여운 아이다."
>>[인터뷰②] 에서 계속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매니지먼트 숲, 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