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올해 말 대의원 선거를 비롯해 내년 초 이사 대부분을 새로 뽑는 선거를 치른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과 이사들은 총회와 이사회를 구성하고, 협회에 산적한 각종 사안들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다. 일간스포츠는 KLPGA 기획 진단, 권력화로 얼룩진 KLPGA 대의원과 이사들의 백태를 들여다본다.
KLPG의 정관은 1991년 12월 14일 이후 2017년 3월 27일 개정까지 총 11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그리고 3월 7일 열린 2차 이사회에서 정관 제9장(보칙) 제46조(정관의 개정)에 의거해 정관을 개정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이어 3월 말 열린 정기총회에서 ‘임원의 종류와 정수’ ‘임원의 선출 방법’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2차 개정 정관을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 승인 전인 정관을 포함해 총 12차례 진행된 KLPGA의 정관 개정에서 자주 회자되는 사건은 2008년 제1차 이사회에서 의결됐던 ‘임원 연임 및 중임 조항’에 관한 건이다. KLPGA 정관에 따르면 임원의 임기는 이사 4년·감사 3년(제3장 제14조)으로 돼 있는 것이 전부다. 연임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이에 KLPGA는 2008년 제1차 이사회에서 ‘임원 연임 및 중임 조항’에 대해 “임원은 중임 또는 연임으로 8년 이상 할 수 없다”고 의결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주무관청에 신고하지 않았고, 정관에는 이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은 일부 임원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강춘자 수석부회장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부회장과 수석 부회장을 한 뒤 다시 2016년에 수석 부회장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역시 ‘임원 임기’가 정관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수석 부회장은 이사회에서 의결한 규정이 명백히 있음에도 ‘임원 임기’가 정관에 명시되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는 억지 논리를 폈다. 큰 논란을 딛고 연임에 성공한 강춘자 수석 부회장은 당선 이후에도 이 내용을 정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관계자는 “2008년 당시의 이사회 회의록이 보관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전직 이사회 임원을 지낸 K프로는 “임원 연임에 관한 건은 언제든지 다시 올려서 회의하고 주무관청에 신청하면 되는데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KLPGA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총회에서 수석 부회장·부회장·전무이사를 대의원 선출제에서 회장 지명제로 바꾸는 한편, 각 임원직을 한 번씩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관을 개정했다.
그러나 바뀔 정관대로라면 수석 부회장·부회장·전무이사를 각 4년씩 총 12년이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집권을 막겠다”는 정관 개정의 취지도 다소 무색해진다. 법무 법인 시선의 O변호사는 “연임을 막으려고 내놨다는 규정이 이름만 바꿔 가면서 12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악용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정관 개정 취지에 부합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전직 이사회 임원을 지낸 K프로는 “임원 연임에 관한 건이 장기 집권과 독재를 막고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겠다는 취지에 맞게 제대로 바뀌지 않으면 제2·제3의 강춘자 수석 부회장이 나올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