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대명사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아이돌 그룹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노래가 모든 청춘의 노래는 아닙니다. 눈에 많이 띄지 않지만, 다양한 청춘은 그들의 희망, 사랑, 좌절, 아픔 등을 담아 노래하고 있습니다. 큰 무대에 설 기회는 적지만,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청춘들의 꿈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일간스포츠는 방송사나 매체에서 소개될 기회가 많지 않은, 청춘뮤지션들의 이야기를 이 코너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왠에게 청춘이란 뭘까요>오왠에게>
"저에게 청춘은 특권입니다. '자유 이용권'이죠. 뭐든 다 해볼 수 있잖아요. '어려서'라는 핑계도 댈 수 있어요. 잘 되면 정말 좋은 거고요. 어른들이 '젊음이 좋은 거다'라고 할 때 '어린 게 뭐가 좋아'라고 했는데, 이제 그 뜻을 이해할 것 같아요. 젊음을 즐기지 못한 채 30대를 맞이하면 '내가 뭐 했지?'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순간순간 젊음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Take it easy/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오늘밤이/왜 오늘의 나를 괴롭히죠/아무것도 한게 없는 하루인데/나는 왜 이렇게 눈치만 보고 있는 건지/아쉬움은 나를 찾아 다가오네/창문 밖은 벌써 따뜻한데/한번만 다시 또 일어설 수 있나요 음음음/오늘도 슬픔에 잠겨 밤을 지우고 있나요' - 오왠의 '오늘' 中
오왠은 1인칭 시점으로 가사를 쓴다. 모두 자신의 이야기다. 무작정 희망을 노래하지도 않고, 여지만 준다. 오왠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오늘은 왠지' 힐링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왠은 지난해 5월 첫 EP앨범 '웬 아이 비긴(When I Begin)'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네이버 '히든트랙넘버Ⅴ'에 뽑히면서 대중에게 빠르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아 MBC '쇼!음악중심'에 강제(?)로 출연했다. 여느 아이돌과 가수와 다른 초고속 승진(?)이었다. 현 소속사인 DH플레이엔터테인먼트과 계약한 지 1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오왠은 초고속 승진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김해 사나이 오왠은 화끈했다. 현 DH엔터 구자영 대표를 만나자마자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머릿속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은 뚱뚱하고 담배를 피우고 말도 없고 무서울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대표님은 달랐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구 대표는 "오왠은 나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밑 보이기 싫어했다. 보통 뮤지션들이 게으르지만 오왠은 자기 고집도 세고 피드백이 빨랐다. 그래서 더 데뷔 앨범이 빨리 나올 수 있었다"며 오왠의 장점을 쉴 새 없이 털어놨다.
욕심 많고 질투도 많은,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노래로 풀어내는 오왠. '청춘별곡' 두 번째 손님이다.
<2편에 이어>
- 김해 출신인데 서울에 올라와 DH플레이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했어요. 어떻게 회사를 알게 됐나요.
"음악으로 나를 알릴 방법은 버스킹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에서 버스킹을 시작했어요. 마음 맞는 형과 6개월가량 노래를 불렀어요. 사람들이 반응이 좋으니까 욕심이 나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빌리어코스티 노래가 좋아서 이분들이 소속된 회사에 무작정 데모를 보냈어요. 그게 바로 지금의 회사예요."
- 얼마 만에 연락이 왔나요.
"보통 데모를 보내면 2주 정도 있다가 연락이 온다기에 달력에 표시를 해뒀어요. 그런데 며칠 있다가 바로 답 메일이 왔어요. 처음 보내는 데모라 어떻게 보내는지도 몰랐어요. 그냥 '스물세 살 김해 사는 남자입니다. 잘 들어봐 주세요'라며 네다섯 곡을 메일로 보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연락처도 안 적고 메일을 보내 대표님이 당황하셨대요.(웃음) 시간이 지나면 이 기회가 사라질 것 같아서 미팅 제의 이틀 뒤에 바로 올라갔어요. 홍대도 처음 가봤어요."
- 그때 대표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부산에 두기엔 아깝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듣고 싶은 말을 들은 거죠. 바로 짐싸서 서울로 이사했어요. 데모 보내고 데뷔까지 반년도 안 걸렸어요. 지난해 10월 말에 첫 미팅하고 11월 1일부터 서울 올라와서 곡 작업했죠. 오랜 버스킹 때문에 버릇이 있었어요. 대부분 시간을 그걸 다듬는 데 썼어요."
- 초고속 데뷔네요.
"친구 중에도 가수를 준비하는 친구가 있는데 정말 오랫동안 준비하더라고요. 오랫동안 데뷔를 못 할 거라는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초고속 데뷔도 모자라 나갈 수 있는 페스티벌에 나가고, 소극장 단독 공연도 했어요. 정말 전 운이 좋은 것 같아요."
- 그래도 불안한가요.
"회사와 계약을 앞두고 불안할 때 쓴 곡이 '오늘'이에요. 그때 무서운 꿈도 많이 꿨어요. 대표님이 다시 고향에 내려가라고 하는 꿈부터 노래가 묻히면 어쩌지 등등. 한강 다리 밑에서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라면서 진심을 담아 썼죠."
- '집돌이'라던데요.
"딱히 돌아다닐 데가 없어요. 술도 즐기지 않고요. 남자들이 좋아하는 당구도 안 좋아해요. 그냥 집에 있는 게 좋아요."
- 집에서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집에 TV가 없어요. 그래서 가만히 앉아 라디오나 음악을 많이 들어요. 아니면 도전하고 싶은 작업을 해요. 습작 남기죠."
- 조용한 걸 좋아하나 봐요.
"네. 그래서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집 앞에 안 나가요. 홍대 한복판에 살아서 정말 시끄럽거든요. 공연할 때 사람이 많은 건 좋은데 그 외엔 별로예요."
- 그래서 조용한 가사가 많나 봐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매사 생각할 때도 걱정을 많이 해요. 걱정이 많아 보인다는 소리도 종종 들어요. 생각할 게 많아서 이런 가사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가요.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군대 다녀와서 많이 바뀌었어요. 어머니 말로는 군대 갔다 오기 전에는 불같았대요. 누가 절 치고 갔을 때 반말하면 저도 같이 반말하고, 존댓말 하면 존댓말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 성격이 왜 바뀌었을까요.
"제가 잠깐 농구부도 했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군대는 쉬웠어요. 헌병이라 생각할 시간도 많았거든요. 그때 부모님께 '싹수 없게 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막 났어요. 버릇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도 예전보다 조용해졌다고 말해요. 전 지금의 제가 정말 좋아요. 예전의 저를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워요."
- 예전의 성격을 고치지 못했으면 어땠을까요.
"음악도 못 했을 것 같아요. 음악이 성격 전환에 한몫했어요. 하고 싶은 걸 못하면 날카로운 편이었어요. 그런데 가사에 욕을 쓸 순 없잖아요. 좋은 말을 쓰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졌어요. 음악으로 힐링했죠."
- 오왠이 그리는 큰 그림은 뭘까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엄청 저을 거예요. 기회가 오면 놓치면 안 돼요.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음악을 열심히 하면 좋은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 좋아하는 여자에게 본인의 노래를 들려준 적 있나요.
"들려준 적은 없어요. 다만 그녀를 생각하면서 쓴 곡은 있어요. '피크닉'이 그런 경우에요. 예전에 연애할 때 그녀와 헤어지는 걸 상상하면서 만들었어요. 달달한 노래보다 헤어질 때 감성을 담고 싶었어요."
- 연애는 하고 있나요.
"지금은 집에만 있어서요.(웃음) 차차 만들고 싶어요. 아직까진 생각이 없다. 저만의 세계에서 재밌게 즐기고 있어요. 여자친구가 없어도 팬들이 사랑해주시잖아요. 팬들이 '오구오구' 해주시고 선물도 주셔서 좋아요. 그런 것들로 외로움이 잘 채워져요."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요.
"다 기억에 남지만 첫 단독 공연이 많이 기억에 남아요. 페스티벌은 다른 뮤지션 보기 위해 겸사겸사 제 공연을 보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단독 공연은 오로지 저만 보려고 오신 거잖아요. 제 노래를 아시는 분들이고, 또 따라 불러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요.
"내년이 되면 더 깊은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그때마다 솔직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노래에 써 내려가고 싶어요. 대중들이 들었을 때 꾸준히 힘을 드리는 게 목표예요."
- 오왠의 30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노안이에요. 30대 되면 제 나이를 찾지 않을까요. 살아있다면 지금처럼 똑같이 꾸준히 음악 할 것 같아요."
- 다음 앨범은 언제 들을 수 있을까요.
"꾸준히 작업 하고 있어요. 얼마 전 회사에서 로니 츄 앨범이 나왔는데 경계하고 있어요. 질투가 많거든요.(웃음) 사람들은 항상 새 제품을 좋아하지 않나요. 빨리 작업해서 대표님 사랑과 팬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요.(웃음)"
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사진·영상=박찬우 기자, 영상 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