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와 한층 더 친해진 한국 영화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2017)에 무려 다섯 편의 한국 영화가 공식 초청을 받았다.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가 수상을 놓고 경합을 치르는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불한당(변성현 감독)' '악녀(정병길 감독)'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 감독)'가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을 통해 전 세계 영화인들을 만난다.
이로써 한국 영화는 지난해 '아가씨(박찬욱 감독)'에 이어 2년 연속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고, 다섯 편의 영화를 이끈 감독과 배우들은 '꿈의 무대'인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진출 소식부터 반전과 이변이 난무하다. 한국 영화계에도 매일이 축제가 될 70회 칸 영화제는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다.
주요부문 공식 초청작은 세 편에서 다섯 편으로 늘었고, 경쟁부문 진출작만 두 편이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로 깨부순 칸 장벽이 조금 더 무너졌다. 3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 부름을 받지 못했던 한국 영화는 때마다 위기론에 휩싸였고, 칸이 사랑한 감독들의 시대도 그대로 저무는가 싶었다.
하지만 '깐느박' 박찬욱 감독은 영화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당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곡성(나홍진 감독)',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산행(연상호 감독)'과 함께 당당하게 칸 입성에 성공, 현지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국내 흥행의 맛도 톡톡히 봤다.
올해는 그 바통을 봉준호·홍상수 감독이 잇는다.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글로벌 프로젝트 '옥자'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칸 경쟁진출 쾌거를 이룩했다. 넷플릭스 역시 오리지널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 사실상 미국 영화로 분류되지만 그래서 그들의 시선에서 '외국 감독'인 봉준호 감독의 성과는 그래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봉준호 감독의 칸국제영화제 초청은 '괴물(2006년)', '도쿄!(2008)', 마더(2009)'에 이어 네번째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11년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에 위촉 된 것에 6년만에 프랑스 칸을 찾는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에 다시금 방문하게 되어 영광이며, 올해의 경우 특별히 넷플릭스와 손잡고 제작한 옥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돼 진심으로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어느 날 옥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옥자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인 미자가 필사적으로 옥자를 찾아 나서면서 예상치 못했던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면, 홍상수 감독은 원조의 힘을 발휘했다. 홍상수 감독과 임상수 감독은 '투상수'라 불리며 주기적으로 칸의 부름을 받는 감독들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작품을 출품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초청을 받지 못해 쓴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 아쉬움을 올해는 두 편의 영화로 달랜다. 홍상수 감독은 출품이 알려지지 않았던 '그 후'가 깜짝 경쟁부문에, 초청이 유력시 됐던 '클레어의 카메라'가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으로 부름을 받으면서 두 편의 영화가 모두 공식초청을 받는 이례적 성과를 거뒀다.여기에 '불한당'과 '악녀'는 지난해 새벽 뤼미에르 극장(GRAND THÉÂTRE LUMIÈRE)을 좀비로 물들였던 '부산행'과 같은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진출해 눈길을 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스릴러·미스터리·호러·판타지와 같은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3~5개 작품이 해마다 초청된다. 이 부문에 소개된 영화들은 대중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 나라의 영화가 두 편이나 초청되는 것도, 또 한국 영화가 같은 부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도 익숙한 그림은 아닌 상황.
한국 영화는 지금까지 '달콤한 인생(2005)', '추격자(2008)', '표적(2014)', '오피스(2015)', '부산행(2016)'이 초청 됐으며, '불한당'과 '악녀'는 같은 해 6번째, 7번째 초청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안게 됐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남자 재호(설경구)와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남자 현수(임시완)의 뜨거운 세상이 담긴 범죄액션 영화다.
변성현 감독은 "존경하는 선배 감독님들이 초청 되었던 섹션에 초청되어 정말 영광이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기존 범죄액션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 전세계 영화 팬들이 우리 영화를 보는 동안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악녀'는 액션 마스터 정병길 감독의 차기작으로, 죽이는 것 외엔 배운 게 없는 최정예 킬러 숙희의 이야기를 그린 강렬한 액션 영화다. '악녀' 주연 김옥빈과 신하균은 지난 2009년 '박쥐(박찬욱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칸 영화제에 입성하게 됐다.
정병길 감독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영광스럽다. 영화제 측이 '악녀'의 장르적 재미와 쾌감을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 고생해준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도 너무 감사하다"고 진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