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밀리지 않았다. 개봉 3주 차에 접어 들었지만 추석 연휴까지 스크린과 관객을 잡는데 성공했다. 오로지 '영화의 힘'으로 일궈낸 성과라 더 축하받을만 하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킹스맨: 골든 서클(매튜 본 감독)' '범죄도시(강윤성 감독)'와 함께 황금 연휴 박스오피스 4파전을 이끌었다. '남한산성'과 '킹스맨: 골든 서클'의 쌍끌이 흥행이 예견됐던 가운데, 복병으로 일컬어진 '범죄도시'와 '아이 캔 스피크'의 저력은 놀라움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특히 '남한산성'과 한 날 한 시 개봉이라는 초강수를 둔 '범죄도시'도 '범죄도시'지만, '킹스맨: 골든 서클' 보다도 한 주 먼저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의 장기흥행 파워는 다양성의 방점을 찍는데도 큰 영향력을 끼쳤다. 입소문 면에서는 네 작품 중 가장 호불호 갈리지 않는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6일까지 '아이 캔 스피크'의 누적관객수는 259만9625명. 3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작은 영화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과 관계자들은 '더 흥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 만큼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한 것.
'아이 캔 스피크'의 흥행이 의미있는 이유 역시 이 같은 관객들의 애정과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는데 있다. '아이 캔 스피크'를 안 본 관객은 있어도, 영화를 접한 관객 중에 일부러 깎아 내리기 위함이 아닌 이상 혹평 혹은 악평을 남기는 관객들은 거의 없다. 아주 조금 과장을 보태 99.9%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객들은 '제발 '아이 캔 스피크' 봐 주세요. 눈물로 세수함. 올해의 수작' '말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봐야만 알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 단순히 울게 만드는 영화도 아니다. 웃다 울다 통쾌했다 혼자 난리쳤지만…. 진짜 똑똑하게 잘 만들었다'. '감독과 배우들이 얼마나 신경썼는지 영화 한 편으로 다 설명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딱 내가 원했던,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 등 의견을 전했다.
또 '나문희 배우 얼굴만 봐도 눈물날 듯. 연기 왜 그렇게 잘하세요' '이런 영화가 잘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이렇게도 문제제기 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흠이 있어도 굳이 뜯어내 찾고 싶지 않은 영화. 촌스럽다 해도 나를 더 촌스럽게 만든 영화. 노년의 배우가 주인공이었다는 점도 너무 좋았다' '정직하고 착하다고 해서 재미없는건 아니다. 오랜만에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등 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4년 CJ문화재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통과됐던 2007년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낸 휴먼코미디다. 영화에 담긴 진짜 이야기를 알고 본 관객들이건, 모르고 본 관객들이건 감동 수치는 비슷하다. '민낯과 휴지를 무조건 준비해야 한다'는 후기도 진짜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아이 캔 스피크'에 대한 여운을 온라인 상에서 이어가며 기본적인 관람 후기는 물론, '어느 장면부터 눈물을 흘렸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소소하게 나누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문희·이제훈 등 주연 배우들에게만 쏟아졌던 관심이 박철민·이지훈·정연주 등 공무원 직원들과 엄혜란·이상희 등 시장 상인들, 그리고 손숙·김소진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된 인물들에게까지 이어져 '버릴 것 없는 영화'라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특히 나문희와 엄혜란이 슈퍼 한 가운데서 서로를 끌어 안은 채 폭풍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미국 청문회 신 외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아이 캔 스피크'는 스토리·연출·연기력 등 영화로써 갖춰야 할 기본 조건에 대해 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에 유머·감동과 함께 어우러진 깊이있는 메시지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게 아깝지 않은 시간과 가치를 선물했다. 예민할 수 있는 소재를 상업영화로 영리하게 풀어내면서 향후 같은 소재를 담아낸 영화들과 어떤 이유로든 꾸준히 비교될 것으로 보인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