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동근(38)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연기와 함께 살아왔다.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이골이 날 수 있지만 "여전히 연기가 재밌다"면서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양동근은 지난 9일 종영한 MBC 수목극 '미씽나인'을 통해 데뷔 처음으로 검사 역으로 분했다. 결말을 두고 아쉬움을 금치 못했지만 새로운 도전에 의미를 뒀다. tvN '삼총사' 이후 주연에서 조연으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양동근은 톤부터 행동 변화까지 이전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유의 느린 톤 역시 "계산된 전략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년 만의 드라마이자 10년만의 지상파 복귀작이다.
"카메오 출연도 하고 뮤지컬도 하면서 연기는 계속 연마해왔다. 스스로 변화를 주기 시작한 건 '삼총사' 때부터다. 그 전까지는 거의 주연만 해왔는데 이젠 흔히 말하는 감초, 조연 쪽으로 탈바꿈했다. 톤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작품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좋다."
-종방연에 아들 준서와 함께 참석했더라.
"아내가 힘들어해서 데려갔다. 아들 때문에 술을 많이 못 마셨다. 아마 (아내가) 그걸 겨냥한 것 같다."
-정의로운 검사 역할을 소화했다.
"검사는 고학력자인데 난 인생 공부, 연기 공부를 오랜 시간 해왔다. 정신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 고학력자 이상의 정신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너무 감사하게도 검사라는 역할은 그간 해보지 못했었다. 2대 8 가르마를 딱 하니 흥미로웠다. 그간 좀 가볍고 아니면 아예 못된 역할이었는데 정의의 편에 서서 진실을 밝혀내려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좋았다. 연기 인생 30년 정도가 되면 연기라는 게 좀 이골이 날 수 있는데 처음 해보는 검사라는 캐릭터라 즐거웠다."
-용두사미 결말이란 지적이 많다.
"그건 시청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어쩔 수 없이 '미씽나인'을 미국 드라마 '로스트'와 비교하게 되는데 결국,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시간이 많고 돈이 많았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시작은 진짜 좋았다. 시간도 많았고 쫓길 생각도 못 했다. 1회부터 4회까지는 정말 좋았다."
-동생을 잃은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점에 집중했나.
"처음 연기할 때는 동생 잃은 검사인지 몰랐는데 이 캐릭터 자체가 아픔에 허덕이는 걸 보여주진 않았다. 그래서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있지만 항상 깨어있어 중심을 잃지 않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다가갔다. 방송에 보여지지는 않았지만 이외 시간에 많이 울었을 것이다."
-방송 말미 태항호가 말 좀 빠르게 하라고 구박하더라.
"그렇게 (말이 느리다고) 얘기할지 몰랐다.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말을 천천히 해야 좀 더 길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주어진 대본은 한계가 있다. 그런데 충분히 호흡을 줘야 분량이 많이 나온다. 분량이 모자라다는 것보다는 남는 게 낫기 때문에 충분히 호흡을 줬다. 앞을 내다본 나만의 계획이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정경호·백진희는 어떤 배우였나.
"정경호는 모든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냈다. 리더십이 있는 것 같다. 현장을 자유롭게, 편안하게 즐기더라. 내가 어렸을 땐 '촬영장에서 이러면 안 돼!' 그런 게 너무 많았다. 그런 걸 뛰어넘은 다음 세대 같았다. 백진희는 현장에서 구김살이 없었다. 고된 촬영이라 짜증을 낼 수 있는데 그런 게 전혀 없고 항상 웃었다. '요즘 젊은 배우들은 굉장히 밝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달라진 환경이 개인적으로 놀라웠겠다.
"그래서 어찌 보면 구경꾼이었다. 나도 늙은 건 아니지만 그런 의식이 있다. 난 이제 구식이다. 꼰대다. 10살부터 연기를 해오던 사람이라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연기자들을 보면 참 신선하다. 처음 현장의 그런 모습을 접했을 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우리 때는 촬영장이 욕하고 소리 지르는 군대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온화한 분위기에 적잖이 당황했다."
-송옥숙과의 카리스마 대결도 흥미진진했다.
"선배님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맞춰주셨다. 각자가 준비해오고 현장에서 맞춰보는데 내가 준비해 간 것들에 맞춰주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팽팽한 긴장감이 나올 수 있었다. 준비한 게 너무 강해지면 불편해질 수 있는데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한 신을 완성하니 정말 즐거웠다. 대학교는 안 다녔지만 대학교에서 작품을 작업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