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개막 필 잭슨 단독 인터뷰 시리즈① ‘젠 매스터’
일간스포츠

입력 2008.10.30 09:05

지난 1987년, 필 잭슨은 농구계를 완전히 떠날 생각이었다. NBA의 마이너리그격인 CBA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리그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그의 1975년 자서전 'Maverick' 때문에 NBA 구단들은 그를 감독은커녕 코치로도 영입하기를 꺼려했다. 'Maverick'에서 그는 LSD 복용, NBA 뒷얘기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리그에 파장을 몰고왔다.

잭슨도 결국 농구를 접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대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시카고 불스 단장 제리 크라우스가 코치직을 제안한 것. 크라우스는 그를 감독으로 영입하려 했지만 '자서전 사건'으로 인한 파장을 우려해 보조코치로 영입했다. 이후 그는 불스 감독으로 승격됐고 마이클 조던과 함께 6회(1991~1993, 1996~1998) 우승을 일궈내며 '불스 신화'를 만들었다.

잭슨에게는 그를 감독으로 만들어준 크라우스가 은인인 셈이다. 그러나 은인은 곧 숙적이 되고 만다. 불스내 그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시기한 크라우스와의 감정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결국 잭슨은 "불스가 82전 전승을 해도 넌 무조건 해고야"라는 수모의 말을 듣고 98년 은퇴를 선언했다. 이는 "잭슨 감독이 떠나면 나도 농구계를 떠나겠다"고 공언한 조던 마저 은퇴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잭슨은 제리 버스 LA 레이커스 구단주의 끈질긴 설득으로 레이커스 사령탑에 오른다. 그리고 번번이 우승을 놓쳤던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와 함께 3회(2000~2002) 연속 우승으로 총 9개의 우승반지를 낀 역대 최고 감독으로 등극했다. 조던, 코비, 오닐이 모두 잭슨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승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농구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필 잭슨.

그를 두고 '젠 매스터', '농구계의 철학가'라고도 부른다. NBA 2008-09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 16일 필 잭슨 감독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1부는 그의 어린 시절, 자서전 사건, NBA 선수시절, 조던과 코비에 대해서, 2부는 크라우스 단장과의 불화, 농구철학, 레이커스에서의 감독생활, 그리고 시즌 목표에 대한 인터뷰로 정리했다.



- 다리가 아프다던데 좀 어떤가.

"알 수 없이 계속 부어올랐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 올 시즌은 잘 넘길 것이다."


-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고 들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모두 펜테코스테파 교회 목사였고 두 분 모두 엄격하셨다. 어머니는 내게 성경구절을 항상 외우게 하시는 등 아버지보다 더 엄격하셨다. 어머니는 불같은 분이셨고 경쟁심이 대단했다. 어렸을 때는 농구부 주장도 맡았다. 아버지는 평범한 크리스찬이 아닌, 훌륭한 크리스찬이 되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집안 분위기 때문에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진 못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집에 TV도 없었다. 영화보러 간 적도 없었고 락&롤 음악도 듣지 못했다. 담배, 술은 말할 것도 없다. 오로지 교회와 학교 뿐이었다. 한 번은 하교한 뒤 집에 아무도 없어 (예수님이 재림해서) 어머니, 아버지를 모두 하늘로 데려가고 나만 세상에 남게된 줄 알았다.

그 때 울면서 어머니를 찾기 위해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적도 있다. 결국 어머니가 기독교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서 안심한 일도 있었다(웃음)."



-부모처럼 목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물론 있었다. 하지만 남들이 방언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모두 꾸미는 것은 아닐까'하고 자문하기 시작했다. 15살쯤, 이 길이 내가 갈 길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교회에서 내가 들었던 것처럼 세상사람들이 그리 나쁘다고 생각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엄격함이 당신을 (별명인) '독불장군(maverick)'으로 만들었나.

"그런 것 같다. 어린 시절 집안이 엄격했던 사람들을 보면 그에 순응하거나 그에 반항하거나 둘 중 하나를 결국 택하게 된다."



-NBA 선수시절은 어땠나.

"돈 때문에 NBA선수가 됐다. 뉴욕 닉스에서 뛰었을 때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마음을 굳혔고 학비를 번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하지만 닉스를 따르는 팬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곧 알게됐다. 그 때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게됐다."


-선수시절에 LSD를 복용한 게 인생관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는 데.

"그건 말이 와전된거다. 솔직히 말해 LSD를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영적으로 문제가 있을까봐 끊었다."



-크리스찬이면서 불교에 심취한 것으로 유명한데.

"불교의 묵상에 관심이 많다. 특히 타오이즘, 그리고 잘 알려진대로 Zen선(선:禪)에 매력을 느꼈다. 평화로운 느낌이 나에게 어필했다. 하지만 불경을 성경처럼 잘 알지는 못한다. 워낙 성경에 대한 지식이 가득하기 때문에 다른 종교가 내 머리속으로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내가 크리스찬이면서 불교를 공부해서 이상하게 보는 이들도 있다. 달라이 라마는 크리스찬들에게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반면 크리스찬들은 믿음 자체가 다른 종교를 받아들이기 힘들게 돼 있다. 과거 토마스 머튼처럼 크리스찬들이 타 종교인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



-불교 아이디어를 많이 섭렵하면 동료 크리스찬들이 뭐라 그러지는 않았나.

"나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자꾸 젠에 대해 얘기하니 그럴만도 하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나 역시 내가 하고 있는 것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자서전) Maverick을 낸 다음에 어려움을 겪었는 데.

"LSD를 사용한 것부터 NBA 뒷얘기들을 100% 솔직하게 담아서 문제가 됐다. 그 책을 낸 것에 대해 후회할 때가 더러 있다. NBA도 이 때문에 나를 불신했던 시기가 있었다."





-마이클 조던을 지도한 사람으로서 그를 평가한다면.

"마이클의 에너지를 보면서 감탄했다. 마이클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친구다. 모든 이들의 기대치를 뛰어넘은 보기 드문 선수였다."



-조던이 당신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다고 생각하나.

"팀 동료들을 믿기 시작했다. NBA에서 우승은 한 사람 힘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마이클도 깨닫게 됐다."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를 모두 지도해본 감독으로서 누가 더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하나.

"전체적인 농구 실력에서 코비가 마이클보다 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클에게 있는 게 있고 코비에게 없는 게 있다. 마이클이 보다 강한 몸과 손을 가졌다. 특히 그의 손은 10억 달러짜리 손이다. 상대 선수에게 파울을 당하면서 슛을 성공시키는 능력은 마이클을 따를 자가 없다. 3점슛을 비롯해 외곽슛 능력은 코비가 뛰어나다. 인사이드 게임은 마이클쪽이 강했다. 결정적으로 마이클은 야투 성공률이 50%였다. 코비는 50%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일간스포츠USA=원용석 기자
사진=레이커스 공식 홈페이지
관련뉴스
I Hot
인기 VOD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