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한동희(21)는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홈런 7개를 터뜨렸다. 이달 홈런수가 KBO 리그에서 가장 많다. 홈런 1개만 추가하면 데뷔 3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다. 7월 장타율은 0.736으로 SK 최정(0.8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동희는 "홈런이 쌓여 굉장히 재밌다"며 환하게 웃는다.
경남고 출신 한동희는 2018년 롯데가 1차지명을 했을 정도로 유망주였다. 2018년 3월 24일 SK와 개막전에 7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데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뽑아냈다.
출발이 좋았지만, 이후 2년 동안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18년 최종 성적은 87경기에서 타율 0.232, 4홈런, 25타점에 그쳤다. 지난해 59경기에서는 타율 0.203, 2홈런, 9타점으로 더 부진했다. 더군다나 3루 수비 실수가 너무 잦았다. 2018년 505이닝 동안 실책 12개, 지난해엔 346⅓이닝 동안 실책 9개를 범했다.
공격과 수비 중 한 부분에서라도 좋은 기량을 보였다면 롯데 벤치가 과감하게 그를 기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동희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한동희의 6월 타율은 0.191였다. 부진의 터널을 지나 7월이 되자 매서운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16일 사직 LG전에선 8-10으로 뒤진 7회 말 2사 후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쳤다. 이날 롯데는 난타전 끝에 15-10 승리를 거뒀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한동희의 타구 스피드를 특히 주목한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타구 스피드가 굉장했다. (키움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박병호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라며 감탄했다.
최근 한동희는 타격훈련 때 공을 띄우는 데 주력한다. 코치들이 "라인 드라이브와 뜬공 타구 생산에 주력하라"고 강조하는 점을 잘 따르고 있다.
이런 활약 덕분에 6~8번 타순에 주로 기용됐던 한동희는 최근 2번 타순까지 올라왔다. '강한 2번 타자'를 선호하는 리그의 흐름 속에서 한동희의 활약은 더욱 빛나고 있다. 그는 "2번 타자로 나선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장난인 줄 알았다. 굉장히 놀랐다"라며 웃었다.
한동희는 "코치님들이나 형들이 '가볍게 쳐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내가 홈런을 때린 장면을 보면 가볍게 친 느낌"이라며 "예전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 요즘은 가볍게 배트를 휘두르면서 내 스윙을 하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스윙에 힘이 들어가면 대부분 아웃이 됐다고 한다.
롯데 3루수 출신 이대호는 가장 든든한 멘토다. 한동희는 "대호 형이 많이 챙겨주고 응원해 주신다. 계속 배워서 발전하겠다"면서도 "매번 대호 형 얘기만 한다고 형들이 뭐라고 한다. 민병헌, 전준우, 안치홍, 신본기 등 여러 선배가 많이 조언해 준다"며 고마워했다.
보완할 점이 아직 많다. 좌투수 상대타율(0.452)은 좋지만, 우투수(0.198)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콘택트 능력도 좀 더 향상돼야 한다. 한동희는 "아직 멀었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