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염기훈의 FA컵 40경기 출장과 수원의 현실
일간스포츠

입력 2020.07.31 06:01

김희선 기자
지난 29일 열린 FA컵 8강전 성남전에 출전한 수원 염기훈. 이날 후반 교체 투입된 염기훈은 FA컵 통산 40번째 경기를 치뤘다. 대한축구협회

지난 29일 열린 FA컵 8강전 성남전에 출전한 수원 염기훈. 이날 후반 교체 투입된 염기훈은 FA컵 통산 40번째 경기를 치뤘다. 대한축구협회

 
FA컵에서 또 한 명의 선수가 값진 기록을 달성했다. FA컵 개인 통산 4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수원 삼성의 베테랑 염기훈(37)이 그 주인공이다.
 
염기훈은 지난 29일 2020 하나은행 FA컵 8강전 성남 FC와 원정경기서 후반 25분 임상협(32)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염기훈이 40번째로 치르는 FA컵 경기였다. 이제 염기훈보다 많이 FA컵에서 뛴 선수는 노병준(41·은퇴·42경기) 최효진(37·전남·41경기) 둘 뿐이다. 정규리그와 달리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지는 FA컵의 경우 매 시즌 보장된 경기 수가 없어 출전 기록을 쌓기 어렵다. 
 
염기훈은 2006년 K리그 데뷔 이후 15년 동안 수원에서 33경기, 전북과 울산 현대, 안산 경찰청 시절을 거치며 7경기를 치러 이 값진 기록을 쌓아 올렸다. 수원 관계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5년을 뛴 라이언 긱스도 프리미어리그에선 672경기를 뛰었지만 FA컵은 7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맨유가 강팀이기도 했고, 무승부시 치르는 재경기까지 포함한다 해도 FA컵에서 출전 기록을 쌓기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염기훈의 FA컵 40경기 출전 의미를 설명했다. 더구나 염기훈은 이 과정에서 세 번의 우승컵(2010·2016·2019)을 들어 올렸고 2010년과 2016년에는 대회 MVP, 2019년에는 대회 득점왕(5골)을 차지하기도 했다.
 
만약 수원이 8강에서 순조롭게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면, 그리고 결승까지 올랐다면. 염기훈은 FA컵 최다 출전 타이 기록을 세우고 다음 시즌 기록 경신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더 나아가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면 FA컵 최다 우승팀(5회)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수원, 그리고 염기훈 모두에게 완벽한 결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굵은 빗줄기 속에서 치러진 성남전 결과는 0-1 수원의 패배였고 염기훈의 FA컵 40경기 출전 기록은 탈락의 아픔에 밀려 빛이 바랬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주승진(45) 감독 대행이 탈락의 아쉬움보다 먼저 "염기훈이 오늘 FA컵 40경기에 출전했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출전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팀을 위해 헌신해주길 바란다"고 얘기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FA컵은 최근 몇 년 간 기나긴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수원이 유일하게 강한 모습을 보여온 대회다. 2014년 이후 4년 연속 4강에 진출해 두 번 우승했고, 지난해 하위 스플릿 추락 후에도 FA컵 우승으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리그 절반 이상을 소화한 현재 9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믿었던 FA컵마저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문제는 수원의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임생(49) 감독과 결별하고도 여름 이적시장 전력 보강은 없었다. 성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 다른 구단들이 선수 영입에 발벗고 나설 때 수원은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대신 유스 선수 두 명을 불러 올리는 것으로 끝냈다. 한 때 수원이 K리그 최고의 부자 구단이라 불렸던 점을 생각하면 씁쓸한 일이다.
 
성남=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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