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이대호 “내 은퇴 경기는…”
일간스포츠

입력 2022.06.13 05:20 수정 2022.06.13 00:28

이형석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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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는 은퇴 시즌인 올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간절함을 담아 '나보다 롯데'를 희망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 살,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이대호는 12일 기준으로 58경기에서 타율 0.353 8홈런 2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타율 2위, 안타 3위(79개)에 올라있다. 2010년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대호는 여전히 '거인 군단'의 중심타자를 맡아 특별한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주 롯데가 거둔 2승 모두 이대호의 방망이에서 만들어졌다. 이대호는 지난 9일 삼성라이온즈전 연장 11회 말 2사 1, 2루서 끝내기 2루타를 치고 환호했다. 12일 KT 위즈전에서는 멀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3타점을 폭발했다. 롯데는 이대호의 활약 덕에 연패에서 탈출했다.   
 
그에게 '은퇴를 미루고 더 뛰었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바람이 전해지고 있다. 이대호는 "은퇴는 이미 정해놓은 것"이라며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이대호는 현재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팀 성적 때문이다. 개막 전 한화 이글스와 함께 '2약'으로 꼽혔던 롯데는 시즌 초 '2위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5월 이후 내리막길을 걷더니 8위까지 떨어졌다. 이대호는 "(팀 성적에) 별로 만족하지 않는다. 벌써 (순위가) 밑으로 떨어졌다"며 "내 나이쯤 되면 개인 성적은 부진해도 팀이 상위권에 있으면 기분 좋다. 팀 성적이 떨어지면 분위기 역시 처지기 마련이다. (후배들에게도) 미안하다. 더 잘해서 더 이기고 싶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며 고개를 숙였다.
 
부산수영초-대동중-경남고를 나온 이대호는 2001년 롯데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해 '거인 군단'을 상징하는 최고 스타가 됐다. 지난해 1월 롯데와 FA(자유계약선수) 2년 계약하며, 우승 옵션을 1억원씩 넣었다. 개인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아닌 팀 우승에 보너스를 건 것이다. 롯데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이대호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통해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빈말이 아니다"며 "정규시즌 144번째 경기가 내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가을야구 1~2경기라도, 더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함을 전했다.
 
롯데 이대호가 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 연장 11회 말 2사 주자 1, 2루에 좌중간 끝내기 2루타를 친 뒤 두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롯데 이대호가 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 연장 11회 말 2사 주자 1, 2루에 좌중간 끝내기 2루타를 친 뒤 두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선수 생활의 종착지를 향해가는 이대호는 개인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그는 "후배들이 잘해서 (날 대신해) 뛰었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내가 벤치에 앉아 있어도 행복할 것이다. 은퇴를 앞둔 선수가 계속 출전하는 게 팀으로선 안 좋다. 내가 경기에 띄엄띄엄 나가더라도, 후배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와서 더 잘했으면 한다. 떠나는 마당에 (개인 성적에는) 욕심 없다"고 재가 강조했다.

 
자신이 점찍은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는 4월까지 타율, 홈런, 장타율, 출루율 1위에 올라 KBO리그를 강타했다. 그러나 5월 슬럼프에 빠지더니 부상까지 겹쳐 주춤하고 있다. 이대호는 "(한)동희는 더 잘할 것이다. (기량이 꽃 피우기까지) 아직 멀었다"면서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꾸준한 선수가 돼야 한다. '한동희라면 이 정도(성적)까지 하는구나'라는 인식을 만들면서, (올해 4월처럼 잘해도) '이거밖에 못 하나'라는 이미지를 주는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한동희에게 비타민을 챙겨주고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그는 "동희는 앞으로 팀을 지켜야 하는 기둥이자 책임져야 하는 선수"라고 책임감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이대호의 공로를 인정해 이승엽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은퇴 투어를 열어주기로 했다. 그는 "아직 은퇴가 실감 나지 않는다. 사실 나도 그렇고 상대 팀에도 부담이다. 조용히 떠나는 게 가장 좋은데…"라면서 "20년 넘게 날 사랑해준 팬들이 전국에 있다. 인사하고 떠날 수 있어 설렘도 있고, 아쉬움도 든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최고의 팬서비스는 가을야구 초대장이다. 그는 "롯데 팬이 전국에 많이 계신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야구 인기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라며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도 잘하고 후배도 잘해서 가을야구 한번 해야죠. 다친 선수들이 돌아오면, 롯데는 더 올라갈 겁니다. 한두 번이라도 내 은퇴 경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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