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세계에서 가장 미움을 받는 축구팀
일간스포츠

입력 2022.07.06 06:06 수정 2022.07.05 17:36

김식 기자

유럽 언론 '비호감 팀' 매년 선정
성적 좋은 빅클럽 비호감도 높아
밀월은 훌리건 탓에 미운털 박혀
러시아 구단주 첼시는 졸부 취급

모든 축구 팬에게는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클럽이 있다. 더불어 지독히 싫어하는 팀도 꼭 있다. 특정 클럽을 싫어하는 이유는 보통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라이벌 관계라서. 둘째, 좋은 성적을 계속 거두는 팀에 대한 거부감과 질투심에 의해. 셋째, 특정 선수나 감독이 맘에 안 들어서. 넷째, 구단주의 클럽 경영 방침에 거부감을 느껴서. 다섯째, 클럽의 과거 행적이 못마땅할 때. 이외에도 클럽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배경이나 팬들로 인해 비호감이 될 때도 있다.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클럽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싫어하고 경멸하는 팀은 있다. “세계에서 미움을 가장 많이 받는 클럽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독자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필자는 4개 언론사 자료를 참고했다. Sports Brief는 우크라이나에 기반을 둔 온라인 스포츠 미디어다. talkSPORT와 sportskeeda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영국 매체로 각각 스포츠 전문 라디오 방송과 스포츠 전문 매체다. SportMob은 축구 뉴스를 전달하는 앱으로 9개국 언어로 서비스된다. 이들 언론사가 조사한 내용을 표로 정리했다.                                 
 
표에 속한 대부분의 팀은 규모가 크고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소위 말하는 빅 클럽이다. 그에 반해 다른 클럽들과 체급이 맞지 않는 밀월(Millwall)에 눈길이 간다. 런던 남동부에 위치한 밀월은 137년의 구단 역사 중 1부 리그에서 보낸 시즌이 두 번에 불과하다. 이들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988~89시즌 1부 리그로 승격했고, 그 해 10위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해 20위를 기록한 뒤 2부 리그로 강등됐다.
 
밀월은 성적으로는 내세울 게 없는 클럽이다. 대신 밀월은 웨스트 햄과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와 가장 위협적인 훌리건을 가진 것으로 악명이 높은 팀이다. 이들의 폭력성을 그린 영화가 10편이 넘는다. 국내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둔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주인공 에그시(테런 에저튼)도 동네 불량배 시절 밀월 팬이었다. 이들의 공식 구호가 "No one likes us, we don't care(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지만, 우린 신경쓰지 않아)"다. 잉글랜드 팬들이 대표적으로 싫어하는 클럽이 밀월이다.
 
3개 언론사 순위에 오른 RB 라이프치히도 흥미로운 케이스다. 이들이 왜 미움을 받는지 이해하기 위해 클럽의 역사와 독일 축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09년 세계적인 에너지 음료회사 레드불은 당시 5부리그에 있던 SSV 마르크란슈테트를 인수, RB 라이프치히로 이름을 바꾼다. 이후 레드불은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클럽 창단 7년 만에 5부 리그에서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로 승격시킨다.
 
축구는 독일 사회에서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에는 '50-plus-one(50+1)'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어떤 개인이나 기업도 구단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구단의 소유권은 대중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이프치히가 50+1 규정을 준수한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하위 리그 시절부터 그들이 지출한 자금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울러 기업명이 팀 이름에 들어가면 안 되는 규정 때문에, RB 라이프치히의 RB는 Red Bull이 아닌 Rasen Ball(잔디 공)이라는 클럽 주장에도 여론은 냉소적이다. 누가 봐도 Red Bull의 이니셜인데 규정을 교묘히 피하기 위한 꼼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업화로부터 스포츠의 진실성(integrity)을 지키려는 독일 사회에서 레드불은 클럽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라이프치히는 가짜를 의미하는 플라스틱(plastic) 클럽으로 불릴 때도 있다.
 
2005년 EPL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주제 무리뉴 감독과 첼시 선수들. 매력적인 외모,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무장한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전성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그의 거침없는 언행과 독설은 많은 안티 팬을 만들어냈다. 이제 그는 첼시 감독이 아니지만, 클럽의 상징과도 같았던 무리뉴 때문에 첼시를 싫어하는 이들도 꽤 있다. [무리뉴 인스타그램]

2005년 EPL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주제 무리뉴 감독과 첼시 선수들. 매력적인 외모,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무장한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전성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그의 거침없는 언행과 독설은 많은 안티 팬을 만들어냈다. 이제 그는 첼시 감독이 아니지만, 클럽의 상징과도 같았던 무리뉴 때문에 첼시를 싫어하는 이들도 꽤 있다. [무리뉴 인스타그램]

첼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함께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비호감으로 찍힌 팀이다. 영국 신문사 데일리 미러는 매년 팬들이 선정한 EPL 비호감 팀 순위를 발표한다. 불명예 자리 1위는 보통 맨유의 차지였으나, 2016년 조사에서는 첼시가 EPL 최고 비호감 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토트넘 팬들이 첼시에 몰표를 던졌는데, 같은 런던을 연고로 하는 라이벌 의식 외에도 첼시 팬들의 반유대주의(anti-Semitic) 구호에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저 그런 중위권 팀이었던 첼시는 2003년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가 되면서 탈바꿈한다. 아브라모비치의 전폭적인 투자로 첼시는 EPL을 대표하는 빅 클럽으로 성장했다. 이런 첼시를 복권에 운 좋게 당첨된 품격 없는 졸부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또한 성공을 돈으로 샀다고 첼시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축구 팬들도 있다. 물론 첼시 팬들은 이를 자신들의 성공을 질투하는 라이벌 클럽 팬들의 투정으로 치부한다.
 
아울러 첼시에서만 19년을 뛴 원클럽맨 존 테리의 인종차별 발언, 불륜 스캔들 등 그와 연관된 사고와 논란 등도 첼시를 비호감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외에도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해 젊은 재능을 많이 영입하나 1군에서 기회를 거의 주지 않고, 이들을 임대 보냈다 다시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첼시의 유스 정책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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