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1·마요르카)이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티켓을 손에 넣으려면 더 나은 수비력과 많은 활동량을 보여야 한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오는 23일 코스타리카, 27일 카메룬과 격돌한다. 월드컵 전, 유럽파를 포함한 최정예 멤버가 모여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외면했던 이강인을 불러들였다. 최근 이강인의 활약을 좋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명단 발표 때 “이강인을 뽑은 이유는 다른 선수들과 동일하다. 경기력, 폼, 대표팀의 요구 상황 등을 고려해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포커스를 선수가 아닌 팀에 맞추고 봐야 한다. 각 선수가 팀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소속팀에서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찰하고 있다. 이강인은 공격 과정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 판단력도 좋다. 다만 수비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강인이 그간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는 확실했다. 경쟁자들보다 수비력이 떨어지고 활동량이 부족한 탓이었다. 벤투 감독은 압박과 빌드업을 강조한다. 자연히 왕성한 활동량과 공을 잘 다루는 능력을 동시에 갖춘 미드필더를 선호한다. 여러 방면에서 두루 능력을 갖춘 이재성과 황인범을 꾸준히 기용한 이유다.
벤투 감독에게 이강인은 반쪽짜리였다. 날카로운 킥을 활용한 번뜩이는 공격 전개, 공 소유 능력 등 전방에서 영향력은 확실하지만, 수비력이 취약해 선택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선수 하나에게 팀을 맞추기보단 ‘원 팀’을 만들고 싶어 했다. 결국 수비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강인은 늘 외면받았다.
하지만 이강인이 달라졌다. 2022~23시즌 들어 스피드가 눈에 띄게 빨라졌고,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력까지 개선된 모습이다. 또한 공을 길게 소유하던 버릇도 고친 모양새다. 주변 동료들을 이용하며 한결 간결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벤투 감독이 큰맘 먹고 이강인을 발탁한 연유로 여겨진다.
다만 이강인이 벤투 감독의 눈에 들려면 개선된 수비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이강인은 9월 2연전에서 벤투 감독이 요구하는 적극적인 수비, 압박 능력을 선보여야 한다. 이전보다 많은 활동량으로 넓은 범위를 커버한다는 것도 어필해야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강인이 황인범-정우영-이재성으로 이어지는 중원 라인 중 한자리를 꿰차기는 쉽지 않다. 최전방 중 한자리에 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이 두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기존 멤버를 바꾸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강인이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된다면, 벤투호가 누릴 수 있는 효과는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소유가 되는 이강인은 전방으로 날카롭고 정확하게 공을 배달하는 능력을 지녔다. 이강인은 공격 지역에서 마무리 패스가 아쉬운 벤투호의 고민을 해결할 카드가 될 수 있다. ‘조커’로서 활용 가치도 크다. 이강인은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5경기에 출전해 3도움을 수확했다. 어시스트는 모두 칼날 같은 크로스에서 나왔다. 한국이 세계 무대에선 ‘도전자’인 만큼 세트피스나 한 방이 중요하다. 이 상황에서 이강인의 왼발 킥이 주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