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포수 박동원이 새 둥지를 찾았다. 21일 LG와 기간 4년, 총액 65억원(계약금 20억원·연봉 45억원)에 계약했다. '포수 전쟁'으로 불리는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준척급으로 평가받은 그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박동원은 지난 4월, 트레이드로 KIA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이적했다. 안방 공격력이 약했던 KIA는 현금 10억원과 주전급 유틸리티 플레이어 김태진,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2라운드)을 키움에 내줬다. 2021시즌 22홈런을 기록하며 증명한 박동원의 장타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동원은 이적 뒤 첫 경기(4월 26일 KT 위즈전)부터 홈런을 쳤다. 한동안 타격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KIA가 한창 순위 경쟁을 하던 9~10월 30경기에서 홈런 7개를 치며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다. 10월 6일 LG전에서는 KIA가 2-3으로 지고 있던 8회 말 백승현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치며 4-3 승리를 견인했다. KIA는 이 승리로 5위 확정 매직넘버를 '1'로 줄일 수 있었고, 7일 KT전에서 승리하며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KIA는 KT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패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사장·단장·감독을 모두 바꾸며 '윈-나우(Win-now) 체제에 돌입했고, 공격적인 투자로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다음 단계였다. KIA가 박동원을 영입했을 땐 FA 자격 취득을 앞둔 박동원과의 재계약도 염두에 뒀다. 짧은 시간이지만 '원소속구단' 자격으로 원활한 협상을 도모하려 했다. 선수단·지도자와 쌓은 팀워크도 '구애' 요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포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KIA가 박동원에게 부여한 미래 가치는 선수의 바람과 큰 차이가 있었다. 장기 계약을 위해 노력했지만, 높아진 선수 측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박동원이 결국 FA 자격을 행사한 뒤 양쪽의 기류는 급격하게 냉각됐다. 구단은 답변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선수 측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전까지 선수 입장을 헤아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렬을 확신한 뒤엔 태도를 바꿨다.
모든 게 결과론이다. 박동원이 LG에서 부진하면 협상에 실패한 결과가 '선택'이라는 표현으로 둔갑할 수 있다. 현금(10억원)도 보상금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미래 유망주(지명권)과 포스트시즌에서 펄펄 날아다닌 김태진을 내준 건 분명 출혈이다. 무엇보다 동행을 바라고, 자신하며 선수에게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준 건 부정할 수 없다. 망신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