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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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없는 사자는 어떻게 잉글랜드 대표팀의 상징이 되었을까?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3월 A매치 기간이 막을 내렸다. 이 기간 축구 종가 잉글랜드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전을 소화했다. 독일 출신 토마스 투헬이 감독으로 부임한 잉글랜드는 알바니아와 라트비아를 맞아 2연승을 거둬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잉글랜드 대표팀은 ‘삼사자(The Three Lions) 군단’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는 삼사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잉글랜드에는 살지도 않는 사자가 어떻게 이들의 상징이 됐을까?” 궁금증은 꼬리를 물었다. “2마리나 4마리가 아닌 3마리 사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갖은 독자분들도 분명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서 준비했다. 잉글랜드의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사자가 이들의 상징이 된 이유를. 우리는 흔히 백수의 왕인 사자는 아프리카 대륙 사하라 사막 이남의 사바나 일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사자는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유럽 동남부와 중부에서도 서식했다.유럽에 살았던 사자를 ‘동굴(cave) 사자’라고도 부른다. 이 사자들이 실제로 동굴에 살지는 않았지만, 화석화된 유해가 처음 발견된 곳이 동굴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동굴 사자의 수컷은 갈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모습은 현재의 사자와 매우 흡사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의 덩치는 현대의 사자보다 25% 더 컸다.동굴 사자는 약 1만2000~1만4000년 전 영국에서 멸종했다. 멸종 이유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하나, 기후 변화가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영국에서 야생의 동굴 사자가 사라진 이후에도 동물원에서 사는 등의 형태로 존재했다. 종종 외교 선물로 아프리카의 사자가 영국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바베리(Barbary, 북아프리카의 옛 이름) 사자’라고 불린 이들의 유해는 ‘런던 탑(Tower of London)’에서 발견되었다.사자는 유럽 곳곳에서 용맹함의 상징이 된다. 고대 로마 군단의 상징도 사자였고, 바이킹과 중세 유럽 전역의 귀족 가문도 사자를 상징으로 사용했다. 사자와 영국 왕실과의 인연은 ‘잉글랜드의 사자’라고 불렸던 호전적인 군주 헨리 1세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사자는 힘, 용기, 품위, 자부심과 같은 '영국다움(Britishness)'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동물로 여겨지게 된다. 원래 헨리 1세의 문장에는 한 마리의 사자만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루벵의 아델리자와 결혼한 헨리 1세의 문장에는 사자 한 마리가 추가되었다. 장인의 상징도 사자였기 때문이다. 그 후 헨리 2세는 1152년 아키텐의 엘리노어와 결혼한 후 사자 한 마리를 더 문장에 추가했다. 엘리노어의 가문 문장에도 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헨리 2세의 셋째 아들인 리처드 1세는 선조들의 세 사자를 왕실 연합의 상징으로 사용했다.‘사자심왕(Lionheart)’으로도 널리 알려진 리처드 1세가 사자 세 마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다른 설도 있다. 리처드는 단순히 자신이 잉글랜드의 왕이 아니고, 노르망디와 아키텐 공국의 영주이자 군주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노르망디의 상징은 사자 두 마리, 아키텐의 상징은 사자 한 마리였다.이렇게 12세기 후반부터 세 마리의 사자는 영국 왕실의 상징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헨리 1, 2세와 리처드 1세는 모두 잉글랜드의 왕이었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남부 프랑스인에 더 가까웠다. 정복왕 윌리엄의 후손인 이들은 현재의 프랑스 영토인 노르망디 공작 등도 겸했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 언어, 문장 모두 프랑스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세 마리의 사자는 1863년에 설립된 FA의 공식 엠블럼이 되었다. 잉글랜드는 1872년 세계 최초의 국제 경기를 스코틀랜드와 가져 0-0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이때부터 잉글랜드 대표팀은 삼사자가 그려진 셔츠를 입게 된다. 또한 원래 FA의 삼사자위에는 왕관이 놓여있었다. 그러나 1949년 FA는 잉글랜드 크리켓협회의 엠블럼과 차별화하기 위해 왕관을 삭제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축구, 크리켓 외에도 잉글랜드의 하키, 복싱협회도 삼사자를 로고로 쓰고 있다.삼사자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로 96을 앞두고 나온 ‘Three Lions’라는 노래다. “Football's Coming Home”이라는 가사로도 유명한 이 노래는 당시의 상황을 적절히 표현해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축구장에서 즐겨 불린다.노래 중간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Three Lions on a shirt, Jules Rimet still gleaming(셔츠에 새겨진 세 마리의 사자, 여전히 빛나는 쥘 리멧).” 쥘 리멧은 1966 월드컵 결승전에서 서독을 물리치고 우승한 후 잉글랜드의 전설 보비 무어가 들어 올린 오리지널 월드컵 트로피를 가리킨다. “Thirty years of hurt never stopped me dreaming(30년간의 상처가 제 꿈을 멈추게 한 적은 없습니다).” 30년간의 상처는 잉글랜드가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로 1996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못한 것을 의미한다.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열릴 때 잉글랜드 팬들은 “Sixty years of hurt never stopped me dreaming”을 외칠 것이다. 잉글랜드의 꿈이 60년 만에 이루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025.03.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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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잔류 위한 커트라인은?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지난 2월 27일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에서 레스터 시티는 웨스트햄에게 0-2로 패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응한 레스터 시티의 감독 루드 반 니스텔루이는 “우리는 수학적으로 잔류가 가능하기에, (강등 당하지 않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현재 레스터 시티는 19위로 승점이 17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 니스텔루이의 말처럼 수학적으로 또는 이론적으로 클럽의 EPL 잔류는 아직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강등을 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승점은 과연 몇 점일까? 1992~93시즌에 출범한 EPL은 22개 팀으로 시작했다. 이후 EPL 사무국은 더 비싼 중계권 계약과 리그의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두 팀을 줄이기로 결정한다. 이에 1994~95시즌에는 4팀이 강등당하고, 2부리그에서 두 팀만 승격해 현재의 20개 팀 체제로 개편되었다.이렇게 EPL 클럽이 20개로 확정된 1995~96시즌 이후로, 승점 40은 1부리그 생존을 보장하는 마법의 숫자로 여겨져 왔다. 흥미롭게도 영국대학교 학부 과정에서 한 과목의 패스(pass)를 결정하는 점수도 40점이다. 다시 말해 대학교에서 40점 혹은 40%를 넘겨야 패스이고, 39점 이하는 낙제(fail)인 것이다.하지만 실제로는 40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다. 40 이상의 승점을 획득하고도 강등당한 경우는 EPL에 20개 클럽이 참가한 지난 29시즌 동안 3번 밖에 없었다. 선덜랜드와 볼튼 원더러스가 1996~97시즌과 1997~98시즌에 각각 승점 40으로 강등당했다. 이외에 웨스트햄은 2002~03시즌에 42로 강등당해, EPL 역사상 가장 높은 승점으로 강등된 불운한 팀이 되었다.지난 29시즌 동안 강등권의 마지노선인 18위를 기록한 팀의 평균 승점은 35(34.9에서 반올림)이다. 게다가 18위를 차지한 클럽의 평균 승점은 낮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36 이상이면 충분히 EPL에 잔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이번 시즌 한때 강등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았던 현재 승점 34인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강등과는 거리가 멀다. 승점 33을 각각 기록 중인 웨스트햄과 에버튼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결국 실질적인 강등 전쟁의 결과는 울버햄튼, 입스위치 타운, 레스터 시티의 3파전에서 나올 것이다. 지난 29년의 통계를 바탕으로 승점 36을 잔류권으로 가정하면, 남은 10경기에서 울버햄튼이 필요한 점수는 13점(4승 1무 5패). 아울러 입스위치 타운과 레스터 시티는 각각 19점(6승 1무 3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 클럽의 현재 페이스를 고려해 봤을 때 2024~25시즌은 35보다 낮은 선에서 강등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2023~24시즌에는 승격해서 올라온 세 팀(루튼 타운, 번리, 셰필드 유나이티드)이 그대로 강등당했다. 이번 시즌에 올라온 세 팀(입스위치 타운, 레스터 시티, 사우스햄튼)도 곧바로 다시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EPL 역사상 처음으로 2시즌 연속으로 승격한 3개 팀이 모두 강등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에 호사가들은 “EPL로의 승격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된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곤 한다.특히 이번 시즌 18~20위에 위치한 입스위치 타운, 레스터 시티, 사우스햄튼은 EPL 역사상 최악의 하위 3개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강등된 세 팀이 기록한 총 승점은 66으로 EPL 기록을 세웠는데, 이번 시즌 하위 3개 팀은 이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포츠 통계 사이트 ‘옵타(Opta)’의 전망에 의하면 입스위치, 레스터 시티, 사우스햄튼의 시즌 종료 예상 승점의 합은 58이다.많은 팬들이 2015~16시즌 동화 같은 우승을 이뤄낸 레스터 시티에 관심을 갖고 있다. 마지막 10경기에서 반전을 만들어 다시 한번 기적 같은 스토리를 레스터 시티가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5.03.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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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것’만 기록하면 EPL 최초가 된다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앨런 시어러, 로비 파울러, 티에리 앙리, 해리 케인, 그리고 손흥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다섯 선수는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00골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시어러(260골)와 케인(213골)은 EPL 통산 득점 1·2위이다.두 번째 공통점은 위에 언급한 오직 다섯 선수만이 EPL의 33년 역사 동안 4시즌 연속으로 해트트릭(선수가 한 경기에서 3골 기록)을 달성했다.시어러는 블랙번과 뉴캐슬에서 1993~94시즌부터 1996~97시즌까지 4년 연속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시어러의 커리어 통산 기록은 11번. 파울러는 리버풀에서 시어러와 같은 기간 동안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커리어 통산 기록은 9번이다. 앙리는 아스널에서 2002~03년부터 2005~06시즌까지 매 시즌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아스널에서 8번, 바르셀로나에서 2번을 기록한 앙리의 커리어 통산 해트트릭은 10번이다.케인은 토트넘에서 2014~15년부터 2017~18시즌까지 매년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케인이 EPL에서 성공시킨 해트트릭은 총 8번.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도 무려 7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했으나, 독일 기준에 의하면 그의 공식적인 해트트릭은 1번에 불과하다. 독일은 해트트릭에 관해 훨씬 까다로운 규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해트트릭으로 인정받으려면 전반 또는 후반에만 3골을 연속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전반 또는 후반에 3골을 넣는 동안 다른 선수가 골을 기록하면 안 된다.흥미로운 점은 다른 4명의 선수와는 다르게, 손흥민의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손흥민은 2020~21시즌부터 매 시즌 1개의 해트트릭을 성공시키며, 총 4개를 기록 중이다. 손흥민의 해트트릭 희생물이 된 팀은 사우스햄튼, 애스턴 빌라, 레스터 시티와 번리다. 비록 2024~25시즌이 11경기 밖에 안 남았지만, 손흥민이 이번 시즌 해트트릭을 기록하면 EPL 최초로 5시즌 연속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유일한 선수가 될 수 있다. 많은 국내 스포츠 팬들이 해트트릭을 축구에서만 쓰이는 용어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해트트릭이라는 단어 자체도 1858년 열린 크리켓에서 유래했다. 당시 잉글랜드의 셰필드에서 열린 크리켓 경기에서 ‘올 잉글랜드 일레븐’ 소속의 볼러(bowler, 야구의 투수에 해당)인 히스필드 스티븐슨은 3구 연속으로 위켓(wicket, 3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땅에 수직으로 박혀 있음)을 쓰러뜨려 3명의 배트맨(타자)을 아웃 시키는 위업을 달성했다.크리켓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이런 활약을 기리기 위해 모금 행사가 열렸고, 팬들은 수익금으로 구입한 모자(hat)를 스티븐슨에게 선물했다. 이를 계기로 햇(모자)을 받을 만한 엄청난 활약을 ‘hat-trick’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이후 이 용어는 영국에서 유행하던 다른 스포츠로도 퍼져 나갔다. 현재는 럭비, 핸드볼, 아이스하키, 필드하키, 수구 등에서 쓰인다. 미국 야구에서는 선수가 한 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치면 해트트릭이라고 칭할 때도 있다. 축구에는 ‘퍼펙트(perfect)’ 해트트릭이란 확장된 용어도 있다. ‘완벽한’ 해트트릭이란 과연 무엇일까?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오른발로 한 골, 왼발로 한 골, 그리고 헤딩으로 한 골을 넣는 것을 퍼펙트 해트트릭이라고 말한다. EPL에서 퍼펙트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35명이고, 2022년 엘링 홀란을 마지막으로 현재 명맥이 끊긴 상태다.그냥 해트트릭도 하기 어려운데, 퍼펙트 해트트릭은 얼마나 달성하기 힘들까? 이를 보여주듯 EPL 통산 득점 랭킹 10위안에 든 선수 중 이를 기록한 선수는 단 3명(파울러, 앙리, 세르히오 아구에로)에 불과하다. 특히 파울러는 무려 퍼펙트 해트트릭을 3번이나 기록해 이 부분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EPL 통산 헤딩 골이 4개에 불과한 손흥민은 퍼펙트 해트트릭과는 인연이 없다. 그렇다면 한 경기에서 선수가 2골을 기록할 경우는 무엇이라 부를까? 국내에서는 흔히 ‘멀티 골’이라 칭하지만, 영국에서는 이를 ‘브레이스(brace)’라고 부른다. 브레이스라는 단어는 ‘쌍(pair)’을 의미하는 고대 영어에서 유래했다. 브레이스는 원래 하루에 꿩이나 토끼 두 마리를 잡은 사냥꾼을 묘사하는 데 썼으나, 19세기부터 축구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마지막으로 간단한 영어 표현을 알아보자. 손흥민이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을 경우 영어로는“Son scored a brace in the game”이 된다. 또한 영국 언론에서 ‘멀티플(multiple)’ 골이라 칭할 때는 브레이스와 해트트릭이 모두 포함된 경우를 말한다.스포츠 칼럼니스트 2025.03.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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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시절’과 ‘리즈 하다’는 전혀 다릅니다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30분 거리에는 리즈(Leeds)라는 도시가 있다. 요크셔 지역 최대의 도시인 리즈는 산업 혁명 당시 모직물 공업으로 성장했다. 리즈는 필자에게 3가지 의미를 준다.첫째, 리즈는 영국의 서민 백화점 브랜드인 ‘마크 앤 스펜서(Marks & Spencer)’의 고향이다. 둘째, 리즈에 위치한 ‘리즈 대학(University of Leeds)’은 현재 영국 수상인 키어 스타머와 1990년대를 풍미한 홍콩 스타 장국영의 모교이다. 셋째, 프로축구팀 리즈 유나이티드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리즈 유나이티드는 축구팬뿐만이 아니라, 국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다. 바로 '리즈 시절'이라는 관용구 때문이다.특정 인물이나 팀의 과거 전성기를 의미할 때 우리는 흔히 ‘00의 리즈 시절’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이 관용구의 시간적 배경은 2003~04시즌 이후 리즈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강등되며, 리즈의 앨런 스미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이적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방송사의 본격적인 유럽축구 중계는 박지성이 2005년 맨유로 이적하면서 시작했다. 박지성의 경기 중계를 통해 앨런 스미스를 알게 된 일부 팬이 “스미스가 전 소속 클럽이었던 리즈 시절보다 기량이 떨어졌다”고 지적한 것이 관용구의 시작이다. 이를 계기로 리즈라는 팀과 관계가 없는 선수를 대상으로도 “베컴의 리즈 시절을 기억하냐?” 등의 표현이 쓰이게 된다. 이렇게 특정 선수의 전성기를 가리키는 ‘리즈 시절’이 유럽축구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널리 퍼지게 되었다. 곧 이 관용구는 다른 분야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리즈 시절(Leeds Days)’은 국내에서 탄생한 관용구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BBC, 뉴욕타임스 같은 주요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흥미롭게도 영국에도 리즈 축구팀과 관련된 관용구가 있다. ‘Doing a Leeds(리즈 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의미는 ‘리즈 시절’과 완전히 다르다. ‘리즈 하다’는 크게 2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리즈 하다’는 “Chasing the Dream(꿈을 쫓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일반적인 정의는 따로 있다. '리즈 하다’는 잘못된 재정 관리로 인해 축구 클럽이 겪을 수 있는 끔찍한 결과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리즈 유나이티드를 포함해 뉴캐슬, 포츠머스, 볼튼 원더러스 등이 ‘리즈 하다’ 클럽의 멤버다.‘리즈 하다’를 이해하기 위해 리즈의 역사를 간략히 알아보자. 1992~93시즌에 탄생한 EPL의 전신은 ‘풋볼리그 퍼스트 디비전(Football League First Division)’이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풋볼리그 퍼스트 디비전의 마지막 시즌 우승 팀 자격으로 EPL에 합류했다. 하지만 전 시즌 우승 팀 리즈는 EPL 첫 시즌에 17위로 곤두박질했다. 전열을 가담은 클럽은 두 시즌 연속으로 5등을 기록하며 반등하는 것 같았지만, 그 후 13등, 11등을 연속적으로 기록하며 성적이 다시 나빠졌다. 이에 리즈의 경영진은 성적을 내기 위해 1990년대 후반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이에 리즈는 1997~98시즌부터 5시즌 연속으로 EPL 5위안에 정착하며, 유럽대항전 진출권을 연달아 따냈다. 특히 리즈는 1999~00시즌 3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리즈는 챔피언스리그에 대비해 올리비에 다쿠르, 마크 비두카, 도미니크 마테오 같은 수준급 선수를 계속 영입했다. 웨스트 햄에서 데려온 잉글랜드 국가대표 센터백인 리오 퍼디난드는 선수 영입의 화룡점정이었다. 당시 리즈가 퍼디난드 영입에 쓴 1800만 파운드는 그를 잉글랜드 축구에서 가장 비싼 선수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수비수로 등극시켰다. 2000~01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리즈는 승승장구했다. 특히 바르셀로나, AC 밀란, 레알 마드리드와 경쟁하며 리즈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하며 높은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클럽의 부채는 급격하게 늘어나 1억 1900만 파운드의 빚을 떠안게 됐다. 부채의 대부분이 이적료와 선수들의 임금이었다.리즈는 2001~02시즌 EPL에서 5위에 그쳐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후, 더 이상 유럽 대회의 티켓 판매와 중계권료 수입에 의존할 수 없었다. 부채를 상환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에 클럽은 선수들을 매각하여 과감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결국 2002~03시즌 리즈의 성적은 15위로 급강하했고, 이듬해에는 19위를 기록해 2부리그로 강등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리즈는 3년 후에 3부리그로 추락하며 암흑기에 빠지게 된다.현재 리즈는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2025~26시즌 EPL 승격이 유력하다. 꿈을 쫓다가 ‘리즈 하다’에 걸린 리즈 유나이티드가 다시 한번 ‘리즈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2025.03.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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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팬들은 왜 영구 결번을 반대할까?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6번, 42번, 99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영구 결번이다. 또한 이 번호들은 특정 팀의 영구 결번을 넘어 리그 전 구단의 영구 결번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6번은 미국프로농구(NBA)의 빌 러셀, 42번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재키 로빈슨, 99번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웨인 그레츠키가 선수 시절 사용했던 등번호다.영어로 영구 결번은 ‘리타이어드 넘버(retired number)’다. 말 그대로 은퇴한 번호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는 이 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 영구 결번은 보통 팀에 크게 기여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선수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정해진다. 또한 뛰어난 경력을 갖은 선수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상으로 유망한 커리어를 마감한 경우에도 영구 결번이 주어질 수 있다.프로스포츠에서 최초의 영구결번은 1934년에 나왔다.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와 보스턴 브루인스와의 NHL 경기에서 토론토의 에이스 베일리는 빙판에 머리를 부딪혀 두개골이 골절되었다. 의사들의 회의적인 전망에도 베일리는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다시는 프로아이스하키 선수로 뛰지 못했다. 이에 토론토는 베일리의 등번호 6번을 영구히 은퇴시켰다.이후 선수의 등번호를 은퇴시키는 관행은 미국과 캐나다의 프로스포츠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북미스포츠를 대표하는 아이스하키, 농구, 야구, 미식축구 등에서 많은 영구 결번이 나왔다. 뛰어난 선수를 많이 보유했던 MLB의 뉴욕 양키스의 경우 1번부터 10번까지의 모든 번호가 영구 결번이다.북미 프로스포츠의 영구 결번 문화는 전 세계의 다른 스포츠로도 확산되었다. 축구계도 영향을 받게 되지만, 영구 결번의 역사는 축구에서 그리 길지 않다. 이유가 있다.1930년대부터 축구 선수들은 등번호를 달고 뛰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번호가 없었다. 선발로 나가는 선수들은 1번부터 11번을 부여받았고, 교체 선수들은 12번 이후의 넘버를 달고 뛰었기 때문이다.포지션에 따라 1~11번이 정해졌다. 따라서 예를 들어 A란 선수가 왼쪽 윙어로 뛸 때는 11번을 달지만, 전술적인 이유로 다음 경기에서 포지션이 오른쪽 윙어로 바뀌면 7번을 달고 뛰어야 했다. 물론 A가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에 들어올 때 그의 번호는 12번 이후가 된다. 이렇게 유럽의 축구 선수들은 한 클럽에 소속된 기간 동안, 심지어 같은 시즌 동안에도 다양한 등번호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스타 축구 선수들은 (북미 스포츠 선수들처럼) 특정 등번호와 연관되었다. 조지 베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1993년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선발 라인업에 1~11번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지정된 셔츠 넘버로 전환했다. 셔츠 번호는 포지션에 따라 부여될 수도 있고, 선수가 선호하는 번호 등으로 정해지게 된다. 이렇게 셔츠 번호가 보편화되면서 일부 클럽은 등번호를 은퇴시켰다.선수들의 번호만 영구 결번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많은 축구 구단은 팬들이 팀의 '12번째 선수'라는 생각에 셔츠 번호 12번을 은퇴시켜 팬들을 기리기도 한다. 또한 본머스와 레스터 시티는 그들의 마스코트인 체리 베어와 필버트 폭스를 위해 각각 99번과 50번을 남겨뒀다.흥미로운 점은 이탈리아 축구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월등히 많은 영구 결번을 배출해 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잉글랜드는 웨스트 햄의 보비 무어(6번), 독일은 바이에른 뮌헨의 프란츠 베켄바워(5번), 네덜란드는 아약스의 요한 크루이프(14번) 정도가 세계 축구팬에게 널리 알려진 영구 결번이다. 영구 결번이 축구에 전파된 지 수십 년이 지났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이런 미국의 스포츠 문화가 축구에 스며드는 것에 아직도 예민하게 반응한다.팬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전설적인 선수를 기리기 위해 이들의 셔츠 번호를 은퇴 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전설의 동상을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스탠드와 경기장 일부에 이들의 이름을 붙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의를 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선수들의 번호를 계속 은퇴시키면 축구의 고유한 번호는 다 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팬들은 특히 1번에서 11번 사이의 숫자를 영구 결번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팬들은 또한 (예를 들어) 9번을 은퇴 시킨다는 것은 그 클럽에 다시는 그만한 스트라이커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팬들은 20년 후에 또 다른 해리 케인이나 혹은 더 뛰어난 선수가 나오기를 원한다. 조지 베스트의 예를 드는 팬들도 있다. 맨유가 만약 베스트의 셔츠 번호를 은퇴시켰다면 베컴과 호날두는 7번을 달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말은 즉 맨유의 전설적인 7번이 주는 많은 영감이나 동기를 후배 선수들이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아약스는 요한 크루이프의 14번을 은퇴시켰다. 하지만 당사자인 크루이프의 생각은 좀 달랐다고 한다. 그는 “매 시즌 최고의 선수에게 셔츠 번호 14번을 주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축구의 재미 중 하나가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 클럽의 상징적인 번호를 성공적으로 차지하는 것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축구에도 과연 영구 결번이 필요할까?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5.02.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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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다 축구 관중 수가 더 많은 나라가 있다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축구에 대한 사랑은 보통 세 가지 형태로 표현된다. 직접 공을 찰 수도 있고, 경기장을 방문하거나, TV 혹은 인터넷 중계를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유럽 각국의 자료도 물론 존재한다.하지만 우선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발표된 모든 통계가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도 나라마다 스포츠 인구 집계 방식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연도에 같은 나라에서 시행한 조사에도 참여도 인구 수치가 최고 40%까지 차이가 날 때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어느 기관에서 언제 어떠한 기준으로 조사함에 따라 결과는 왕왕 달라질 수도 있다. 2024년 가을 유럽축구연맹(UEFA)은 2023~24시즌 ‘경기장에 입장한 총 관중 수’를 기준으로 유럽 국가의 순위를 매겼다. 이를 통해 우리는 유럽의 어느 국가가 축구에 가장 열광적인지 알 수 있다. 관중 수 기준 상위 10개 국가(단위 백만 명) 표에서 보이듯이 잉글랜드는 2023~24시즌에 4470만 관중이 경기장을 방문해 압도적인 차이로 유럽 국가 중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2부리그인 챔피언십을 포함한 하위리그(2440만)가 프리미어리그(EPL, 1470만)보다 무려 970만 명의 관중을 더 모았다는 것이다.2위는 총 관중 수 3060만을 기록한 독일이 차지했다. 잉글랜드만큼 격차가 크지는 않았지만, 독일도 하위리그(1520만)가 1부리그인 분데스리가(1210만)보다 더 많은 관중을 동원했다.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도 잉글랜드와 독일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1부리그의 관중 동원력이 하위리그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잉글랜드와 독일이 얼마나 튼튼한 축구 피라미드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그렇다면 EPL(1470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리그는 분데스리가(1210만)일까? 아니다. 밑의 표를 보자. 하위리그 관중 수 기준 상위 10개 국가(단위 백만 명) 표에서 보이듯이 잉글랜드의 챔피언십이 1270만을 동원해, 1210만에 그친 독일의 분데스리가를 제쳤다. 잉글랜드의 2부리그가 독일의 1부리그보다 관중 동원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데스리가는 18개 팀으로 구성된 데 반해, 챔피언십은 24개 팀이 참가해, 총 경기 수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즉 분데스리가에는 총 306경기가 펼쳐지는데 반해, 챔피언십에서는 무려 552경기가 치러진다. 따라서 경기당 평균 관중수를 비교하면 분데스리가의 압승이다. 2023~24시즌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십은 각각 경기당 평균 관중 수 3만9506명과 2만3042명을 기록했다.챔피언십의 경우 팀마다 관중 동원력이 요동쳤다. 2023~24시즌 1위를 차지한 선덜랜드는 경기당 평균 관중 수가 4만1028명이었다. 그에 반해 꼴찌인 24위를 기록한 로더럼 유나이티드는 1만674명에 불과해 선덜랜드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참고로 2024시즌 K리그1의 평균 관중 수가 1만966명이다.그럼에도 총 관중 수 기준으로 EPL과 챔피언십이 유럽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더욱더 놀라운 점은 잉글랜드는 3~5부리그의 축구도 꾸준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위의 표에서 보이듯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3부리그 이하 하위리그의 관중 동원력은 미미하다. 그에 반해 잉글랜드의 3부와 4부리그는 각각 540만, 350만의 관중을 끌어모았다. 심지어 잉글랜드는 세미프로 리그인 5부리그마저도 290만 관중을 동원할 정도로 축구에 진심인 국가다. 신뢰할 수 있는 UEFA의 최신 통계를 바탕으로, 축구를 가장 사랑하는 유럽 국가는 잉글랜드로 밝혀졌다. 이는 티켓 거래 사이트인 ‘티켓검(Ticketgum)’이 2022~23시즌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결과와 일치한다.티켓검은 전 세계 42개국을 대상으로 축구에 가장 미친 나라 순위를 조사했다. 이들이 사용한 기준은 ‘축구 경기장 수 및 수용 인원수’, ‘경기 참석률’, ‘총 시장 가치’, ‘2022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 ‘국내 방송권 가치’였다. 이 조사에서도 잉글랜드는 10점 만점에 8.37을 얻어 1위를 기록했다. 공동 2위는 7.83을 얻은 독일과 스페인이었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5.39를 기록했다. 총 관중 수 기준으로 9위에 오른 스코틀랜드는 흥미로운 케이스다. 스코틀랜드의 인구는 540만에 불과한데, 총인구보다 많은 560만의 관중이 2023~24시즌에 축구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 중 총 인구 수보다 더 많은 관중이 축구장을 방문한 나라는 스코틀랜드가 유일하다. 게다가 스코틀랜드는 인구 대비 유럽 어느 나라보다 많은 사람들이 1부리그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 스코틀랜드의 1부리그는 평균 1000명 중 18.36명을 기록해 유럽에서 압도적으로 1위다. 규모는 비록 작고 축구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유럽에서 축구를 가장 순수하게 사랑하는 나라는 스코틀랜드가 아닐까?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5.02.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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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음하던 선수가 삶은 닭고기를 먹자 생긴 변화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영어에는 “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이 격언은 1826년 프랑스 작가 장 알텔름 브리아-시바랭의 저서에서 유래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Tell me what you eat and I will tell you what you are(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려주면 당신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말은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의 몸을 구성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과 피트니스에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몰락한 명가 전북 현대의 새 감독으로 취임한 우루과이 출신의 거스 포옛이 이를 실천하고 있다. 포옛은 지난 3일부터 태국의 휴양도시 후아힌에 캠프를 차리고 동계 훈련을 진행 중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포옛은 선수단의 식단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선수들의 체지방을 관리하기 위해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를 철저히 차단한다. 예를 들어 지나친 양념이나 소금이 가미된 음식은 식단에서 배제하는 식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새로 부임한 감독이 특정 음식을 금지하는 행위는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로축구 선수들의 식단 조절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 않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아스널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던 아르센 벵거를 모르는 축구팬은 없을 것이다. 그는 아스널에 부임하기 전 1995년부터 일본 J리그 나고야 그램퍼스의 감독으로 1년 동안 재직한 적이 있다. 당시 벵거는 일본의 음식 문화에 큰 영감을 받았다. 벵거는 “일본에는 뚱뚱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들의 식단은 기본적으로 삶은 채소, 생선, 쌀입니다. 지방도 없고 설탕도 없죠. 이러한 식문화는 건강과 관련이 깊습니다.”라고 밝혔다.J리그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벵거는 1996년 가을 아스널의 새 감독이 됐다. 당시 아스널 선수단은 악명 높은 음주 문화와 나쁜 식습관을 갖고 있었다.벵거가 아스널에 오기 전, 클럽을 8시즌 동안 지휘했던 감독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조지 그레이엄이었다. 당시 그레이엄은 훈련과 경기에서 열심히 할 것을 요구했을 뿐, 경기장 밖 선수들의 행동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선수들에게 술을 장려했다. 팀 결속력을 다지는데 선수들의 정기적인 단체 음주가 도움이 됐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이에 당시 주장이었던 토니 아담스는 화요일에 술을 마시는 ‘화요일 클럽(Tuesday Club)’을 만들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 음주 클럽에 참여했다. 당시 영국 축구에는 “Win or Lose, We Booze(이기든 지든, 술을 마신다)”라는 모토가 있을 정도로, 음주는 오랫동안 선수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화요일 클럽은 이런 시대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음주 외에도 아스널 선수들은 경기 전 햄버거, 파이, 감자튀김, 초콜릿 등을 즐겨 먹었다. 이렇게 1990년대만 하더라도 경기력을 최적화하기 위한 엄격한 식단 조절이 없었다. 벵거는 학구적으로 축구에 접근했다. 그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설탕과 고기를 너무 많이 먹고, 야채를 충분히 먹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에 벵거는 식단, 영양, 피트니스에 대한 팀의 접근 방식을 혁신하기 시작했고, 식단 조절이 옳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그는 선수단에게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의 중요성도 설명했다.벵거는 선수들의 단체 음주를 금지했다. 선수 라운지에 있던 모든 술도 추방했다. 경기 전 식사로 파이와 ‘붉은색 육류(red meat)’ 대신 파스타와 삶은 닭고기가 제공됐다. 감자튀김과 초콜릿, 특히 마스(Mars) 초콜릿 바도 금지 품목에 올라갔다. 선수들이 디저트로 먹는 사과 파이에서도 커스터드(custard, 우유·설탕·계란·밀가루를 섞어 만든 소스)를 제거하여 더 건강하게 만들었다. 아스널 최고의 레프트 백이었던 나이젤 윈터번은 “당시에는 원정 경기를 갈 때 기차를 자주 이용했다. 이때 과자와 케이크 등이 가득 담긴 카트를 끄는 승무원이 열차 통로에 나타나면, 벵거 감독은 일어나서 (사 먹지 말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흔들었다”고 밝혔다. 현지 길거리 음식을 먹는 것도 물론 금지됐다.선수단은 벵거의 이런 행위에 처음에는 저항했다. 벵거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부임 후 첫 경기에 앞서 초콜릿 섭취를 금지시켰다고 한다. 당시 하프 타임 때 선수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벵거는 왜 선수들이 조용한지 물었고, 선수들은 “배고파서 그래요”라고 답했다. 경기 후 홈구장으로 돌아가는 중 선수단은 “We want our chocolate back(초콜릿을 돌려받고 싶어요)”를 떼창 했다.선수들은 물론 금주에도 반대했다. “성인이 된 선수들이 술도 못 마시냐"라고 반발하자, 벵거는 “If you do the right things, you'll be able to play for longer and longer(올바른 방법을 사용하면 더 오래 플레이할 수 있어)”라고 반박했다. 이를 증명하듯 벵거의 뜻을 따른 선수들은 축구 선수의 전성기를 한참 지난 30대 중후반까지도 잘 뛰었다. 벵거의 아스널은 이후 EPL에서 세 차례, FA컵에서 일곱 차례 우승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5.01.18 10:00
프로축구

감독 교체 후 깜짝 반등..실력일까? 행운일까?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2024년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맨유는 임시 감독으로 루드 반 니스텔루이를 선임했다. 1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팀을 맡은 반 니스텔루이는 4경기를 치러 3승 1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맨유에서 감독대행직을 성공적으로 마친 반 니스텔루이는 레스터 시티의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그는 레스터 시티 감독으로 첫 2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뒀다. 반 니스텔루이의 매직이 새 직장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후 레스터 시티는 5연패에 빠지게 된다. 반 니스텔루이의 깜짝 성공은 왜 사라졌을까? 반 니스텔루이가 거둔 초반의 깜짝 성공을 잉글랜드 축구에서는 ‘새 감독 바운스(new manager bounce,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 직후 팀이 급격히 향상되는 현상)’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장기간 부진하던 팀이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면서 즉각적인 실적 상승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여러 이유가 있다. 새 감독이 가져오는 열정, 새로운 관점과 전술이 이유일 수도 있다. 새 감독의 새로운 전술에 상대팀이 적응할 때까지 한동안은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팀의 주전 선수들은 계속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새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아울러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에게도 새 감독의 취임은 재기를 위한 좋은 동기부여다. 이런 상황에서 새 감독은 빠르게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그럼에도 이러한 반등이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반등 기간도 팀마다 다를 수 있다. 이에 ‘새 감독 바운스’는 진짜인지 아니면 가끔씩 증명되는 속설에 불과한지 논란의 중심에 설 때도 있다.2021년 11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감독 교체가 즉각적인 성적에 미친 영향을 발표했다. 2017~18시즌 개막 이후 네 번의 시즌 동안 EPL에서는 총 26번의 감독 교체가 있었다. 이 중 4분의 3이 넘는 20건에서 새 감독이 부임한 첫 5경기에서 부임 전 시즌 팀 평균보다 ‘PPM(Points Per Match, 경기당 평균 승점)’이 더 높았다. 게다가 9건(35%)의 경우, 새로 부임한 감독이 이 전 감독의 PPM보다 두 배 이상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하지만 초반의 성공이 반드시 장기적인 성공으로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2017~18시즌 12월부터 스완시 시티의 감독이 된 카를로스 카르발랼은 첫 5경기에서 팀의 PPM을 0.7점에서 2점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결국 그 시즌에 스완지 시티는 강등됐다. 반면 데이비드 모에스는 2019년 12월 17위를 달리던 웨스트햄의 감독으로 부임해 초반 5경기의 PPM이 1에서 0.8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웨스트햄은 그 시즌에 16위로 리그를 마친 데 이어, 다음 시즌에는 6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프리미어리그 리포트는 이러한 통계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 감독 바운스’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 워릭대학교의 연구 결과하고도 일치한다. 워릭 비즈니스 스쿨의 수 브리지워터 교수는 1992~2008년까지 EPL의 감독 경질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짧은 허니문 기간 동안의 상승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렇다면 새 감독이 부임하면 결과가 반등했다가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야구에 ‘머니 볼(Money Ball)’이 있다면 축구에는 ‘사커노믹스(Soccernomics)’가 있다. 2016년 사커노믹스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사이먼 쿠퍼는 (브리지워터의 연구를 인용하며)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 후의 짧은 허니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보통 클럽은 경기당 PPM 1.3을 얻고, 일반적으로 PPM이 1점에 불과할 때 클럽은 감독을 경질합니다.” 다시 말해 사이클의 저점일 때 클럽이 감독을 경질한다는 말이다.통계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점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 저점 이후에는 클럽이 감독을 바꾸는 것과 상관없이 팀의 성적은 “평균으로 회귀(regress to the mean)”하게 된다. 즉 저점에서는 언제나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팀의 성적은 “정상으로 돌아온다(return to normal)”. 다시 말해 저점을 찍은 이유가 무엇이든 그 이후에는 거의 필연적으로 반등한다는 말이다.쿠퍼는 2015년 12월 첼시에서 경질된 주제 무리뉴를 예로 들었다. 무리뉴가 경질될 당시 첼시는 16위였다. 첼시의 임시 감독으로 부임한 거스 히딩크는 첫 12경기(리그, FA컵 등 모든 경기)에서 패하지 않았으나, 첼시의 리그 최종 성적은 10위에 그쳤다. 이에 쿠퍼는 첼시만큼 좋은 선수를 보유한 팀이 15위 아래로 떨어질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시점부터 반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즉 무리뉴가 계속 지휘봉을 잡았어도 첼시는 어느 정도 성적을 회복했을 것이기 때문에, 히딩크는 구원자라기 보다는 수혜자에 가깝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첼시는 무리뉴를 고수하고 결과가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프로축구처럼 막대한 돈이 움직이는 비즈니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비즈니스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욕망을 갖지 않는가?사커노믹스는 축구 감독의 역할이 과대평가됐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축구는 농구, 미식축구 등과는 달리 감독이 게임을 중단시키고, 작전 지시를 할 수도 없다. 선수 교체에도 제한이 따른다. 따라서 감독의 전술은 물론 중요하지만, 축구 같은 연속적인 스포츠에서 경기를 이기게 만드는 것은 결국 선수들이다. 이에 감독 교체에 쓸 막대한 돈으로 좋은 선수를 영입하거나 경기장 개선에 힘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5.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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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십(2부)이 EPL보다 매력적인 이유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잉글랜드 축구를 소재로 얘기할 때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나는가? 대부분의 팬들은 프리미어리그(EPL)를 떠올릴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EPL은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1부리그로 정상급 선수들이 뛰는 최고 인기 리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를 포함해 많은 해외 팬들도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로 EPL를 꼽는다.그에 반해 잉글랜드에는 EPL 대신 2부리그인 챔피언십이 ‘최고의 리그’라고 믿는 로컬 축구 팬들이 꽤 많다. 단지 티켓이 상대적으로 싸고 구하기 쉽기 때문만은 아니다. EPL에는 없는 챔피언십만의 매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EPL은 원년인 1992~93시즌부터 현재까지 32시즌을 소화했다. 32년 동안 7개 클럽이 챔피언을 경험했다. 최다 우승 팀은 13번 챔피언을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다. 그 뒤를 이어 맨체스터 시티(8회) 첼시(5회) 아스널(3회) 리버풀(1회) 블랙번(1회) 레스터 시티(1회)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블랙번과 레스터 시티의 깜짝 우승 2번을 제외하면 EPL의 우승은 언제나 빅 클럽들 경쟁의 산물이었다. 챔피언십은 얘기가 다르다. 챔피언십에서는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최고의 두 팀이 EPL로 자동 승격되고, 플레이오프를 통해 세 번째 팀이 역시 EPL로 올라간다. 게다가 챔피언십에는 EPL에서 강등된 세 팀이 합류하고, 3부리그인 리그 원(League One)에서도 3개 팀이 올라온다. 이렇게 혼란한 상황에서 누가 우승을 차지할지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32년 동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클럽 수는 총 20개다.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서 나온다. 이런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곳이 챔피언십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이길 수 있다(Anyone can beat anyone).” 챔피언십은 한 시즌에 팀 당 46경기를 치르고, 6위안에 들어야 EPL 승격을 노려볼 수 있다. 현재 각 팀당 20~22경기를 소화한 상태에서 6위 미들스브러의 승점이 35점이다. 남은 경기 수를 고려하면 17위인 코벤트리(24점)도 충분히 6위안에 들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코벤트리는 강등권(18점)에 불과 6점 앞서 있어 몇 경기만 삐끗해도 강등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챔피언십의 순위 결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게 매 경기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지는 리그가 또 어디에 있을까?두 번째 이유는 챔피언십의 팀들은 리그컵(카라바오컵)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EPL 팀들은 리그컵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상위권 팀은 훨씬 더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같은 유럽 대항전과 리그에 집중하기 위해 리그컵에 로테이션 멤버를 활용한다. 중하위권 팀들 역시 리그컵 보다 EPL 잔류가 최우선 목표다.하지만 챔피언십에 속한 대부분의 클럽들은 평생 잊지 못할 컵 대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EPL 클럽이 해온 것과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2023~24시즌 리그컵 준결승 1차전에서 미들스브러는 홈구장인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첼시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많은 미들스브러의 팬들은 이 놀라운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소중히 여길 것이다.세 번째 이유는 챔피언십만이 로컬 더비의 진정한 맛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북런던 더비(아스널 vs. 토트넘)와 노스웨스트 더비(맨유 vs. 리버풀)는 매년 열리는 관계로 희소성이 떨어지고, 너무나 많은 ‘플라스틱 팬(가짜 팬)’의 참여로 얼룩져 있다. 그에 반해 2024~25시즌 챔피언십에서 스틸 시티(Steel City, 셰필드 웬즈데이 vs. 셰필드 유나이티드) 더비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로컬 팬들의 흥분과 열정을 진정으로 느끼려면 스틸 시티 같은 더비가 적격이다.많은 축구팬이 보고 싶어 하는 더비가 바로 잉글랜드에서 가장 악명 높은 훌리건을 보유한 밀월과 웨스트햄이 맞붙는 도커스(Dockers, 항만노동자) 더비다. 밀월이 EPL에 올라갈 확률이 거의 없는 관계로 현실적으로 도커스 더비는 챔피언십에서만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2년 2월 이후로 도커스 더비는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네 번째 이유는 EPL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과 챔피언십에서 경기를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EPL ‘빅 6’ 클럽의 경기장에는 셀카봉, 홈팀과 어웨이 팀의 스카프를 반반씩 섞은 끔찍한 모양의 ‘반반 스카프(half-and-half scarves)를 걸친 플라스틱 팬으로 넘쳐난다. 클럽이 아닌 특정 선수를 응원하기 때문에, 선수가 이적할 경우 그를 따라 응원하는 클럽을 바꿀 부자 외국인 혹은 플라스틱 팬들도 너무 많다. 게다가 경기에는 관심도 없는 ‘새우 샌드위치 여단(prawn sandwich brigade, 응원에는 별 관심이 없고, 스카이 박스에 앉아 접대를 즐기기 위해 축구장을 방문하는 관중)’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EPL 경기장이다. 그에 반해 챔피언십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고, ‘찐팬’이 이끄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팀들은 대부분 좋은 시절보다 나쁜 시절을 더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의 클럽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또한 챔피언십은 다이빙 같은 시뮬레이션 액션이 EPL보다 훨씬 덜 나오는 정직한 리그다.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중국어 광고 보드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화려함과 세련됨보다는 촌스러움과 투박함으로 대변되는 챔피언십. 하지만 최첨단 구장이 아닌 오래되고 다양한 축구장에서 거의 모든 팀이 승격의 꿈을 꿀 수 있는 곳이 바로 챔피언십이다. 돈이 축구를 왜곡하기 전의 모습을 많이 간직한 챔피언십은 쿠팡을 통해 국내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12.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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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는 왜 월드컵을 사우디에 갖다 바쳤나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지난 11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를 선정했다. 국내 언론은 이를 앞다퉈 보도하며 우려의 목소리도 같이 전했다. ‘스포츠워싱(Sportswashing, 스포츠를 통해 부정적 이미지 세탁)’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사우디는 열악한 여성 인권, 노동자 착취, 언론 탄압 문제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중동의 더위로 인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겨울 월드컵이 현실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게다가 사우디는 이미 2034년 아시안게임(11월 29일~12월 14일)을 유치했기 때문에, 월드컵은 2035년 1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추춘제 시스템을 갖춘 유럽 축구 리그들의 강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국내의 언론은 주로 스포츠워싱과 월드컵 개최 시기에만 주목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에 반해 FIFA가 사우디를 월드컵 개최국으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꼼수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탐사 보도에 따르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사우디에 월드컵 개최권을 주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세계 축구계의 수장이 수년간 특정 국가를 대신한 비공식 홍보 대사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우디의 원래 목표는 2030 월드컵 개최였다. 이에 같은 아랍권인 이집트와 손을 잡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들에게는 유럽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때 인판티노가 총대를 맸다. 그는 2020년 가을 로마로 달려가,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3개국이 공동으로 월드컵을 개최하자는 깜짝 제안을 했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는 이집트와 불편한 관계였다. 2016년 카이로에서 이탈리아의 대학원생이 잔인하게 살해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8년에 일어난 자말 카슈끄지(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이자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의 살해 사건에서 사우디 정부의 역할에 대해 유럽은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결국 이 제안을 거절했다.이후 인판티노는 사우디에게 그리스를 이어주기 위해, 2021년 9월 그리스 총리를 만나 공동 개최 건을 논의했다. 이때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2030 월드컵 유력 후보지로 부상했다. 그리스와의 파트너십으로는 사우디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었다. 이에 사우디는 전략적으로 2034 대회 유치로 방향을 틀었다. 대륙별 순환 개최 규정에 따라 2030 대회를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개최하면 유럽과 아프리카는 2034 월드컵에서 자동 제외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어서 FIFA의 깜짝 발표가 나왔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초대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30년 월드컵의 첫 3경기는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열린다고 발표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2034 대회 개최지 후보에서 남미대륙은 자연스럽게 탈락했다. 게다가 2026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열리는 관계로 북중미 역시 2034 대회를 개최할 자격이 없다.FIFA는 이렇게 2034 월드컵은 아시아 또는 오세아니아에서 개최하게 만들었다. 호주가 아시아축구연맹에 가입한 이후, 오세아니아에서 월드컵을 개최할 나라는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하지만 무려 48개국이 참가할 메가 축구 이벤트를 이 작은 섬나라에서 열 수는 없다. 따라서 2034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한편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공동으로 2034 월드컵 유치 의사를 밝혔다. 이에 다시 한번 인판티노가 나섰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 축구 관계자 정상 회의에서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향해 “2034 월드컵을 위해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비록 인판티노는 명확하게 그의 의도를 밝히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는 회장의 의도를 파악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 유치 의사가 있던 인도네시아가 갑작스럽게 유치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FIFA의 꼼수는 이어졌다. 이들은 2034 대회 입찰 일정을 최소 3년 이상 앞당겨 잠재적 후보국들의 입찰을 방해한 데 이어, 관심 있는 국가는 2023년 10월 6~31일 사이에 유치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무리수까지 뒀다. 정부의 지원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월드컵 같은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는 데 불과 25일의 시간만 허락한 것이다. 이 기간 안에 입찰한 국가는 FIFA의 공고가 나온 지 3일 만에 입찰서를 제출한 사우디가 유일했다.또한 FIFA 규정에 의하면 2034 월드컵을 개최하려면 최소 14개의 축구장이 필요하다. 특히 4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장 7개가 이미 있는 국가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 월드컵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축구장이 대회 후 쓸모가 없어진 경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FIFA는 슬쩍 이 기준을 7개에서 4개로 완화시켰다. 입찰 당시 사우디는 관중석 4만 개 이상의 축구장이 4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FIFA의 2030, 2034 월드컵 개최지 선정 절차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유일한 국가는 노르웨이였다. 독일과 스위스가 사우디의 변화 약속에 따라 신중한 찬성을 보였고,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2030, 2034 월드컵 개최국을 확정한 지난 11일 화상회의도 기이한 모습으로 진행되긴 마찬가지였다. 211개 회원국 대표들은 어떠한 토론도 없이, 박수로 투표를 대신한 것이다. 인판티노는 이를 두고 축구계가 “분열된 세계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자화 자찬했으나, 토론이나 투표 없이 박수로 결정하는 형태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비민주적 행위다.이렇게 2034 월드컵 선정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짜 맞추기로 진행됐다. 경쟁 없이 개최국이 된 사우디가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얼마나 느낄지 의문이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1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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