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증권사 20년 걸린 '1조 클럽', 빗썸·업비트는 n년만에 달성 이유는
투자에 대한 관심이 주식에서 가상화폐로 번지면서 국내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이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을 가뿐히 이뤄낼 전망이다. 증권사가 20년여 만에 이뤄낸 성과에 출범 10년도 안 돼 도달한 것이다. 업계는 주식 투자하듯 '코인(가상화폐)'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24시간 시장이 열려있다는 점을 급성장 이유로 꼽는다. 여기에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시기를 뒤로 미루면서 거래소의 상승곡선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가상화폐 과세 시기를 1년 미루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는 1년 간 얻은 차익에 20%가 넘는 세금이 부과되고, 실제 첫 과세는 2024년부터 시작된다. 현재 가상화폐는 250만원이 넘는 수익에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 과세가 주식보다 세금이 과하다며 투자자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 역시 고려해 공제 한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주식은 5000만원이 넘는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당장 한 달 앞으로 예고됐던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1년의 유예기간이 생기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안도의 한숨을 쓸어 내리게 됐다. 그동안 가상화폐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가파른 성장 파도 위에 올라가 있던 터라 이 흐름을 '과세'가 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과세 역시 당국의 틀에 따라 거래소가 움직여야 할 것"이라면서도 "제대로 된 틀을 만들어야 그에 맞는 내부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세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투자'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했다. 이에 지난해 젊은 층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는 눈을 의심할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두나무의 상반기 기준 매출은 2조193억원, 영업이익은 1조8703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는 증권사 1위인 미래에셋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2020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바 있다. 이는 1999년 12월 자본금 500억원으로 설립된 지 약 20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빗썸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7684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1조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두나무와빗썸의 영업이익은 각각 866억원, 1492억원에 불과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돈줄'은 거래 수수료다. 수수료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사고팔 때마다 정해진 수수료율에 맞게 받게 되는데 이는 가상화폐 가격 급등에 따라 천문학적 수준으로 불어난다는 점이 포인트다. 국내에서는 대다수 거래소가 원화 마켓 기준 0.2% 안팎의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다. 빗썸의 경우 0.25%로 국내 주요 거래소 중 수수료율이 가장 높고,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는 0.05%로 훨씬 낮다. 업비트는 세계 1위 바이낸스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인 8200만원까지 오르는 등 가상화폐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거래소에 유입되는 수수료액이 커졌다. 이용자도 늘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개월 사이(9월15~10월15일, 10월16~11월16일) 빗썸은 전월 61만9677명에서 68만1528명으로 10.0% 증가했고, 업비트는 276만6192명에서 285만8035명으로 3.3% 늘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단타 치듯, 코인 단타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24시간 주식 장이 열려있어 거래가 더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비트가 잡코인이 많아 거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실 아직 기관이 담을 정도로 검증된 코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정도인 것 같다"고 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12.02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