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현장 IS] '10K' 커리어 나이트 원태인, 그는 경기 후 "죄송하다"고 했다
"죄송했다." 13일 대구 한화전이 끝난 뒤 원태인(21)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의외였다. 원태인은 이날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1실점 쾌투로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7일 두산전 패전의 아쉬움을 만회하며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수확했다. 탈삼진 능력이 돋보였다. KBO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 두 자릿수 탈삼진을 달성했다. 종전 최다는 지난해 5월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기록한 6개. 한화전 악몽도 함께 끊어냈다. 원태인은 지난 시즌 한화전에 3경기 선발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9.49(12⅓이닝 16실점 13자책점)로 부진했다. 7월 29일 맞대결에서 개인 한 경기 최다인 7실점으로 무너졌다. 여러 가지 이유로 좋은 기억이 없던 상대였지만 이날 만큼은 완벽함에 가까웠다. 원태인은 경기 후 "오늘 경기 전 분석을 하는 데 지난해 한화전 평균자책점이 9점대라고 하더라.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나에게 강점이 있는) 강경학 선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상대 전적이 안 좋았던 오재일 선배처럼 그런 관계를 만들기 싫어서 전력으로 했다. 코치님께서도 맞더라도 공격적으로 들어가라고 했고 (강)민호 형 리드대로 따라갔다"고 공을 돌렸다. 강경학은 지난해 원태인 상대 5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무안타로 침묵했다. 원태인은 투구 수 91개를 기록한 뒤 7회부터 배턴을 심창민에게 넘겼다. 원래 계획은 7회까지 소화하는 거였다. 원태인은 "경기 중 하이파이브를 하다가 오른 검지에 약간 불편함을 느꼈다. 다음 경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프로) 3년 차는 관리 받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화요일 경기에서 불펜을 아껴야 하는데 손가락이 그렇게 되는 바람에 (심)창민이 형이 갑자기 몸을 풀고 올라갔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손가락 부상이 아니었다면 7회까지 맡아 불펜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원태인이 생각한 선발 투수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작은' 부상에 목표했던 '7이닝 소화'가 불발됐다. 그렇다고 호투의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니다. 이날 경기 후 허삼영 삼성 감독은 "선발 원태인이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 삼진도 10개를 잡는 등 오늘 구위가 훌륭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4.14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