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피플] 이정후의 가을, 이번엔 또 얼마나 달라질까
올 시즌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활약은 남달랐다. 타율·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까지 타격 5관왕을 차지, 최우수선수(MVP)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대부분의 타격 지표가 크게 상승했는데 눈에 띄는 건 득점권 타율이다. 이정후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0.387(137타수 53안타)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52명의 타자 중 1위. 지난해(0.341)에도 높았던 득점권 타율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이정후는 지난 6월 득점권에서 강해진 비결로 지난해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을 꺼냈다. 그는 "지난해 WC 1차전 이후 찬스가 (내게) 와도 떨리지 않는다. 약간 긴장하는 느낌이 없어진 것 같다"며 "어릴 때는 찬스에 (타석이) 걸리면 흥분하고, 급해졌다. (마음이) 들떠 있었다. 지금은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1월 1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WC 1차전. 4-4로 맞선 9회 초 2사 1·2루에서 결승타를 때려냈다. 불펜 김강률의 2구째 시속 146㎞ 직구를 공략,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2루에 도달한 그는 1만2422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효했다. 키움이 WC 2차전 패배로 시리즈 탈락했지만, WC 1차전의 기억은 이정후가 한 단계 진화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올 시즌 4할에 근접한 득점권 타율이 만들어졌다. 만루 타율 0.583(12타수 7안타). 이른바 '하이 레버리지(High Leverage)' 상황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프로 두 번째 시즌인 2018년 첫 포스트시즌(PS)을 경험했다. 그해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9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다. 시행착오는 딱 한 번이었다. 2019년 플레이오프(PO)에선 15타수 8안타(타율 0.533)로 맹타를 휘둘렀다. 처음 밟아본 한국시리즈(KS) 무대에서도 타율 0.412(17타수 7안타)로 가공할만한 화력을 자랑했다. 지난해 WC 결정전에선 타율 0.556(9타수 5안타)로 두산 마운드를 압도했다. 매년 가을야구를 겪으면서 한뼘씩 성장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정규시즌 기록 향상으로 연결했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이정후는 PS에서도 정규시즌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고 경기한다. 그러다 보니 기복이 없고 집중력도 좋다. 큰 대회 경험이 많은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무리한 키움은 16일부터 준PO 1차전을 치른다. 다섯 번째 가을 야구를 앞둔 이정후에게 올겨울은 유독 특별하다. 앞선 네 번의 PS를 함께한 선배이자 슬러거 박병호(KT 위즈)가 없다. 박병호는 이정후가 믿고 따르는 '정신적 지주'지만 지난겨울 KT로 이적했다. 수년간 팀을 이끌었던 박병호가 떠나면서 그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와 함께 중심 타선에서 상대 마운드를 무너트려야 한다. 이정후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키움의 가을 성적표가 달라질 수 있다. 벌써 프로야구 안팎에선 '이정후 시리즈'라는 얘기가 나온다. PS에서 쌓은 경험으로 어떻게 더 진화할 수 있을까도 관심거리다. 구단 관계자는 "이정후는 올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큰 경기에도 강한 선수인 만큼 가을 야구에서도 제 몫을 다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척=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0.14 06:00